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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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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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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BY 손풍금 2004-06-06

  요 며칠 기운이 다 빠져 집에 돌아오면 기어다닐정도로 무기력했다.

  지난 5월 1일 공주장 가는길, 장을 목전에 두고 앞차의 급정거로 뒤따라가던 내차가 앞차의 범퍼를 부딪치는 가벼운 충돌이 있었다.

순간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그도 잠시 차에서 내린 운전자는 30대전의 아가씨로 보였는데 말하는게 얼마나 무례하고 억지를 부리며 생떼를 부리는지 사과를 하던 나는 정신이 혼란해지면서 목소리를 높히며 흥분을 하고 말았다.

그 현장을 보던 경찰관들이 다가와 화해를 권하며 내게

운전하면서 쉽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가벼운 사고라 해서 그냥 이해하고 돌아서는것은 운전자 개개인의 도덕적 사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억울하더라도 아줌마는 안전거리 미확보를 지키지 않고 운전한 가해자이기 때문에 이 아가씨가 요구하는대로 다 들어주어야 한다고 했다.

아프다고 입원하면 병원비를 물어줘야하고 차가 부서졌다고 하면 차를 고쳐주어야 한다고 했다.

차도 안부서지고 육안으로는 식별할수 있는 흔적이 없는데도 고쳐줘야 한다고요?하니, 그래도 피해자가 부서졌다고 하면 고쳐줘야 한다고 했다.

차라리 눈으로 안보이니까 공업사로 가보자고 한다면야 가야겠지만 아가씨 말하는게 정신없이 사람을 아프고 화나게 한다.

 

  잠시후 그 아가씨가 불러낸 동료 직원이라는 남자분이 왔다.

이것 저것 상황을 듣고 차를 둘러본 그 남자는 충분히 운전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어날수 있는일이니  서로 사과하고 이해하는방향으로 하라고 말을 하는데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을 만난 안도감에 눈물마저 핑 돈다.

  나는 잘못했다 사과하고 차를 고쳐주겠다고 했다.

수리비가 한 삼사만원이면 될것 같다고 해서 고치고 나면 수리비를 송금해주겠다고 하자 지금 달라고 해서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 오만원을 전하며 미안하다 몇번이고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그날 장터에서 내가 본 그 아가씨의 너무도 당돌하고 그 냉랭함에 인간성에 대한 수위마저 위험하다 느껴지며 내가 살아온날 들에 대해 어리석은듯 한게 충격을 받았다.

  나도  뒷차가 와서 경미한 부딪힘이 있었던 그런 일을 네번 겪었는데 나는 그냥 괜찮다고 이만하길 다행이라 하며 돌아서는게 당연한걸로 알았다.

아가씨의 표독스러움에 반은 넋이 나갔다. 그리고 요즈음 젊은이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그 일이 있은후 기운이 하나도 없던 다음날. 저녁 장터에서 짐을 챙기고있는데 공주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그 아가씨가 아프다고 사고 접수를 했다고 다음날 조서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짐을 접고 있던 나는 더 이상 물건을 들어올릴 기운이 빠져버려 어두워지는 시장바닥에 앉아있는데 억울해서 눈물이 나온다.

잘못은 법을 지키지 않는 내게 있는데 뭐가 이리 억울하고 화가 나고 사람이 미워지는게 견딜수 없는것인지, 화가 부쩍난다.

차에 짐을 싣고 달리는데 저절로 눈물이 쏟아진다.

더할때도 살았는데, 이깟일로 울다니,

 

주위사람들이 합의를 하라고 했다. 돈을 받아내려 사고처리를 하는것 같으니 그냥 합의하라고 모든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밤을 하얗게 새우고 새벽이 되어 결론을 내렸다.

찾아간 경찰서에서 조서를 받는 담당 경찰관은 합의를 권했다.

나는 그아가씨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수도 없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다고 , 더더구나 그 아가씨가 그 후에 하는 행동은 무슨 기계들이 사는 세상도 아니고 서로 체온을 부비며 사는 사람들끼리 그처럼 표독하고 기다렸던 기회잡은듯 대드는 그 행동을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합의를 하지 않고 법규를 지키지 않은데에 대한 죄를 받겠으며 벌금을 낸다고 했다.

벌금이 합의금보다 훨씬 더많다고 담당 경찰관이 이야기 했을때도 알고 있다고, 그냥 처벌을 받겠다고 했다.

 

돌아오는데 걱정하던 작은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그냥 벌금내기로 했어. 인정할수 없어. 설령 돈이 넘친다 해도 너무 그 아가씨가 못되서 주고 싶지도 않아."했을때

 

"그렇게 고생하면서 눈딱감고 사정해서 합의보면 되는걸, 뭐하러 더 큰돈을 내고 벌점을 받고 그래. 자존심 없는 사람이 어디있니, 톨게이트비 없을때도 있다면서, 내가 정말 너때문에 못산다."

했을때 나는 전화기의 전원을 꺼버렸다.

 

돌아오는데 속상함이 차올라 설움으로 변했다.

누가 듣는사람이 없으니 실컷 울어도 되겠다.

눈물이 쏟아져 앞이 안보이니 이러다 또 사고나지 않으려나 몰라.

엄마. 나는 왜 이래? 뭐가 이리 사는게 힘들어?

돌아가신 엄마한테 소리를 고래 고래 질렀다.

그리고 "엄마, 잘못했습니다."하고 ....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사람과 사람사이에 겪는 그 부딪힘이 이렇게 기운을 잃게 하는지,

그래도 다시 힘내서 살기로 했어요.

강해서 살아남는게 아니고, 살아남는 자가 강한거니까요.

 

오늘 현충일이기도 하지만 공주장인데 오늘 하루 공주장 가지 않기로 했어요.

그곳에 가면 조금 멀어졌던 일이 다시 되살아날것 같아서, 하루만 접어두면 무언지 모르지만 조금은 용서가 될것 같아서요.

나에게든 그녀에게든 사람들 에게서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