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이들의 방학도 다 끝나가니 이여름도 거의 다 된 모양이다
요 며칠 밀린 일기며 방학숙제 마무리한답시고 집안이 더 엉망이지만,
어느새 스스로 제할일을 찾아 부산을 떠는 아이들이 기특하기만 하니
내가 자기만족이 빠른, 아직 덜 세련된 엄마라서 그런가...?
방학동안 계획대로 아이들을 이끌어주지 못해 일기도 밀리고,
큰아이 그림공부도 못시키고...
2학기예습도 잘 안돼고..
영어공부도 별로이고..
숙제도 개학 몇일 남기고 막바지에 부산떨며 마무리하게
놓아둔것에 못난엄마 탓인것 같아 내 가슴이 더 무겁다
능력도 없으면서 욕심만 많은 엄마여서인가..?
그런것들에서 벗어난답시고 여기 해남까지 와 놓구서 아직도 미련의 끈을 못 놓고
바둥대는 내꼴이 좀 비꼬고 싶어진다...
(사실 해남의 교육열은 서울보다 더하다)
지혜롭고 의연한 엄마이고 싶은데...푸~~
어느집이나 아이있는 집은 뜨겁기도한 여름동안
북적대는 식구들 이런저런 수발하느라 제일 부산했던건 엄마였겠지.
나도 비슷한 여름방학을 보내던 중에
내가 낸 나의 여름숙제를 해내느라 부지런을 떨었더니
덕분에 몇가지는 해냈다는 뿌뜻함도 이 여름이 남겨준 선물이다
숙제는
해남 여행,
가슴에 남을 만한 책 한권읽기
식구들과 더욱 친해지기
등이었는데..
지도한장들고 시작한 해남 탐방여행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이곳 저곳을 보고
만지고 느껴본것도 참 귀한 시간들이었고 그동안 떨어져지내던 가족들이 함께 여행하며 우애를 돈독히 할 수 있었던 즐거운 경험이었다
다니던중 한 작은 해변가에서 주워온 조개껍질로 이쁜 액자를 손수 만들어 아이들 사진을
꽂아놓고 식구들과 감상하는 기쁨을 나눌 수 있어 행복했고,
까맣게 익은 아이들 몸에 남은 하얀 수영복자욱..보는 즐거움 또한 그 행복을 배가시켰다
여름동안 내가 읽은 책중엔 성철스님의 말씀을 엮은 것이 있는데..
그 내용중에
'삶을 여행자처럼 산다면, 인생에 질투 미움 욕심따위는 없을거라'
는 대목이 있어 머리에 남았었다...
이것을 해남여행을 통해 가슴에 깊히 새길 수 있게 되었다.
짧은 해남여행을 하는동안 식구가 아무리 많았어도
얼마나 살림은 간소한지
집에 두고온 불필요한 물건들이 손에 꼽아지며
그동안 내가 부려온 욕심의 무게가
가늠이 되었다
앞으로 산뜻한 바람같은 가을을 통해
복잡하고 무거운 내 살림을 정돈하고
욕심으로 가득한 내몸과 마음을 정리하고
가볍고 간소한 참삶으로 꾸려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한두가지 실천해도 이렇듯 뿌듯하고 행복한 것을
왜 진작 이렇게 살지 못했던가반성도 된다
아이들 교육도 내 욕심채우지 말도록 나를 독려하고
아이들도 스스로 방학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