조회 : 1,388
벗꽃 날리던 그 날에 ~
BY 생각하는 이 2004-04-19
|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본 세월도 삼년이 흘렀다. 그 영화에서 봄날은 정말 주체할 수 없이 타오르는 사랑이었다가 벗꽃잎처럼 흩어져 내리는 쓸쓸한 삶의 오후였다.
누구나 그 봄날에 꿈꾸었을 한낱 부스러기 같은 사랑의 무게는 현실 속에서 뭉게지고 일그러지는 꿈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를 본 후 느낀 뼈속까지 슬퍼지던 기억을 나는 오래도록 담고서 해마다 이 봄이 찾아오면 그 슬픔에 정수리를 담근체 우울해진다.
그 슬픔의 긴 여정을 나는 유지태라는 배우의 잔잔한 호수같기도 한 그의 눈빛에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따라갔다.
그의 봄날은 나른하고도 열정적이며 끝이 보이는 봄이었으니 내가 그 봄 속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긴장감이 슬그머니 빠져 나가는 30대의 권태야말로 "봄날이 간다"라는 영화처럼 우울과 열정의 틈바구니에서 먼지나는 신작로에 선 여행자같은 막막한 것이 아닐까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스로 울타리가 필요해 택한 삶을 박차고 자기 삶을 껴안는 패미니스트도 아니고 윤리의 그늘을 등질 용기는 더더욱 없는 보통의 여자가 꿈 꿀 봄은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벗꽃잎 날리던 그 밤에 내가 꿈꾸었던 라일락같이 쓰딘 쓴 첫사랑의 추억은 새벽으로 내리는 빗줄기처럼 다시 덮어두어야 할 끝나지 않은 영화인 것이다 . 그러나 아~아 어쩌란 말인가!
저 지고 피는 꽃들에 마음이 환장할 것 같은 것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