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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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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기 아까운 일


BY 밥푸는여자 2005-08-05


        혼자보기 아까운 일
    매일 아침 그는(그녀일지..) 뒷뜰 텃밭으로 아침을 먹으러 왔었다. 깻잎 씨를 뿌려두고 몇 주를 기다리니 드디어 싹이 나고 모종이 생겼다. 이리저리 자리를 넓혀주느라 이런저런 잡풀(?)을 뽑아내고 텃밭 정리를 한 다음날 이른 아침 그가(그녀) 찾아왔다. 전날까지 먹었던 먹이가 사라진 것에 당황한 토끼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필사적으로 전날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고
    자신의 먹이가 없어진 것을 알자 이리저리 정말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참혹한 모양새로 온 텃밭을 쑥대밭으로 만들더니 결국은 제 성질을 어찌 주체할 수 없었던지 그만 드러눕고 말았다 얼마나 가슴이 철렁하든지.. (사실적으루다 동영상을 찍어야 했었는데 보고있던 나도 얼마나 당황했었든지..)
    몇 분이 흘렀을까 혼미했던 정신을 차리고 앞으로 살 궁리를 하는 것일까.. 참고로, 토끼가 앉아있는 주변의 흙 모양새를 살피면 토끼가 얼마나 땅을 파헤치고 난리법석을 피웠었는지 알 것이다. 한 성질 하는 저 토끼 사진을 앞으로 당겨 찍어서 그렇지 아주 작은 꼬마 토끼이다. 허기사 인생을 좀 더 살았더라면 저렇게 난리법석을 피우지 않았겠지.. 먹고 살라치면 사방이 온통 풀인데.. 사람도 그러하겠거니.. (토끼는 깻잎, 부추는 냄새와 맛이 독한지 먹지 않는다.)
    깻잎은 여린 바람에도 풀썩 주저앉으며 어리광 섞인 몸짓으로 엄살을 피운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며 가꾸어도 마음 만큼 쑤욱 자라지 않더니만 잠시 다녀가는 장대비 끝자락에 성큼 하늘로 다가 오른다. 아무래도 사람의 얄팍한 정성이 하늘로부터 오는 은택에 못 미치는 것인지..
    민달팽이가 이슬에 목을 축이고 헛기침 하며 눈을 뜨는 이른 새벽이면 키재기 하며 하늘을 우러르는 깻잎에게 토끼는 또 하나의 이웃으로 찾아온다. 겁이 많은 스프링 쿨러는 해가 떠야 노래하고 조금씩 살이 오르는 깻잎에게 무지개를 선 보이며 신명나는 춤사위를 한 판 벌린다. 깻잎은 제법 어른 티를 내며 웬만한 바람에도 끄떡없을 굵고 강한 줄기를 빳빳히 세우고 내게 보시를 한다. 몇 몇 집과 나누어 먹을 아주 맛난 깻잎 장아찌를 담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