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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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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깟 우유땜에 ... ''


BY 올리브 2003-09-23

 

낮근무가 시작됐다. 낮근무 시작은 늘 신환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헉헉대고 뛰어다녀도 늘 간호행위 한다는게 허망했던 그 날도 아침근무때 퇴원환자가

많더니 기다렸다는듯이 새로운 환자들땜에 우리 간호사들은 정신이 없었다..

 

그날은 저녁식사 시간도 놓치고 몸도 지치고 맘도 복잡한 상황이 많았던 터라 모두를

신경이 날카로와져서 다들 씩씩대고 있었고 출근한 밤근무 간호사에게 인계할때도

분위기 살벌한 날이었다..

 

막 인계가 끝나가고 있었던 시간에 다급하게 내 손을 잡아끄는 보호자가 있었다..

'''' 울 애기가 얼굴이 파래졌어요.. 숨을 안 쉰다구요.. 좀 빨리 이리로..''''

 

그 아긴 응급실을 통해서 입원한 신환인데 엄마가 정신적으로 병을 앓고있는 결손가정

에서 태어난 아기였었다.. 태어난지 3개월된 개월수 보다도 한참이나 작은 아기였다.

직감적으로 응급상황임을 판단한 난 잡아끄는대로 달려갔고 내가 들여다 본 아기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아.. 미치겠다.. 이건 .. 정말 ...

 

늘 응급상황에 직면했을때 내게 나타나곤 하는 이 중얼거림이 그날도 마구마구 쏟아지고

있었다..

 

담당의를 call하고 응급상황에서 할수있는 조치를 다 끄집어내는 동안 아인 널부러져만

갔다.. 그것을 지켜보며 내가 할수 있는일은 더이상 없었다..

엄마가 우유를 먹이다 질식이 된것 같았다.. 엄마가 워낙 미숙한 행동이 많았던터라 집중적

인 간호가 필요한 아이였는데 결국 응급상황이 발생한 거였다.

 

심폐소생술을 하는데 어른과 달리 아긴 손각락으로 해야만 했다..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는

보호자들은 기 막혀 하면서 모두들 입을 가리고 나가있었고 난 내가 해야 할일이 이리도

막막하다는 것에 숨이 조여왔다..

다행히 숨을 쉬기 시작했고 아긴 중환자실로 옮겼지만 그날 우리 간호사들은 습관에 길들

여져 행해온 간호행위에 대한 두려움과 질책감에 인계후에도 한동안 정리할 다른것에 대해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내가 겪었던 많은 응급상황들을 떠올리며 근무후엔 멀쩡하게 털고 잘 일어섰던 내가 그날은

퇴근할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파랗게 질린 조각난 아기 얼굴땜에가 아니라 내가 하고있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막막함과 갈등과 답답함땜에 아기가 있었던 병실에서 멍하게 서있었다..

 

누군가 어깨를 툭 치는 놀람에 고개를 들었고 그때 난 눈물땜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걸

느끼고 있었다.. 이런날 눈물이 아무의미가 없음을 잘 알고 있었지만 멈추지 않은 눈물땜에

저녁도 못먹은 우리 간호사들은 그날 집으로 돌아갈수가 없었다..

맥주한잔씩 나눠 마시고 말도 안되는 허탈감에 조급해하면서 씁쓸해 했었다..

 

그리고 내가 밤근무때 그 아긴 다시 내 품으로 돌아와 주었고 그 아길 안으면서 또 눈물이

났었다.. 얼마나 힘들었었나 하는 아픔보다는 너무 일찍 힘든일을 겪었다는 사실에 맘

한구석에서 연민 비슷한 감정이 마구마구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날 Dr order 엔 '''' Milk feeding은 간호사가 해주세요! '''' 라고 적혀있었고 난 그 order

옆에 내 이름을 사인하면서  '''' 당연하지요...'''' 그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해야지.. 그깟 우유땜에 니가 이렇게 고생하다니.. 아기가 알았다면 너무나 억울할

일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