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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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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아.. 아저씨. 아파요.. 아프다구요.. ''


BY 올리브 2003-08-14

아침근무 인계전 물품체크를 하러 처치실 문을 열어 젖혔다.

 

'' 어.. 선생님 환자 있었네요.. 뭐 해야해요? ''

 

난 급하게 문을 열어 젖힌게 미안하고 멎적어서 물품체크를 위해

습관적으로 노트를 집어들고 있었다.. 그때

 

'' 아.. 아.. 아저씨. 아파요.. 아프다구요.. ''

 

처치실 옆엔 산모용 침대가 있었는데 거기서 산모들 드레싱도 하고

소독도 하고 필요할때 쓰는 공간이 있었다.. 스크린이 쳐져 있어서

대충 드레싱 하나보다 그렇게 생각했다가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내

궁금증을 두들겨댔다..

 

'' 참. 내. 나 .. 결혼은 했어도 아저씬 아니라구..  이 정도가 아팠으면

   어떻게 너 아기를 혼자서 낳았니? ''

 

조금은 화가 난 무뚜뚝하고 정없이 말아빠진 어투로 확 내 뱉어 버리고

있는 레지던트 의사가 신경질적으로 나한테 order 를 냈다.

 

'' 이 여자. 항생제 쓰고 봐서 괜찮을것 같으면 퇴원할껀데 보호자

   왔어요? ''

 

밤근무 간호사를 통해서 보고 받은것에 의하면 상황판단 못하고

아프다고 철없던 그 여잔 고등학생 이었고 집에서 부모 몰래 아기를

낳았는데 다 알겠지만 아기가 나오는 부위가 심하게 열상이 생겨서

어제 밤 응급실을 통해서 입원한 답답한 사연을 몽땅 껴안은 여자였다.

 

그때..

 

처치실 문을 열고 황급히 소리치며 여자 이름을 불러대는 남자가

있었는데 의사와 난 너무 요란한 외침에 깜짝 놀라서 잠시 할말을

잃었었다..

 

'' 애.. 애 말이죠.. 입원해야 합니까? 뭐 아기 낳았으면 되지 ..

   너. 여기 왜 와서 이 난리냐.. 너. 빨리 집에 가자.. 빨리 일어나. ''

 

몸을 제대로 가누기조차 힘든 여잔 놀래서 부들부들 떨다가 내가

도와주자 일어서며 그제서야 힘없는 떨림으로 의사한테 말했다..

 

'' 선생님.. 저 그냥 퇴원할래요.. 이제 괜찮아요.. 걸을수 있어요.. ''

 

'' 너 입원 안하면 거기 염증 생기고 아파. 하루라도 입원하고 가. ''

 

'' 입원은 무슨.. 너 빨리 집에 가. 빨리 가라구.. ''

 

여자 아빠였다..

어떻게 알고 들이닥친 여자 아빤 아침일찍 요란하게 처치실에서 울려대는

소란을 수습할 생각도 없이 그렇게 소리치고 있었다..

 

환자나 환자 보호자들이 막무가내로 입원을 거부하면 퇴원을 시키긴 하지만

의료진들 입장에선 찝찝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서 그 여자 엄마가 들이 닥쳤고 여자 아빠와는

다르게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퇴원하는 대신 집에서 할수 있는 행위에 대해 교육하고 약 복용에

대한 주의를 주는동안 늘 그렇듯이 드라마 같은 사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산부인과 병동은 육체적으로 좀 버거울때가 있었지만 이렇게 탈 많은

사연들이 종종 우릴 놀래켜서 같은 여자로서 겪어내는 여자이기 땜에

발생할수 있는 상황들이 우울하게 하곤 했었다..

 

첨엔 그랬다..

 

그러다 그런 사연을 들으면서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더 정이가고

그들의 빈 공간에 대해 같이 아파할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기도 했다.

 

여자.. 여자의 엄마.. 여자의 아빠..

 

아침부터 요란하고 씩씩한 울림덕에 덜 깬 찝찝함에서 깨어났지만

그 여자의 아기는 어찌 되었을까 하는 끝나지 않은 사연이 몹시도

날 궁금하게 했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