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어미의 어두운 자궁 속에서부터
슬픔의 뿌리를 심었으며 그 싹이 자라서
이제 잎새를 맺고 꽃을 피워 고독이 되었으니 말이다.
가을꽃들은 다들 쓸쓸하다.
그 쓸쓸함의 이미지를 한 컷 가슴에 찍어 키우라 하면
나는 단연코 노란 국화꽃이다.
코끝에 느껴지는 씁쓸한 향은 사람에게 생각의 자리를 내어준다.
생각이 많아지는 이 계절에 국화꽃을 보고 있노라면
잊었던 사람도 그립고 가슴에 멍울로 남아 있는
사람도 용서가 된다.
사랑하기에 좋은 가을이다.
누구든 일상의 탈출로 사랑을 꿈꾸고 산다.
사랑은 인간이 짊어진 멍에며, 영원히 포기 할 수 없는 꿈이다.
다만 그 출구를 스스로 적절히 조절하며 살 뿐이다.
나는 이 가을에 마음의 창문을 반쯤 열어두었다.
그 창을 모두 열면 나는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을 것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