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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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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BY 밥푸는여자 2004-12-17






                  반성문



        돌아보니 한 해 동안
        참으로 많은 말을 했다
        참으로 많은 글을 썼다
        영양가도 없는 말과 글로인해
        나를 벗어가는 행보(行步)마다
        걸러내지 못할 먼지들이 퍼석거려
        내 영혼의 눈은 멀어버리고 말았다


        참회(懺悔)의 작은 불씨는 산더미같은
        욕심도 한 순간에 태워버린다 했던가


        누구라도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날이 있다
        그날엔 누구라도 재를 뒤집어쓰고 부끄러움을 이어 나른다
        올 해의 몇 날 중에는 지우고 싶은 날이 있었고
        스산한 초겨울 바람에 날려버리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러나 그 조차 내 인생 남은 여정에 맨발로 설 수있는
        거름이 될 것이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삶의 그림이 천천히 완성되어 가는 거 두렵지 않다
        삶을 향한 정직한 마음이 멈춰지는 것이 두려울 뿐이다


        물리적인 숨쉬기야 멈추면 육신은 흙으로 돌아가는 거
        그러한 물리적인 멈춤이 뭐이 그리 두려우랴
        죽음의 문을 통과하여 누리게되는 안식의 선물을
        얻을 수있는 자격에 대해 헤아려보게 되는 시간..
        아직 죽음의 축복을 누리기에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지금 나는 또 많고 많은 무의미한
        글자의 나열로 내 삶을 변명하는 글을 채워간다


        언제쯤
        짧막한 한 글자에
        찰라같은 일별(一瞥)에
        내 호흡과 생각을
        굵게 채워 넣을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