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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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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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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풍금 2003-11-28

토요일 아침,
큰아이와 작은아이 동시에 손 내밀며 학교 준비물과 여행비를 가져가야한다고
'엄마, 돈 가져가야 하는데..하고는 내얼굴만 쳐다본다.
왜 하루전에 미리 이야기 못하느냐고 화를 냈지만 사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잘못은 돈 없는 내잘못이지.
이번달. 하루도 쉬지않고 일은 했는데 돈은 어디로 다 도망가버렸다.

발이 달려서..ㅡ.ㅡ;;(잡기만 해봐라. 가만 안둘껴..진짜로..씨이)

지갑을 열어보니 얼마간의 돈이 모자라 장농을 열고 옷에 달린 주머니란 주머니는 다 뒤져보고 괜히 책도 흔들어보고 서랍이란 서랍은 다열어 동전 꺼내고 가방 거꾸로 들고 흔들고 여기저기 흘려놓은돈 없나 눈 동그랗게 뜨고 집안 다 뒤지는데 두녀석 따라서 뒤지며 천원짜리 지폐라도 나오면 '엄마, 돈찾았어'하고 소리지르며 좋아하다 입을 꾹다물고 쳐다보는 내얼굴 보고 다시 조용해지고. 그렇게 난리를 치고 나니 아이들이 가져갈돈이 가까스로 맞추어졌다.
'하루전에 이야기해!!'하니 저희들이 죄인이다 싶게 고개숙인 아이,
그 모습을 바라보니 금새 울컥 마음이 아파져 아이를 안아 주며 '아니,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하고는 다독거려 학교에 보냈다.
빈 방안에 앉아있으니 떨어진 동전 찾느라 난리피운 집안이 한바탕 전쟁을 치른꼴이다.

오늘은 금산장이다.
얼마간의 비상금을 다 털고나니 수중에 백이십원 남았다.
은행에 몇푼 넣어놓고 현금카드 만든다는게 민망하여 그만두었더니 토요일이라 은행에 가지도 못하고 수중에는 고속도로를 통과할 통행료조차 없었다.
단골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을걸 생각하니 몸은 달아오고 어찌해야 할지 막막해 하다
'더 할때도 살았는데 이까짓것쯤은.. '무턱대고 차를 끌고 장터로 향했다.
가는내내 통행료에 대한 걱정으로 어떻게 금산까지 왔는지 모른다.
톨게이트가 바로앞에 보였다.
차를 가장자리에 세워놓고 저기를 어떻게 통과해야하나 하는 걱정으로 앉아있는데 몸이 달대로 달아 이젠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떡하지.. 뭐라고 하지.. 어떡해야하지.. 얼마를 차안에 앉아있었는지 현기증이 나기시작했다.
현기증이 나다 못해 언젠가 작은언니가 '참, 살아도 어찌 그리 억지로 살수가 있니'하던 말까지 되살아나며 가슴을 후려치는데 오기가 되살아났다.

흥~! 이까짓것쯤은... 차에서 벌떡 일어나 내렸다.
통행료 징수창구로 올라가니 무슨일이냐며 묻는다.
'미안한데 통행료가 없는데요. 이따 갈때 내면 안될까요?'하니 징수요원이 내얼굴을 쳐다보더니 오른쪽을 가르키며 사무실로 들어가란다.
몇발자국 옮기다 화단에 발을 걸치고 신발끈을 질끈 동여 매고 주먹을 꼭쥐고 사무실로 올라가는데 한 남자가 나온다.
'무슨일로 그러십니까, 사모님.'
나는 그 남자의 말을 외면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사무실은 이쪽입니다. 이쪽으로 들어오세요. 사모님'하는 친절한 직원.

'저 사모님 아닙니다. 통행료를 못내서 지금 여기오는겁니다.' 비겁한일이니 더
뻔뻔하게 나갈수밖에 없고 그런 내가 못내 가엾어 발걸음이 땅을 딛고 있는것 조차 느끼지 못하게 정신없다.

내게 허리를 굽히며 웃음을 놓치않는 친절한 그 남자는
'아. 지갑을 놓고 오셨나보군요. 후불제가 있으니 주민등록과 연락처만 기재하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요.'하는 남자는 그곳 소장님이라 했다.
너무 창피하여 허둥대는 내모습을 나도 느끼고 있었으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가끔 지갑 놓고오는 분들 계십니다. 여기 기재하고 가면 됩니다'하며 차한잔을 권한다.

차를 마시는데 목이 뜨거운건지.
가슴이 뜨거운건지.
 머리가 뜨거운건지.
사는것이 뜨거운건지
찻물이 뜨거운건지 당체 알수가 없는데 어느한가지 뜨거운건 분명하여 눈물이 찔끔나온다.
급하게 생각나는게 홈뱅킹이라 그자리에서 홈뱅킹을 하고 나오는데 소장님께서 따라나오신다.
'가끔 그럴수도 있습니다. 기억이라는게 엉뚱하게 도망을 다니니..'하는 소장님께
'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잊지않겠습니다.'하고 차에 올랐다.

'잠깐만요.그런데 어디서 많이 뵌분 같은데 혹시 저 모르시나요?'하신다.

'.............네.. 잘 모르겠는데요.'

'기억해보세요. 틀림없이 어디서 뵌분인데.. 제가 요즈음 들어 사람을 잘 기억을 못하지만 틀림없습니다. 저를 어디서 본적 있나요?'하는 친절한 소장님.

'글쎄요. 어디서 뵈었을까요??...(나는 아는데^^, 멜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