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 잡은 귀여운 아가가 장터거리에 놓인 물건들을 손으로 가르키는데 그 손끝을 따라다니기 보다는 비뚤빼뚤 걸음 옮겨놓는것이 더 위태롭고 아슬거려 눈을 떼지 못하도록 하..이쁜걸...
엄마의 뜨게질 솜씨인지 어깨에 두른 노란 아가숄이 천진한 얼굴을 더욱 투명하고 맑게 해주어 보는사람으로 하여금 입가에 미소가 흐르게 하는데 아가는 알아 듣지 못하는 말로 웅얼 거린다.
아기 엄마는 "저건 파, 저건 우리 아가가 좋아하는 시금치, 우리 시금치 살까?"
아기의 손을 잡은 엄마는 공주아줌마에게 다가서
"시금치 천원어치만 주세요. 냉이 오백원어치도 팔아요? 남으면 버려서 아까워서 그래요."
공주 아줌마는 아무말없이 오백원어치 담아주는데 손이 커서 바구니에 담긴 절반이상이 따라 올라간다.
아가는 다른쪽을 향해 손가락을 가르킨다.
먹음직스런 딸기가 촉촉하게 바구니에 담아있는 그곳으로 눈길을 떼어내지 못하고
"엄마, 맘마, 까까. "하는데 젊은 엄마는 아기를 번쩍 안고 빠른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난다.
(아직은 딸기가 비싸니까 예쁜아기가 먹고 싶어하는 딸기를 알뜰한 엄마는 안사주네...)
건물화단에서 흙이 숨을 쉬는지 이따금씩 봄냄새가 나고는 했다.
나는 화단에 걸터앉아 내 물건이 놓여있는 쪽을 쳐다보고 앉아 발을 흔들며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쩌다 찾아오는 공주장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오늘은 원통 장거리의 반대편,
병원과 은행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맞은편 거리의 절반도 안된다.
병원문을 열고 아주 뚱뚱한 부인을 업고 나오는 남자는 내게 앞에 세워진 차 문좀 열어달라했다.
차문을 열자 환자복을 입은 부인을 운전석 옆자리에 앉히고 남자는 가쁜숨을 몰아쉬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한참이나 부인의 얼굴을 바라보다 아무런 표정없는 얼굴을 쓰다듬어준다.
서로 아무말없음이 더 긴말을 만들어주고 있지만....한마디도 하지 않고 남자의 차는 떠나갔다.
다시 화단으로 돌아와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는데 파란 신호등을 건너 지팡이를 들고 조심스레 앞길을 툭툭 치며 내쪽으로 걸어오던 앞을 못보는 맹인이 걸음을 멈추고 제자리에 한참이나 서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앞이 보이지 않는 그남자는 흠..흠... 냄새맡는 표정을 지어보였는데 그 얼굴이 달콤해보였다. 나도 그분의 얼굴을 따라갔는데 그러고 보니 좌측으로 호두빵을 굽는 포장마차가 있었는데 그 안엔 부부인듯한 남녀가 들어앉아 빵을 구워내고 있었다.
맹인인 그 남자는 지팡이를 더듬어 포장마차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는데 찾아가는 그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하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무슨말이 오고 갔는지 빵굽는 여자는 손짓이 커졌고 내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를 향해 흔드는 손을 보고 웃어보였는데 여자는 더 큰 손짓을 해댔다.
그게 무슨 의미일까. 앉아있던 나도 손을 들어 마주 흔들었다.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앞이 보이지않는 그 남자는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뭐라 말을 했는데 그때서야 무슨일이 생긴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빵굽는 여자의 계속되는 손짓이 나를 부르고 있는것임을 깨달았다.
무슨일일까 뛰어가보니, 아..... 그랬었구나.
빵굽는 부부는 말을 할수없는 농아였고 빵을 사려는 남자는 소경이였기에 대화가 이루어지지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 "빵사러 오셨어요?' 여기 있어요." 하고 빵굽는 여자가 내민 빵을 소경의 손에 쥐어주고 먹어보라 했다.
"주인 내외가 말을 못하시는 분이네요" 하자 그 남자는 "그래요? 허,참 "하고 웃는다.
"빵구워지는 냄새가 아주 좋고 맛있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이천원어치만 싸주세요."
나는 이천원을 받아 그들 부부에게 전해주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그 남자의 등에 맨 가방에 빵봉투를 넣어주고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주인 내외가 몇개 더드린데요. 이건 가면서 먹으세요"하자 "고맙다고 전해주세요."하고 더듬더듬 지팡이로 길을 트며 걸어간다.
포장마차 안의 부부는 내게 두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나도 그들 부부처럼 손을 모으고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내 자리로 돌아왔다.
이렇게 사람들은 다 모여 모여 공동체로 살아지는가 보다.
눈을 잃은 맹인과 말을 잃은 농아와 과거를 잃은 나와 ...
이렇게 사람들은 서로 서로 감싸안으며 살아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