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전화에 용수철처럼 튕겨져 일어났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시계를 보니 잠깐 누워 있는다는게 30분을 훌쩍 넘겼다.
엄마와 통화를 끝내고 청소기만 한번 돌리고 아버지 산소에 갈 준비를 하였다.
남편이 어머니 산소에 갈 때는 미리미리 준비해놓더니만 친정아버지 산소는
가깝기도 하고 자주가는 편이니 간단하게 준비해서 출발을 했다.
딸을 기다리던 엄마는 보채듯 전화를 또 하신다.
"출발 했어요~~ 엄마 조금만 기다리세요."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리겠다는 엄마를 말리며 도착할 즈음에 전화를 드리겠다고 했다.
연락을 받았던 엄마는 나보다 더 많이 챙기시고 나를 기다리고 게셨다.
큰 우산까지 챙긴 엄마를 보고 역시 우리 엄마는 완벽하셔~하니 웃으신다.
허리가 아프신 엄마는 여전히 꼿꼿하게 걸으시려고 노력하시고 여전히 부지런하셔서
어제 저녁에 산소에 갈 준비를 하시고 아침에 떡집에 들리셨단다.
게으른 딸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
묘지에는 군데군데 사람들이 보였다.
코로나로 인해 추석 때 서로 안 찾아가기 운동을 펼치는 가운데 미리미리
성묘를 찾는 모습이다.
나도 남동생이 안 모일거라고 통보를 하면 안 갈거지만 솔직히 지금 마음은 반반이다.
아버지 남골묘 앞에는 아버지와 엄마가 나란히 찍은 사진이 있고,
남동생 부부와 조카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붙어 있다.
"아버진 여전히 웃고 계셔서 그런가 꿈에도 안 나타나시네."
나의 말에 엄마는 며칠 전에 아버지 꿈을 꾸셨단다.
아버지 말씀이,
코로나 때문에 이웃 할머니들도 못 만나서 갑갑하겠지만
집에서 책도 읽고 노래도 부르시라고 하시면서 껄껄 웃으셨단다.
할머님들과 수다타임을 못 갖고 계시는 엄마가 걱정이 되셨을까?
꿈 속의 아버지는 평소의 모습과 똑같았다니 다행이다.
좋은 곳에서 편하게 쉬시니 그런 모습으로 나타나신 거겠지.
사람은 누구나 한번 태어나서 살다가 한번은 떠나는데
떠나는 마지막도 참 중요하다.
아버지처럼 자식들에게 유언 남기시며 자식들이 마지막 모습을 보고 떠나시는 분도 계시지만
그와 다르게 갑자기 비명으로 돌아가신 분들은 얼마나 허무할까.
동생 시어머님도 갑자기 돌아가셔서 아무도 임종을 못 뵈서 그런지 제부 꿈자리가
별로 좋지 않다고 동생이 걱정을 한다.
아버지와 담소을 나누고 엄마와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일어서는데
엄마가 아버지께 "오늘 밤이라도 나좀 데려 가요." 하고 말씀하시는데 콧등이 짠하여
엄마를 잡으며 엄마는 우리와 좀더 계시다가 하늘나라로 갈거라고 말씀드렸다.
꿈도 잘꾸시는 엄마 꿈에 정말로 저승사자가 나타나 잘못왔다면서 뒤돌아 갔다고 하시니
우리와 한참은 건강하게 잘 계시다가 천천히 하늘나라에 가시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돌아오는 내 손엔 언제 쥐어 주셨는지 엄마의 손 때 묻은 반찬이 들여져 있다.
잘먹을게요 엄마~ 알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