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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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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그렇고 그런 내 이야기


BY 나의복숭 2003-07-16

오늘도 신문엔 아파트를 광고하는 전단지가 끼어있다.
화려한 문구로 자신들의 아파트가 얼마나 살기좋은지
조목 조목 적어놓고선 돈있는 사람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데....

매일 아침
나하고 상관없는 전단지를 무심하게 버리면서도
맘 한구석이 쨘하게 아려옴은 어쩔수 없다.
인제는 집에 대한 꿈을 접은지 오래다.
한푼 두푼 모은돈으로 살수만 있다면야
하루 떼꺼리를 줄여서라도 욕심을 내어 보겠건만
인제는 너무 아득한곳에 있어서 손을 잡을수 없다.
그냥 쓴웃음을 지을밖에...

늘 아파트에 살고 싶어했고 아파트를 동경했다.
마당에 파란 잔디가 깔려있고 잘 손질된 정원수가 있든
넓은 주택은 산좋고 물좋았지 정자까지 좋은건
아니었다.
휴일이면 잔디속에 듬성 듬성 자라있는 잡초를
손으로 일일이 제거해줘야 했고 구석진곳의 잔디는
가위를 들고 일일이 짤라줘야 하며
옥상. 베란다. 대문. 차고. 지하실등
아파트와는 비교할수없을정도로
잔손가는 허드렛일이 많아서
매일 노래 부르듯
살기편한 아파트로 이사 가자고
서방아닌 웬수에게 졸라댔었다.
대답은 한결같았고...

"닭장같은곳 숨막혀 못살어. 땅을 밟아야 오래 살지"
그럴때마다
"아파트에서도 숨 잘 쉬며 잘도 살드라."
"길에 나서면 그게 다 땅이다. 땅 못밟아 죽은 사람 봤나?"
"오래 못살아도 좋아. 아파트에서 살아보는게 소원이야"
매일 반복되는 소릴 지겹게도 했었지.
워낙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아파트엘 가면
개를 키울수 없다는것이 이사를 못가는 이유중의 하나인걸
내가 어찌 모르랴.
개도 주먹만한걸 좋아하면 어디가 덧나나.
말만한 덩치 큰넘만 좋하하니...

멀리서 쳐다보면 성냥곽같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는
젊은 시절 살았든 외국의 슬럼가를 연상했는지
아무리 아파트로 이사 가자고 옆구리를 찔러대도
바늘구멍조차 들어갈 틈이 없었다.
그래. 마누라 못 부려먹어서 환장을 하는구나.
늙거든 함보자. 나는 아파트 사서 내혼자 살거야.
니는 일많은 주택에서 혼자 개를 키우든 쥐를 키우든
맘데로 해.
맘속으로 이를 갈면서 아파트는 먼 나라 이야기라고
포기했다.
언젠가는...나이 먹으면 갈수있는곳이라 자위하면서....

세월이 변했다.
그리도 살고 싶어 안달했든 아파트를
빈털털이 되고서야 살러 들어왔다.
남편이 생각했든 그 슬럼가같은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그나마 내 집도 아닌 남의집인데...

이사온 첫날.
웃어야하는데 내내 울었다.
돌아서면 벽인 아파트.
그래도 임시로 거처했든 시골의 창고같은 움막보다는
백배나 더 좋았다.
가졌든 여자가 모든걸 다 버렸을 때
욕심과 소망은 너무나 단순했다.
따뜻한 물이 나오는곳.
바람이 불어도 귀신소리 안나오는곳.
사람들이 사는곳.

아아...
6개월을 살았든 공동무덤이 있든 그곳은
남편이 원했든데로 양 사방이 흙이었고
개 아니라 소를 키워도 될만큼 땅이 넓었지만
영원히 내 기억속에 지웠으면 싶은 슬픈 과거의
한 부분였다.
웃어야 할 남편은 언제나 말이 없었고
나는 외딴곳이라 늘 사람을 그리워했다.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기억하고싶지 않는
그러나 결코 지울수 없는 6개월을 보내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시 도시로 나오게 된날.
나는 너무나 행복해서 어린애처럼 팔짝 팔짝 뛰었지.
집만 작았다뿐이지 모든건 다 있었다
따뜻한 물이 나오고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귀신 울음소린 들리지않았고 문만 나서면
사람들이 있었다.

옛날 마당 넓은집에 살때의 거실 평수밖에 안되는 집.
돌아서면 식구들과 어깨가 부딪치는 집.
못내 미안해하며 안스러워하는 남편에게
''집이 좁아 청소하기가 편하네''
울었든 첫날과는 달리 이튼날부터는 행복해서
늘상 웃었다.
필요한건 친지들이 다 사다날라줬다.
하루가 지나면 누군가 필요한걸 갖다줬고
또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걸 채워줬다.
모두 모두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세월은 자꾸만 흘러가고 있다.
힘든일.
아직도 너무나 많다.
집도 절도 없는 내게 아침마다 쏟아져나오는
아파트 구입하란 전단지는 나를 참 초라하게 만든다.
내 나이 이미 50대.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는데
몸부림을 친들 어떻게 집을 장만할수 있을까?
은행을 털지 않은들 내 대엔 어림없겠지.
그래도
남편은 좀만 기다려 보란다.
뭘 기다려봐?
복권 당첨 안되는 담에야 뭘 어떻게?
아직도 꿈 못깨고 환상에 젖어있는 남편이
나는 밉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나?
툴 툴 다 털어버리고 막노동이라도 하지.
꿈깨라 꿈...꿈...

아침이면 남들먹는 밥을 나도 먹으며
하루 종일 행복하게 보낸다.
밤이면 내 누울 공간이 있다.
나는 소박하게 내꿈을 접으며 행복해하지만
환상을 갖고서 내일을 기다리는 남편은
나만큼 행복하진 않는거같다.
철딱서니 없는 내 아들넘은
"나중 내가 돈벌어 어머니 집 사줄께요"
기특은 하다만 어느 천년에?
그말에 내가 속을줄 알고..칫~
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래. 사줘라''
요렇게 말하는 내 맘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