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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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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BY 도영 2005-01-29

  
  
  

<그가..>

문득 뒷베란다 창문을 열다
불빛에 팔랑 대는 샛노란 은행잎에
시선이 머무르고
그 시선 끝에 담담한 그리움이
퐁퐁 솟아 올랐다.


비위도 없고
말주변도 없고
낭만도 없는 그가 나를 향한
감정이 통제가 안된다며
술기운을 빌어 고백을 했을때
나는 잔인한 언어로
그 의 말을 묵살 해버린적이 있었다.


묵살 해버리는 내게
특유의 너털 웃음으로  그는 그 분위기를
모면을 하려 애썼는데
그의 가장된 너털 웃음이
찻집 천정에 파편 처럼 잘게 부서져
그의 술잔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이가 조금 더들고 생각을 해보니
우회 할줄 모르던
나의 직설법이 영 마음에 안들었다.
그가 무안 당했던 그날 역시
오늘처럼 은행잎이 노란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어느해 봄이였던가.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한 봄날
며칠 감기몸살로 앓은 탓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때마침 안부를 묻는 그의 전화에
벚꽃이 보고 싶다 했었고.
부랴부랴 달려온 그가
나를 화려한 벗꽃이 하늘을 덮은
꽃향 그윽한 꽃 대궐로 나를 데리고 갔었지...
벚꽃을 구경하러온 인파속에
나홀로 벚꽃 아래서 앉아
입맛 없어 달콤한 솜사탕을 쪼물대며 앉아있던 나를

자동차 안에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던 그..


며칠 앓아 얼굴이 반쪽이된 나를
그 친구는 그렇게 한참을 바라만 보고
앉아 있어야 했다.
그렇게 어느덧 세월이 흐르다보니
나의 냉혹함 때문인지
그친구의 주변에 일이 생긴건지
연락이 끊겼고
내 젊은날 추억속에 그친구란 존재는
염두에도 없는줄 알았는데
오늘 문득 가로등 아래 은행나무의 팔랑 거림에
그친구가  문득 생각이 났다.

빤히 쳐다보면 
쑥쓰러워서  눈길을 돌리던 그 친구.
술 서너잔에
"도영.난 왜 도영이가 어려운거야?우린 친구인데 .."
"도영이란 존재가 어려워.."
그런 그에게...상처도 많이주고
 정화 안된 언어 폭력도
 마구마구 휘둘렀었는데.
그친구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
여전히 숫기는 없는 사업가로 있는지.
깊어가는 가을밤에
그 친구의 그날 그 어색했던 너털 웃음이
오늘은 내가 마신 녹차잔에 떨어지고 있었다.

 

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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