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난리
이사 왔다고 먼 곳까지 와 준 친구들
진짜 안 맞다
암 치료 받은 두 친구, '인생 뭐 있나,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자' 내달리고
나름 소신껏 살지만 배 나오고 가난한 친구, 한숨짓고 푸념하며 두 친구 따라다니고
결혼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친구, 아무 말 없이 인간 내비게이션에 운전 해 주고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꾸역꾸역 따라다니는 마지막 한 친구인 나
자기 하고 싶은 겉말만 하고
속 깊은 얘기 하나 없이
집라인 타고 먹고 떠들고
뭔가는 하고 싶은데
혼자 하기엔 용기가 안 나
개중에 편해서 뭉친 친구들
나름 마음내는 데
성에 안 차는 걸까?
굳이 만나고 싶지 않은데
켜켜이 쌓인 세월을 당할 재간 없어
오늘도
어중간한 거리에서
서성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