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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라면을 만들었는가?


BY 나의복숭 2003-07-16

20대의 한창 먹을 나이의 내 아들넘은 라면킬러다.
라면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밥 먹을래? 라면 먹을래?''
묻는다면 밥보다 라면소리가 먼저 튀어 나갈 정도다.
밤참도 라면. 간식도 라면,
오마니된 입장에선
라면 좋아하는 아들이 골이 아프다.
라면도 한 개만 먹는다면 말을 않지.
끓였다하면 2개는 기본이니..
편하지 않는냐고?
남의 아들 그렇게 먹는걸 보면 먹성좋다고 하겠지만
막상 자신의 아들이 죽어나 사나 라면을 끼고 있는
모습은 어미된 맘에 편치않다.
편치 않는게 아니라 속이 상한다.
물론 돌이라도 소화가될 20대의 먹성이니
큰걱정이야 되랴만 그래도 나이든 오마니의 의식속엔
라면이 뭔 영양가 있으랴 하는 생각이 앞서서...

아들이 어릴때 가능한한 라면을 안먹일려고 했다.
라면이 몸에 안좋단 소릴 귀동냥으로 듣고선
무식한 오마니 근성이 나온거지.
''먹지마. 라면 먹지마''
우수갯소리로 라면 만드는 공장에 쥐가 우굴거린단
소리도 했고 라면 먹으면 영양이 결핍되어
빨리 죽는다는 소리도 했다.
아..물론 우리집 식구 전체에도
3시세끼 밥이 보약이라고
죽어나 사나 밥 먹일려고 했고
고로 라면은 절데로 사놓지 않았다.

어릴때야 어미말이 먹혀 들어가지만
머리가 크면 자식들은 지 주장데로 지 고집데로
할려고 한다.
겁나서 우격다짐으로 꺽을수가 없다.
청소년 가출에는 별별넘의 이유가 많은데 울 아들넘도
''오마니가 라면을 못먹게해서'' 란 이유로
가출하면 어쩔껀가? ㅎㅎㅎ

고딩시절.
보충수업 중간중간 학교에서 컵라면같은걸로
라면맛을 안 아들넘.
그 이후부터 심심하면이 아니라 자나깨나 라면노래다.
할수 있남.
라면을 박스채 사놓기 시작했다.
애들 넷이다보니 금방 금방 없어졌지만
딸들은 시간이 지나니 라면에서 조금씩 멀어졋는데
유독 아들만은 라면을 먹고 또 먹고 했으니...

일요일이나 학교 안가는날은
아침부터 아들이 끓이는 라면 냄새가 진동을 한다
밥 먹어라 하면 1초도 안되어서 라면먹을래요 하는
대답이 튀어나온다.
오마니가 만들어준 반찬이 맛이 없어서?
그것도 아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작은자리 봉사활동에 가면 내가 만든 반찬맛이
가히 환상적이라고 놀래는 사람이 많으니
반찬 맛없어서 라면 먹는다는 변명은 택도 없지.

입맛없을때 얼큰한 국물과 함께 먹는 라면
물론 맛은 있다.
글치만 그걸 시도 때도없이 어찌 먹는단 말인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넘이나 그러지....
군대 휴가 나왔을 때 젤 먼저 아들이 찾든 음식이
''오마니가 해준 따끈한 밥'' 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였다.
''라면'' 였다.
파넣고 달걀 넣고 끓인 라면을 사흘굶은 이도령처럼
눈깜짝할사이에 먹고 입만 배렸다고
다시 하나를 더 끓이며 행복해하든 모습이 떠오른다.
군에서 라면 봉지를 오픈하여 그속에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라면맛도 일품이라니 말해 무엇하랴.

라면이 그 옛날 울나라 배고픈 국민의 식생활에 끼친 공은
지대하다.
증산만이 살길이라며 외쳐대든 쌀 모자라든 박통시절에
나온 대체 식품.
도데체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가히 노벨상감이라 생각하는데 노벨상은 그런 시시한거
발명한데 주는 상이 아닌 모양이다.
어쨌든 가난한 사람에게 끼친 공로. 홀아비에게 끼친
공로만으로도 라면은 훈장 받아도 마땅하다.

아침에 울 아들.
''어머니 입맛 없는데 라면 끓여먹을래요"
아니 입맛있을때는 있다고 끓여먹고 입맛없으면 없다고
끓여먹고..
아침부터 라면 끓이는집은 우리집밖에 없지 싶다.
라면. 라면.....
참말로 누가 라면을 만들었는가?
만든 사람에게 삼가 경의를 표하고싶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