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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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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감래


BY 낸시 2020-09-30

감 사진을 친구에게 보냈다.
와서 가져가라는 뜻이었다.
친구가 왔다.
늘 그렇지만 친구 얼굴은 힘들고 지쳐있다.
오죽하면 지난번 왔다 간 후 남편이 그 친구 얼굴이 썩어보인다고 했을 정도다.

온 김에 식사도 하고 같이 앉아 곳감도 깎았다.
둘이 수다를 떨다 친구가 날더러 고진감래라는 말도 모르냐고 한다.
나는 기쁘고 신나게 일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은 안하다고 했더니 한 말이다.
자기는 즐거워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해야 할 일이니 힘들고 어려워도 참고 한단다.
고진감래 즉,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으니 그래야 한단다.

친구를 보내고 둘이 나눈 대화를 곱씹어 본다.
고진감래, 내 삶과 거리가 먼 말이었다.
나는 힘들어도 참고 일하기 보다는, 즐겁고 신나게 할 수 있는 일을 골라하는 편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고 느끼면 가능하면 피하거나 하던 일도 중단한다.
물리적인 일도 그렇고 정신적인 일도 그렇다.
날더러 열심히 일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내게 주어진 인생을 신나게 즐기는 중일 뿐이다.

중학교 때, 선생님 둘이 떠오른다.
'사람이 어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느냐, 힘들어도 참고 해야할 일을 하고 사는 것이지.'
수학을 담당했던 선생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그 자리에 있던 국어 선생님이 그랬다.
'낸시야,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도 다 못하고 죽는다. 굳이 하기 싫은 일까지 하면서 인생을 낭비할 필요 없으니 하기 싫으면 안해도 좋다.'
두 분 모두 농담처럼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그 때 교무실 풍경이 가끔 떠오른다.
물론 나는 국어 선생님 말씀을 훨씬 더 깊이 마음에 새기고 살았다.

고진감래를 말하는 친구 말에, 두 선생님 생각도 나고 산 너머 산 이라는 말도 떠오른다.
이십 여 년을 지켜 본 친구의 얼굴이 늘 힘들고 지쳐보여서다.
열심히 고생을 참고 산다고 그 끝에 반드시 낙이 오는 것 같진 않다.
고진감래라는 말을 마음에 품고 견디고 참고 사는 것에 박수쳐 주고 싶지 않다.
친구의 고생 끝에 낙이 보이지 않아서다.
고진감래일 것이라고 견디고 참고 살았는데, 산 너머 산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