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만 되면 아들땜시 머리가 휘뜩 돌어버리겠다.
평소완 다르게 느지막하게 아침밥을 해놓고 깨우는데도
한번에 일어나는 법이 없다.
다 큰넘이 해가 중천에 떠올라있는데도 자는건
정신건강에도 안좋을뿐아니라 진짜 보기도 싫다.
겨우 겨우 깨어놓고 밥 먹으라면
온갖 할짓 안할짓 다 하면서 꾸물댄다.
끓여놓은 된장이 식어빠진후에야 밥상에 앉고
진짜로 요새는 미워죽겠다.
일요일 아침.
한주동안 공부했답시고 (공부는 지만 하나?)
또 늦잠이다.
10시가 되어도 안일어난다.
11시.
청소도 해야 하는데 안일어나니 화가 폭팔하기 1분전.
울 집이 종가집이다 보니 주말이면 집안 친척들이
예고없이 들이닥친다.
대부분 시댁쪽 사람들이다.
예나 이제나 시댁쪽 사람들은 희안하게도
꼭 청소도 않해놓고 세수도 안하고 부시시하게 있으면
들이닥친다.
뭐 이 나이에 그래봤자 겁날꺼야 없지만
그래도 좀 챙피스럽지 않는가?
가뜩이나 좁은데 청소까지 안해놓으면 진짜 못봐주는집이
우리집이니....
"빨리 일어나라. 오늘 외삼촌이랑 외숙모 오실지 몰라"
고함질러 겨우 깨워놓고서
밥 먹으라고 밥상차려놓았드니 이넘의 자식이
걍 앉아서 냉큼 먹으면 얼마나 좋으랴.
속 터지게 책 한권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버린다.
애비나 자식이나 신문이나 책들고 화장실 들어가면
세월아 네월아다.
에휴~
이런 아들이면 좋겠다.
오마니가 죽으라면 죽지는 못할망정 죽는 시늉이라도 해주고
밥 먹으라면 밥먹고
공부하라면 공부하고
일찍 오라면 일찍오고...
그러면 지 좋고 내 좋고 얼마나 좋으랴
밥먹으라면 대답만 야무지게 하고 꾸물대기 예사고
공부하라면 알았다고 하면 끝이고
일찍 오라면 대답은 잘도 하면서
자정이 임박해야 헐레벌떡이고....
이런넘이 바로 내 아들넘이다. 흑흑
역시나 닭새끼 고아놓은거 식어빠진후에 나와서
밥상에 앉는다.
에구... 좋은 오마니 시늉이라도 할려면 데워줘야지 어쩌겠남.
다시 데울려니 그냥 먹겠단다.
그래 자석아. 기름 덩어리 입에 발리든지 말았든지 나는 몰라.
냅두고 다른일을 할려니 아들넘 왈
"혼자 먹으라고요?"
"그럼 혼자 먹지. 지금 시간이 몇신데?"
"에이~ 혼자 먹으면 맛없는데.. 같이 좀 앉아계세요"
지 밥 먹는거 쳐다보면서 앉아있으란 소리다.
입에서 욕이 실실 나오지만 어쩌남.
할수없이 앉았지.
착한 오마니 노릇하는 시늉도 쉽진않다.
마주 앉아보니 머리가 더부룩하니 깍을때가 됏으니
또 잔소리가 나올밖에...
"너 머리 좀 깍아. 스포츠 머리로 싹 좀 밀어라"
"요새 스포츠 머리 깍는 사람이 어딧어요?
맨날 강산애 멋있다 해놓고선..."
짜씩. 강산애는 강산애니까 멋있지 니가 강산애냐?
또 강산애 노래가 좋다했지 긴머리가 좋다했냐?
맨날 모자는 앉아서 이야기해봐야 이리 속터지는 소리로
설전을 벌인다.
이론적으로는 내가 딸린다.
그렇지만 내 직책이 지넘 오마니가 아닌가?
할말이 궁해서 걍 엎어치기로
"요새 너 안미우면 곰보 째보다"
그리고서 끝을 맺을라 했드니만
아들넘의 결정적인말이 들려온다.
"어머니. 진짜 저 낳은 친엄마 맞아요?"
하이구 요넘봐라....
"아니 너 엄마는 따로 있어. 제발 좀 찾아가거라"
아마 어릴때 요런말 했으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났을거다.
사춘기때 글캤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꺼고...
머리 크서 요렇게 말하니까 실실 웃으면서 하는말
"그래도 길러준 정이 더 크지.....그냥 이데로
친엄마라 생각하고 살래요"
아이구 이넘아
글카믄 고맙다 할줄 알고?
택도 없지.
애구 애구 착한 오마니의 길은 멀고도 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