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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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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때 나는 가을이 된다


BY 생각하는 이 2003-10-02

    
    

    어둠을 헤치고 나온 새벽별은 눈물을 품은 듯 아름답다.


    새벽별이 지고 한줄기 햇살이 이슬 맺힌

    나팔꽃 속으로 꽂힐 때

    사람들의 모습이 코스모스처럼 한들거린다.

    그러나 가을 새벽이 수렁 같은 안개 속을 헤치고 나올 때

    나는 슬프다.

    내 슬픔이 천년의 고독처럼 깊은 강이 되어

    저없이 쓸쓸한 억새풀로 피어나고 있다.

    슬픔의 근원을 찾으라 하면 나는 길을 잃고 헤매일 것이다.


    나는 내 어미의 어두운 자궁 속에서부터

    슬픔의 뿌리를 심었으며 그 싹이 자라서

    이제 잎새를 맺고 꽃을 피워 고독이 되었으니 말이다.


    가을꽃들은 다들 쓸쓸하다.


    그 쓸쓸함의 이미지를 한 컷 가슴에 찍어 키우라 하면

    나는 단연코 노란 국화꽃이다.

    코끝에 느껴지는 씁쓸한 향은 사람에게 생각의 자리를 내어준다.


    생각이 많아지는 이 계절에 국화꽃을 보고 있노라면

    잊었던 사람도 그립고 가슴에 멍울로 남아 있는 사람도 용서가 된다.

     

    사랑하기에 좋은 가을이다.

     

    누구든 일상의 탈출로 사랑을 꿈꾸고 산다.

    사랑은 인간이 짊어진 멍에며, 영원히 포기 할 수 없는 꿈이다.

    다만 그 출구를 스스로 적절히 조절하며 살 뿐이다.



    나는 이 가을에 마음의 창문을 반쯤 열어두었다.

    그 창을 모두 열면 나는 어디론가 떠나가고 있을 것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