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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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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인연


BY 도영 2003-08-28

작가 : jjjsos
 




 

<끊어진 인연>


가느다란 다리를 목발에 의지한채 한남자가 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해무가 가득한 바닷가에서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던 그남자는 내가 실눈을  뜨고 확인 하려하자 베일같은 해무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남편의 휴대폰에서 울리는 알람소리에 눈을뜨고서야 꿈이라는것을 알았다 부스스한 머리를 뒤로 넘기며 아침을 하려고 주방으로 나갔다.20킬로 쌀통에서 세 사람이 먹을수있는 버튼을 누르니 쌀이 차르르 쏟아지고 옆선반에 플라스틱통에든 보리 한줌과 유리 병속에 검은콩도 한움큼 집어넣어 쌀을 씻었다 .쌀을 씻으면서 조금전 꾸었던 꿈속에 그남자의 정체를 생각 한것도 잠시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 남자가 누구라는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해무”라는 대명으로 인터넷속에서 만난 남자 였는데 월드컵으로 온 국민이 열광하던 그시기에 이국땅에서 고단한 생을 마감한 “해무”였던 것이였다 아..그가 꿈속에 나타나다니...


때는 2002년 4월과 5월의 중간으로 기억된다 따사로운 봄햇살이 가득히 쏟아지전날 송금을 하려고 시내 우체국으로 향했다 우체국 가는길에 운전대를 잡은 손끝에서 봄 햇살이 통통 거리고 차창밖에는 목련이 목화솜처럼 피어있었다 우아한 슬픔이 느껴지는 목련나무를 지나 도로가에 만개한 노란 물결의 개나리꽃을 감상 하면서 봄의 향연에 도취되어 차를 몰다보니 어느새 우체국 간판이 보였다 .


적당히 북적대는 우체국에서 송금을 하고 나오려다 고객용 컴퓨터에 눈이가자 나는 얼릉 자리를 차지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 컴을 켰다.당시 나는 인터넷을 막 배운 초보시절이였는데 문학의길을 동경했던 젊디 젊은시절에 해보지못한 미련을 인터넷속에서 풀어내고 있었다 그날도 내가 가입 되어있는 글방에 전날 올렸던 내글의 반응을 보려고 글방을 찾아 클릭을  했다 내글의 반응을 본다는 긴장감속에 자판을 톡톡 거리는데 뾰롱 음악소리와 함께 생소한 쪽지가 날아왔다


 “해무”라는 대명을 가진 그남자는 “저 잠시 여쭙게 습니다 글방에 회원인데요 정모가 무엇인지요?”인터넷 채팅은 곧 불륜의 길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나는 잠시 망설였지만 그남자의 의외에 물음에 짤막하지만 당돌한 답을 보냈다“정모는 정모의 준말인데요.다른 세계에서 살다오셨나요?”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동호회 하나쯤은 가입해 있을터 정모의 뜻을 모른다는 그 남자의 심기를 건드리기 위한 쪽지를 보냈더니 “해무”라는 그남자는 “아..다른나라?...흠..맞습니다 저는세상과 담쌓고 사는 장애인입니다 정모가 그뜻이였습니까?”

“해무”라는 그남자의 대답에 조금전 비꼬는듯한 내물음이 적중 했다는거에 나는 당황을 할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는 말을 미쳐 보내기도전에 불법주차 사이렌이 울려 잠시후에 집에가서 접속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우체국을 나섰다 그렇게 사각상자속에서 “해무”와 나는 연결이 되었다


“해무”그는 그의말대로 중증 장애인이였다 그의 나이는 나보다 두 살 많은 마흔셋..소아마비 아내와 사이에 어린 두딸을 둔 가장이였다 그가 사고를 당한것은 20년이 훨씬 넘었다했다 대학시절 수련회를 갔다가 낭떨어지에서 떨어지려는 같은과 친구를 구하려다가 그친구와 같이 추락을 했다 했다 그 사고로  치명적으로 대퇴부를 다쳐서 목발인생이 시작되었고 그의 친구는 그사고 이후 죄의식에 못견뎌 하다가 5년전에 자살을 했는데 그때 느낀 서늘한 슬픔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하였다.


“해무”는 공대를 다녔는데 장애인이 되고부터 어쩔수없이  자신의 삶을 다시 디자인 해야 했다며 부모역시 일찍 돌아가셔서 의지할데라고는 나와“해무”가 속해있는 글방의 운영자“청조”선배가 그의 인생의 지푸라기 같은 존재라 했다 여기서 잠시 “청조”라는 그의 선배를 잠시 언급해야겠다 청조선배는 그의 대학 선배였고 사고가 나던날 수련회를 같이  갔었다했다 사고가 난후 “청조”선배는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해무”의 삶을 짊어지고 물질적으로 마음으로 “해무”와 그의 가족들을 이십년넘게 돌봐준 요즘시대에 보기드믄 아름다운 남자였다

남자가 결혼을 하면 부모형제에게도 신경을 쓴다느것이 쉽지는 않은데 엄연히 남인 “해무”의 뒷바라지를 해주는 “청조”선배의 고충이 가슴으로 전해져왔다.


"해무“와 나는 얼굴도 볼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수도 없는 사각 상자지만 손끝에서 많은 대화가 오고갔다 이성의 색깔이아닌 인간대 인간의 대화가 손끝으로 오고갔다  그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온통 잿빛이였고 내가하는 이야기는 온통 밝은 이야기로 대조를 이루었다  솔직히 처음에  그가 장애인이라 해서 나는 동정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차츰 그의 내면의 자리한 절망의 그림자를 감지하고는 어느날부터인가 그의 절망속에 희망 이란 싹을 틔어 주고 싶었다 비록 기계속에서 만나서 생김새도 목소리도 듣지못했지만 나로인해 ”해무“가 절망속에서 희망을 볼수있다면 그에게 이성 친구 지만 이성의 감정이 개입이 안된 참한 친구가 되어 주고 싶었다

“해무”는 기술고시를 보려고 영양이란 시골에서 3년째 칩거중이라 했다 공대출신의 기술공무원이였던 그는 그 자리에 만족할 수가 없어 기술고시에 도전중이라며 두 번의 낙방을 경혐을 했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벼랑 끝에 매달린 심정이라 했다


그래서 “해무”는  시험의 스트레스와 중압감에 술을 자주 마시는듯 하였다 요즘들어 아예 책을 놓고 세상과 담을 높게높게 쌓아간다 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과장된 발랄함을 보이기도했고 어느날은 겨자처럼 톡톡 쏘는 직언을 해주기도 하면서 그의 허허로운 인생의 상담자가 되어갔다  그는 세상과 연결해주는 유일한 통로인 인터넷을 하려고  며칠에 한번씩 불편한 다리로 산길을 내려와서 피시방을 찾았다.그는 문학적 기질이 풍부해서  그의 언어는 시였고 소설 이였고 수필이였다 그의 표현 하나하나가 문학이였으며 절절한 영혼의 아픔이 베어나왔다


몆번의 고시실패는 그를 괴팍스럽게 만들었고 사람들을 기피했으며 세상의 아름다움이  질투가 난다고도 했다 .그의 아내역시 바닥이 보이는 생활고에 힘겨울거라고 하면서도 자신을 이해못하는 내자에게 서운한 마음이 더 크다했다 잠시 그의 쪽지를 보면서 그의 내자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았다 넉넉지는 않지만  멀쩡하게 다니던 안정된 직장을 뒤로하고 고시를본다며 번번히 실패하는 남편에게 부부애가 싹틀리는 없었다 내 남편 역시 승진시험에 매달리는 중이라 그의 내자가 백번 이해가 되었다 퇴직금은 바닥 났을게고 남편은 먼데서 칩거중이면서 나날이 술은 늘고 책까지 놓았으니 몸또한 서로가 성치 않으니 그의 내자의 불안감이 가슴으로 이해가 되었다 해서 나는 그의 내자입장에서 이해를 시키기로 했다“친구..살림하며 애 키우는 주부가 돈이 떨어지면 남편이 곱게 보일 리가 없지요..”짤막한 내 뼈있는 말에 2시간 거리에 사는  내자에게 달려갔다했다 그의 대화는 어딘가 밝아져갔고 긍적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비록 기계속이지만 어렴풋이 느껴져왔다 그는 내게 말끝마다 감사하고 고맙다는 표현을 하였는데 나는 감사한쪽은 나였다 그의 순탄하지 못한 인생 행로에 욕심으로 똘똘뭉친 내자신이 부끄렀고 그를 통해 한몸 건강 한것만도 복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름다운 남자“청조”선배가 내게 전화를 주셨다 “도영님 이시지죠?저는 글방에 청조입니다”뜻밖에 그의전화에 어색함도 잠시 청조의 선한디 선한 목소리는  이내  친근감을 가질수가 있었다  청조님은 다짜고짜“도영님..감사합니다. 해무 그녀석이 마음을 다잡고 책을 다시 잡았습니다 심경의 변화가 온것이 도영님 덕분 같아 너무나 감사해서 너무나 다행스러워서 초면이지만 도영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고맙습니다. ”해무“와 ”청조.”이 두남자는 사소한거에 감사할줄 아는 공통된 사고를 소유한 남자들이였다

청조선배의 전화를 받고 그날은 산행도중 꽝꽝 얼린 생수를 한모금 마신 기분이 들었다 나로인해 책을 잡았다니 그어찌 산행중 시원한 생수맛이 아니리오..

아름다운 남자 청조 선배는  한달에 두 번은  천하 없어도 그가 거처하는 두시간 거리에 시골집에  찾아가서 해무를 다독거렸다 그가 돌보지 못하는 그의 가족까지도 돌보는 청조선배야말로 진정한 인간애를 아는 남자였다


그후 해무의 끈으로 같은 지역에 사는 청조님과 나는 글방모임에서 첫인사를 나누었고 자연스레 공감대가 형성되어 해무의 양쪽 지지대가 되어갔다 해무역시 마지막 고시 도전에 탄력을 받은듯 고시공부에 매진해 가는듯 하였다 .

그리고 봄의끝은 팝콘같은 이화의 추락과 함께 초여름이 시작 되었다.봄날 연초록이였던 감잎은 어느새 윤기가 돌아 게으른 나의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초록으로 변하는 감잎을 보자 외출을 하고 싶은 충동이 일기에 모처럼 단장을 하고 백화점으로 쇼핑을 갔다 여기저기 눈요기만 하다가 지하마트에서 저녁장을 보고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청조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얼마전 글방 모임에서 글방모임서 만나 뵌적이 있어서인지 그의 전화를 오래된 친구처럼 받을수가 있었다


소프라노톤으로 그의전화를 반갑게 받자 청조선배는 기쁜소식이자 아쉬운 소식이라하며 입을 떼었다  해무는 얼마전 미국으로 자신의 논문을 보낸 모양인데 연구원으로  스카웃 되어 3일후에 가족과 함께 떠난다고 했다  해무는 직접 전화할 용기가 없어 청조에게 자신의 미국행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해무가 십수년전에  미국에 머물렀기에 준비된 여권도 있고 스카웃한 회사에서 손을 써서 빨리 가게되었다 했다 해무가 있을자리는 본래가 그쪽이였고 이제야 해무의 인생이 트이는것 같아 기쁘다 했다

나는 해무에게 잘된일이면 잘된거 아닌가 하면서도 그냥 그를 보낼수는 없었다 나를 등대삼아 희망의 불빛을 보았다며 다시 책을 잡았던 그가 만날 기약도 없이 떤나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이만저만한것이 아니였다 차를 몰고 백화점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미묘한 감정에 사로 잡혔다  이성감정은 분명 아니지만 해무를 그렇게 보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다급해져왔다 신호대기중에 깊은 생각에 잠겼는지 뒷차의 경적 소리에 급 출발한 나머지 조금전 보았던 저녁장 봉달이가 바닥으로 떨어져 뒹굴고 있었다,.


남은 시간은 3일이라...서둘러 집으로와서 컴퓨터를 켯다 그는 접속이 안되어 있었지만 쪽지한통이 도착해 있었다“도영님 제가 생애 이정표를 잃고 헤매고 있을때  도영님은 인생의 행로를 가르켜 주신 분입니다 당신은 제인생의 은인이십니다 목발짚은 저의 모습을 보여줄 용기가  없어 그냥 떠나겠습니다 용서와 이해를 구합니다 그동안 제게 주신 용기 가슴에 담고 떠나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안녕히..”해무는 기어히 그냥 가기로 마음을 굳친게 분명 했다 나는 그를 기다렸다 하루가 지났다 남은 시간 이틀..그는 컴에 보이지를 않았다


또하루가 가고 남은시간은 이제 24시간 뿐이다.. 그리고 그가 출국하기 15시간 전에 드디어 컴에 접속을 하자 급한 마음에 오타가 났지만 개의치않고 쪽지를 보냈다

“해무님 그냥 가기 없기여요 아무리 이성간의 인연은 아니였지만 저를 한번은 만나보고 가셔야지요 ”

“도영님 그냥 보내주세요 도영님을 만난다면 제가 이나라를뜨는데 많이 힘이들거 같습니다” “안됩니다 저를 만나고 가셔야 합니다 제가 지금 영양으로 출발 하겠습니다 2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서너시간만 일정을 늦춰 주세요 ”

“도영님 지금 내자와 아이들이 피시방 밖에서 기다립니다 지금 서울로 떠납니다 내일 아침 10시 뉴욕행 비행기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죄드릴일이 있습니다 그동안 저는 도영님을 속이고 여지로 사랑 했습니다 부군께 사죄를 드리고  내자에게도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 합니다 건강 하세요..그럼...안녕히..“


일초가 아까운듯이 다급하게 쪽지가 오고갔다.그의 생김새도 모른채 그를 보낸다고 생각하니 그가 이만저만 궁금한것이 아니였다

십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작별 인사를 하는 해무는 남편 있는 나를 어느날 부터인가 이성으로 생각한것을 마음에 걸려 했다 그동안 외로운 인생을 살아왔기에 그의 고백에 노여움보다 맵싸한 아픔이 밀려왔다


그도 컴에서 나가지를 못하고 나역시도 컴을 끄지를 못했다 ..5분..7분..그리고 십분이 말없이 지나갔다 두사람은 아무런 말도 없이 컴앞에서 이상한 감정을 추스르고 있어야 했다 주체할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내뺨을 타고 목으로 흘러 내렸다 그리고 모니터를 보니 그가 사라지고  없었다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떠나는 이유는 목발짚은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을것이다 오후내내 마음이 수란해서 이일했다 저일했다 산만함으로 시간을 보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청조선배가 저녁에 차한잔 마실수 있냐며 전화가 왔다 청조선배 역시도

십년넘게 해무를 돌보다보니서운함이 큰듯 하였다 마침 친구와 약속이 있어 겸사겸사 친구

와 같이 청조님을 만나려 나갔더니 청조님은 눈이 충혈 된채 섭섭함보다 시원함이 더 크다

다 그동안의 무거운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온 청조님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갔다 두사람이 해

무의 관한 이야기를 하며 울먹 거리자 절친한 친구는 이해할수 없다며 어이없는 웃음으로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했다 인터넷을 전혀 모르는 그친구는 한번도 본적 없는  그를 위해 뜨거운 눈물을 보이는 내게 “미쳐요~내가~!” 눈을 홀기며 내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해무가 떠나던 그날은 유난히도 하늘이 높고 푸르렀다 꾹 누르면 청색물이 뚝뚝 떨어질것 같은 높고 푸른 하늘이였다 시계를 보니 이륙시간 50분전 휴대폰 문자음이 들렸다 그였다 “내인생의 은인 도영님 감사한 마음 또한번 전하렵니다 그냥 감사할 뿐입니다 도영님의 미소가 아름답다 하던데 차마 못 뵙고 떠나 갑니다 높고 푸른 하늘 보면 도영님이 생각 날겁니다 ”

발신자의 번호가 일부 지워진 두통의 연이은 문자의  그의 진정한 마음이 베어나왔다.


그렇게 그는 굴절되고 모진인생을 살게했던 한국땅을 떠나고 보름이 지났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초록의 나뭇잎들이 제법 진한 초록색이다 그러고 보니 6월이였다 6월에 초저녁은 평화로움과 단조로움이 교차되었다 일찌감치 저녁설겆이를 마치고 글을 쓰려고 컴앞에 앉으니 메일이 깜빡거린다  해무였다..워싱턴에서 보낸 메일속에는 자작시를 실은 편지가 있었다  그가보낸 편지 내용은 미국에 제2의인생을 시작하는 요즘 안락하고 안정 되어 간다고 표현을 했다 오랜만에 내자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물방울 튀듯 경쾌 하다며 이제야 길이 보인다며 안락함에 행복하다는 기쁨의 내용으로 가득차있었다 그의 메일을 읽으면서 그의 가정에 찾아온 행복이 나의 역할도 일조를 하지 않았나 자화자찬을 하며 그의 행복이 영원하기를 빌어주었다 .


그리고 그와 간간히 나와 메일을 주고 받다보니 .벌써 여름을 알리는 넝쿨장미가 담벼락에서 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던 어느날 그의 메일이 도착 했는데 우리 부부를 내년 봄에 뉴욕으로 초대한다는 내용이였다 혹시라도 경비가 부담될까봐 경비 일체를 책임질 테니 다녀 가시라고 간곡하고도  정중한 우리부부를 초대한다는 내용이 나를 흐믓하게 하고도 남았으니...


한번은 이런일도 있었다 청조님을 설득 해달라는 메일이 왔는데 두남자가 돈 때문에 다툰모양이였다 해무가 살던집을 청조가 사주었는데 미국으로 가기전날 집을 처분하고 돌려주려하자 극구사양을 해서 그냥 미국으로 그집 판돈을 들고 갔다했다 미국에 정착을 하고보니 근무조건이 좋아 돈이 필요없다며 월래 주인인 청조선배한테 돌려주려하는데 청조선배가 고집을 피워 내가 중간역활을 해줬으면 하는 메일이왔다 나역시도 청조님 사업이 어려워서 돌려주는것이 맞다고 했고 두남자는 집값을 주니 안받니 티격태격 하는 모습이 꽃보다 더 아름다웠다.


6월과 7월은 월드컵의 열기와 붉은 물결들이 조선땅을 흔들어 놓았다 나역시도 길거리 응원에 매달리며 붉은 티셔츠를 입고  오랜만에 삶의 즐거움을 누렸다 해무도 신이났다 축구는 현지에서는 인기스포츠가 아니라서 축구의 열광하는자신들을 미국인들은 이해를 못하더라며 고국에서의 통쾌한 축구소식과 마흔셋의 찾아온 안정된 자신의 새삶에 만족하다 했다

그리고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며 연이어 이기는 축구의 빠져 잠시 그의 소식을 접었었다 그리고 어느날..청조선배의 한통의 전화에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듯 움직일수가 없었다


“도영님..놀라지 마세요..해무 그녀석이 사고를 당했습니다.세상을 떳다는 현지 매니저의 연락을 받았습니다”그말을 듣는 순간 조금전까지만 해도 들리던 소음들이 잠잠해진듯 했다 조금전 청조님이 “해무가 사고를 당해서..그만 세상을..”그소리만이 반복되어 내청각을 자극할뿐였다 자초지종을 말해보라는 나의 애절한 다그침에 청조님은 연구실에서 폭팔 사고가 있었다 했다 그로인해 중화상을 입고 사경을 헤메다가 세상을 떳다면서 자신이 미국행을 부추킨거 같아서 후회스럽다며 죄의식에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제2의 새로운 인생에 가슴 설레하던 해무의 비보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 소설책을 읽던 소녀적 나와 오버랩 되었다 청조님의 비통한 음성은 내귓전에서 윙윙 거리며 내머리속을 마구마구 헤집어 놓았다 휴대폰 뚜껑을 닫으며 소설속이 아닌 생생한 사실이 라는것을 붉은 티셔츠를 입고 축구경기를 보러가는 무리를 보고서야 인정할 수가 있었다


여름 햇살이 쏟아지는 길 한복판에서 휴대폰을 손에 쥔채 오도카니 내가 서있었다

내표정은 일그러지고 속에서는 불이 확확 올랐다

이럴수가 있단 말야?어째 조물주는 한인간한테 이다지도 혹독하단 말인가?인생은 공평하다는 말은 모두 사기야 !사기!..얼마나 아팠을까..모처럼 웃을 되찾은 그의 소아마비 내자와 어린두딸을  어떻게 살란 말인가..혹 그가 불편한 다리로 탈출을 못한것은 아닌가. 무정한 조물주여..하늘을 올려다보니 한여름 태양은 넋이나간 나를 희롱하듯 이글거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니 거실 쇼파에 비스듬히 앉아있던 큰아이가 짜장면이 먹고 싶다했다 한그릇은 배달시키기 미안해 두그릇을 시켜서  내키지 않은  짜장면을 먹는데 눈물반 짜장면 반이 식도를 타고 위장속으로 꾸역꾸역 들어갔다 큰아이는 침묵을 지키며 짜장면을 넘기는 내게 “엄마는 짜장면을 먹는데 왜 눈이 충혈 되요?” 물었다 나는 임기웅변으로“아들...니가졌을때 짜장면이 무척 먹고 싶었는데 형편이 안되어서 못사먹었지..그때 생각이 나서 ...눈물이나네..어여 먹어” 내그릇에 자장면을 덜어 아이그릇에 두어젓갈 옮기며 그렇게 둘러댔다


청조님은 미국으로 해무의 장례식에 다녀왔으면서도 내게는 언질을 주지를 않았다 그것이 나의대한 배려라는것을 단박에 알기에 나역시 해무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묻지를 않았다 나는 해무의 죽음으로 몆달동안 허무의 늪에서 허우적 대며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남편은 그런 내모습이 안스러웠는지 “애그..우리마누라 마음아파 우쨔노...그만 잊어삐라..”위로를 해주는 남편에게 “여보..해무가 나를 잠시 좋아했데요..얼마나 외로웠으면 얼굴도 본적 없는 나를 좋아했을까...당신에게 미안하다고 하던데요.”나의 고백에 남편은 싱긋 웃고는 내등을 툭치기만 할뿐이였다 .


그렇게 우리의 인연은 끊어졌나 싶었는데 해무가 세상을 뜨고 몆달후 청조선배의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슬픈 미망인이 유품을 정리하다가 내게 보낸 메일과 자작시 몆편을 적어놓은 습작노트를 보았아 했다 귀국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갈팔질팡 하는 와중에 내게 보냇던 글을 보고 당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했다 청조님은 해무가 생과사의 기로에 서서 힘들어할 때  친구의 인연으로 맺어진 아름다운 인간관계 였다며 해명을 하자 그의 미망인은 내게 남편을 대신해서 감사의 편지를 보내고 싶다는 소식도 전해들었다 나는 그녀의 편지를 기다렸다 그녀의 편지를 기다리며 그녀를 만나서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녀 역시도 남편에게 등불이 되어주었다는 나를 만나고 싶다는 소식만 들려올뿐 그녀의 메일은 오지를 않았다


그리고 일년후 해무님의 내자가 뉴욕에서 내게 메일을 보내왔다 간결하고 깔끔한 그녀의 글속에는 남편을 대신해 감사하다는 메일이 왔다  “은영이 엄마”라는 제목으로 보내온 그녀의 정갈한 편지속에 남편을 잃은 슬픔을 억누르고 써내려간  흔적이 역력했다  남편의 정신적인 연인이였을거라는 짐작을 하면서도 죽은 남편대신 감사의 메일을 보낸 그녀의 현명한 처사에 숙연함과 함께 그녀를 만나면 웬지 좋은 친구가 될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4년전 ..

개나리며 진달래며 목련꽃이 만개한 봄날 사각상자속에서 만난 “해무”

나를 인생의 은인이라고 인생의 지표를 가르켜준 사람이라고.

혼자라도 친구의 연으로 가겠다던 해무는..

서럽고 한많은 이세상을 떠났다

뉴욕에 정착을 해서 회사에서 마련해준 아담한 집에 보따리를 풀고 오랫만에 행복했다는 해무.뉴욕에 안개낀 새벽에 빌딩숲 사이를 마치 물고기처럼 헤어치고 걷다보니 절룩대는 다리가 전혀 불편하지 않아서 행복했다는 해무  넝쿨장미의 매혹적인 향이 진동하는 6월이 오면 목발을 집어던지고 망아지처럼 뛰어다니고 싶다던 해무는 이승과는 악연인거같다는 생각이 이글을 쓰면서 스쳐지나갔다 비록 해무와 나는 얼굴도 본적 없고 목소리도 들은적 없이 끊어진 인연이 되었지만 그가보낸 자작시를 가끔씩 들춰보며 회상의 바다에 발을 담구어본다 아름다운 인연이였노라고 아름다운 인간관계였노라고 당당히 회상 하련다.누가뭐래도..




생...지은이 <해무>


나의 보잘것 없는 뒤늦은 생애 만난 그녀는

허허롭게 떠도는 나의 생애

행로에 이정표 같은 존재가 되었다


갈길을 잃고 사막을 헤매는

나그네 에게 생명수와도 같다

그녀에 어디엔가 아름다움이 있다

그녀의 그어떤 매력이 나를 이끌게 하는지

난 아직 모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 줄것 같은

믿음이 있다

혹여 그녀가 지금 내앞에서 모습을 감춘다 해도

내마음에서 그녀를 보낼수 없을것 같다


그녀는 한 인간이기 전에

나의 생과 같기에..


<2002년 7월에 뉴욕에서 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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