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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BY 이미래 2003-09-27

 

소나무는 사군자의 하나다

사계절 내내 푸른 소나무 솔잎의 향은 음식을 만들때 쓰이기도 한다

소나무는 우리나라의 야산 민둥산 언덕진 곳에서도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소나무를 보면 나의 고향을 보고 나의 집을 본다

 

내가 자라던 어린 시절에는 소나무가 아주 많았다

청솔가지며 쥐가시 나무는 소나무 아래 살며시 가려져 산은 온통 소나무를 뒤짚어 쓰고 있었다

 

겨울이면 소나무는 땔감으로 쓰기위해 어머니께서 낫이나 톱으로 소나무의 옆가지를 쳐서 차곡차곡 포개어 놓으면 겨울문턱에 아버지는 소나무 가지를 묶고  어린 우리들은 소나무 단을 등뒤에 붙여 손으로 잡아매고 산에서 집근처로 운반 하였다

소나무는 그 자체로 보기도 좋지만 그것을 베어 집의 석가래를 얹으면 지붕을 잇고 하늘을 받치는 것이었다

여름에 소나무꽃을 피우고 송진을 따서 약재로 혹은 연료로 쓰던 소나무에는 얼마나 많은 송충이가 기어 다녔던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도 여름이 기울어 갈 무렵 익어가는 햇빛을 받고 처마 밑으로 뜰방으로 모여든다

산과 가까운 우리집엔 온통 송충이 투성이다

마당에도 벽에도 마루에도..

마당을 걸을라치면 송충이가 밟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마을 이장은 스피커로 송충이 잡기를 울력처럼 한다고 방송을 하면 각 집마다 비료푸대를 가지고 나와 집게로 송충이 잡기를 시합을 벌이듯 하였다

그렇게 많던 송충이가 어느날 차츰차츰 사라지더니 송충이를 키우던 소나무도 시들시들 해지더니 이름모를 병으로 다 말라갔다

제지 공장에서는  사람들이 와 말라죽은 소나무를 모두 베어 내었다

어쩌다 푸른빛을 내고 있는 소나무가 있으면 며칠을 못가고 말라 죽었다

소나무를 모두 베어낸 산은 벌거숭이가 된채 억새들만 나부끼고 있었다

소나무를 베어내고 십삼년이 지난 그자리에 들풀이 날고 다른 나무의 씨방이 날아들더니

소나무가 지키던 자리에 어린나무와 들풀이 엉켜 자라고 있다

 

가을이 되면 산은 울긋 불긋 온통 붉게 물들어간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낙엽이지고 온통 옷을 벗어 던진채 앙상한 가지로 겨울산을 지킨다

그러나 소나무는 가을이 되어도 겨울에 하얀눈이 쌓여도 초록의 빛을 머금으며 자신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앞산 뒷산 우리의 정서

절개와 지조의 소나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