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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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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할무니


BY 손풍금 2004-01-24

나도 귀향길에 오르게 되었다.
내게 다시는 해당없을것 같았던 고향길나서기에 사뭇 밤잠까지 설레며,

아픈모습 보이지 않을때 내가 바로 섰을때 집을 찾아가리라 생각했던 그 긴 날들을 접고 청주로 향했다.
4년 가까이 사는 지금 내 집을 벗어난길은 정신못차리고 헤메고 다니는데 단한번에 찾아들어선 새로 이사한 청주 큰언니네집.귀소본능이 아니였을까싶다.
오빠들이 와있고 바라보기만해도 행복해지는 사랑스런 조카들의 어깨가 높아져 모여 앉아있다.

큰조카의 치맛자락을 놓치않고 따라다니던 인형같은 아기가 눈길이 떨어지지않는 나를보고 "할무니~'하고 내무릎위에 앉으니 옆에 앉아있던 딸아이가 신기한듯 아기의 손등을 만지작거린다.
"그러게. 할무니네.. 할무니 , 못난 할무니" 지금도 눈앞에 살폿거리던 아가의 살내음. 어릿어릿거리는 초롱초롱 별같은 눈동자.
조카의 남편은 온가족이 함께한 스키장에서 넘어져 갈비뼈가 부러졌다고 침대에 누워있다.
"음.. 부르죠아집단이구먼.."하는 내말에 조카사위 베시시 웃으며 내려와 앉는다.

신기하지 않니. 어린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아기를 낳고 나는 할머니가 되고 내가 보기엔 조금도 변하지 않는 너희들과 만나게 된것. 이모는 이런시간 없을줄 알았는데.
우리 다시 만났네."

"이모도 하나도 안변했어. 이모는 더 많은 이야기가 생겼잖아. 이모 , 그렇치?"하는 조카들은 그때처럼 눈을 모으며 무슨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해한다.
말을 잠시 잊기로 한다. 무슨말을 조카들에게 해주어야할지 슬픔이 채인다.
우리 지난이야기는 하지말자. 다음번에 올때 이모가 재미난 이야기 해줄께.이모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이모 , 이모 하나도 안늙은거 알아? 그때처럼 이모는 언제나 똑같애"할때
큰언니는 어머니처럼 가방을 벌여놓고 채곡, 채곡 먹을것을 담고있다.

'보온병은 있니? 이것 뜨거운물만 부면 한결 배가 든든할거다.
거리에서 얼마나 춥겠니. 이건 아이들 먹이고. 커가는 아이들 챙기기나 제대로 하는건지." 하는 말도 어머니와 똑 같다.
비누, 참치, 치약, 햄, 과일, 갈비재운것 담는데 이것 저것 담는 언니를 오빠와 작은 언니는 바라보다 그러지 말고 누나, 아예 집도 주지?
하니 "엄마, 이모 식혜좋아하잖아. 식혜 많이 담아줘, 우리는 안가지고 가도 되요.."하니
"뭐가 좋다고, 저 못난이를.."하는 작은언니.

조카들이 내 아이를 둘러싸고 세뱃돈을 준다.
"집사도 되겠다, 이모는 너희들에게 하나도 해준것도 없는데 .."

"이모. 이모가 우리 얼마나 예뻐해줬는데. 이모.우리가 다 기억하고 있어.
우리 소풍갈때도 이모가 따라 다녀주었잖아. 이모가 우리 데리고 자고 맛있는것도 많이 사줬잖아. 이모 처녀때..."
이모만 오면 우리가 얼마나 좋았는데. 이모가 들려준 이야기 동화책보다 더 재미있어서 지금도 기억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기억하는데?"

선영이, 은영이, 진영이 서로 쳐다보더니 동시에 "이모 첫사랑 이야기..히힛"

".......이런.."

"이모, 이제는 이모처럼 살아야 돼."

"이모처럼 사는게 어떤건데?"

"그냥. 이모처럼 ...이모처럼 살아..이모가 잘살았으면 좋겠어"하는데 내가 해줘야할 이야기를 조카들에게 듣는다.
세월은 나만 남겨 두고 모두 어른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