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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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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눈오시는날이면


BY 밥푸는여자 2005-01-15

 


    얼마전까지 내려앉기 바쁘게 녹아버렸는 눈이 
    날이 추워지자 차츰차츰 쌓이더니만 급기야 
    호수가 얼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오작교(?)다리 아래까지 차올랐다 
    동네 아이들 환호를 지르고.. 집에서 뒹굴뒹굴..
    역시 모든 학교는 클로즈!!
    
내 유년의 겨울에는 걸어다니는 눈사람 몇이 기억에있다 
저만치 걸어오는 사람 분명 걸어다니는 눈사람과도 같다. 
그분들은 늘 군화 비슷한 신발을 신고 다니셨던 것 같다. 
구두끈을 위에까지 꼭 잡아 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구두 중간 쯤 둥그런 낡은가죽이 보였는데 
마치 혓바닥같아 걸을때마다 낼름낼름 헐떡헐떡..
내 눈에는 늘 어질어질하게 정신없어 보여지기도 했었다. 

그분들중 한분은 우체부요 또 다른 분은 청소부였다.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 구불구불 공동묘지 길도 지나 
외딴 집에까지 어깨가 축~처지도록 무거운 가방하나 메고 다니는 
우체부 아저씨의 모자위에도 눈썹위에도 가방 위에도 하얀 눈꽃은 
차곡차곡 쌓여 눈사람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아침이면 딸랑딸랑 
청소 수레를 끌고 다니는 청소부 아저씨는 집집마다 버려진 
쓰레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치우시고 다니셨다 눈이 오는 날이면 
청소수레의 무게는 쌓인 눈의 무게만큼 힘이 들었을 것이고 
미끄러운 언덕길에서는 더없이 힘든 수고로움이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새벽에 교회를 다녀오신 후에 
연탄재를 들고 나가 교회 아래 언덕길에 툭툭 깨놓으시고 들어오셨다. 
일년 열두달의 수고로움에 그분들에게 보답할 것 없다하여 매 명절과 
크리스마스 때에는 늘 작은선물을 준비하셔서 그분들에게 전해주셨다.

학창시절 서울로 유학간 우리 형제들이 보내는 편지 겉봉에는 
언제나 '우체부아저씨 수고하십니다'라는 문장을 쓰도록 하셨다 
그 습관은 아마도 전자메일이 생기기 전까지 계속되었던 것 같다. 
요즘..세상살이가 참 많이도 편해졌다. 웬만한 소식과 서류는 
컴퓨터로 작성해서 엔터 한번이면 해결되고 편지로 오가는 것 
중에 대부분은 납부금 청구서나 부고장 청첩장...정도로 줄어
들었지만 그 양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늘어난 것 같다.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우편배달도 경비실 앞에서 끝나
버리고 오물수거 역시 이전보다 훨씬 편리해졌다 그런데도 아주 
아주 가끔은 오래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드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이것도 늙었다는 이야기로 들릴까..

보잘 것 없어보이는 작은 배려 하나일지라도 가식없는 감사함이 
환한 미소로 오고갔고 이전보다 더 성실히 당신들 일에 최선을 
다해 주었던 움직이는 눈사람이 있던 그시절이 많이 그립다.

지금쯤 백발의 노인들이 되셨을지 더 편한 하늘나라로 가셨을지
모르겠지만 어딘가에 살아계신다면 그분들의 건강함과 식솔들의
평안함을 빌어보는 마음을 내리는 눈발에 실어 보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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