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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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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언제 죽나요.. ''


BY 올리브 2003-08-12

졸업을 하지 않았어도 병원은 나한테 늘 긴장과 삭막한 세상거리를 안겨다 주곤 했었다..

실습후 내밀어진 보고서를 써대면서도 왜 내가 이런일에 끼어들어야 하는지 막 치밀어

오르는 분노땜에 방황과 혼돈속에서 날 밀어내고 있었다..

 

그렇게 병원은 나한테 다가왔었고 내 시야엔 늘 아픈사람들이 먼저 눈에 띄곤하는

어쩌지 못한 습관이 생겨버렸다..

 

내과병동에서의 숨가쁨은 얼마남지 않고 버티고 있던 내 육체를 갉아대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빼빼였던 난 간호사라는 명칭으로 불리워질때 대책없이 말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더 난감한 밤근무가 시작되고 있었다..

인계시간엔 늘 긴장하고 집중하느라 머리속은 엉망이 되가고 있었다..

 

'' 야.. 인간 승리다.. 아직도 버티네.. 벌써 expire 했을텐데.. ''

 

회진전 챠트를 뒤적이던 의사가 무심하게 신기하다는 듯이 order 를 적고 있었다.. 

 

 

'' 인간 승리요?  암튼 선생님! 아침부터 너무 삭막하다.. ''

 

옆에서 인계를 보고 받던 수선생님이 한마디 던지셨다..

 

그 환잔 결혼후 6개월만에 직장암 말기 판정 받고 수술방에 들어갔다가 그냥

해줄게 없어서 다시 입원실로 옮긴 신혼인 남자였다..

밤마다 통증땜에 아파하면서도 어쩌다 가끔 웃음으로 일그러진 여유를 보여준

그 남자에겐 막 태어난 사내아기도 있었고 묵묵하게 고개숙이면서 뜨게질로

심난함을 달래던 여자도 늘 거기에 있었다..

 

환자파악을 간단히 하고 들어선 병실에선 진통제 맞은지 얼마 안되서 또 아파

힘들어 하는 남자가 나한테 인사를 했다..

 

'' 인계 끝났죠? 나 인계 끝나길 기다렸는데 그래도 안 되겠어요.. 나 주사 한번

   더 맞아야 겠어요.. 주사! 아.. 아파서.. ''

 

그리고 진통제를 주려고 바늘에 힘을 주는데 들어가지가 않았다.. 너무 맞아대서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졌고 다른부위를 찾을수도 없었다.. 그래도 겨우 찾아서

진통제 투여가 끝나고 문질러 주는데 그 남자.

 

'' 고마워요.. 간호사님.. 나 참으려고 했는데 잘 안되네요.. ''

 

간호사들끼리 회진하면서 그 말을 등 뒤로 듣다가 다시 그 남잘 쳐다 봤었다.

 

뭐가 고마울까.. 당연한 건데..

 

그리고 다른 환자들에 대한 간호행위를 하느라 그 남자에 대한 안타까움은

금방 지워져 버리곤 했었다.

 

간호사들끼리의 인계시간은 늘 그 남자에 대한 생존 여부가 주 관심 이었고

특히나 밤근무때 발생할지 모를 상황에 늘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달이 가고 일년이 좀 지났을때 난 다른병동으로 근무지가 바뀌었고

낮근무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을때 내 옆에 서있는 여잘 보았다..

 

그 여잔 그 남자의 여자였다.. 근데 여잔 울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남자가 expire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난 여자가 먼저 말하길

기다렸다..

 

'' 간호사님 지금 출근하시나봐요.. 우리 신랑 어제밤에.. ''

 

'' 아기는요.. ''

 

참 오래도록 죽도록 버틴 남자였다.. 그래서 어쩜 더 삭막한 세상이 보였었는지도

모르겠다..  잠깐 맘이 아팠었다.. 그리고 ..

 

'' 그동안 간호사님들 고마웠어요.. 이젠 이곳에 다신 오지 않을래요.. ''

 

뭐가 또 고맙다는건지.. 해줄말이 없었다.. 아직도 젊고 이쁜 그 여자의 뒷모습을

지켜본건 내가 첨으로 겪었었던 쓸쓸하고 허망한 세상모습 이었다..

 

'' 나.. 언제 죽나요..''

 

회진때마다 희미하게 웃으며 인사했던 남자의 죽음은 여자의 사랑으로

더 살아낸것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사랑은 늘 여자한테든 남자한테든 유일한

치료제가 아니었었는지 ..

 

그날 난 아이들을 간호하는 병동에서 일하면서 그 남자 아기가 생각났고

그 남자의 여자가 보고 싶어졌다..

 

나라면 그렇게 묵묵하게 남잘 지켜낼수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만으로도

버겁던 하루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