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이웃들과 함께 작은 송년모임을 가졌다.
나는 파전을 준비하기로 했는데 이왕이면 맛있게 하려다 보니 벌것도 아닌데 은근 신경이 쓰여
냉장고를 몇 번씩 열었다 닫았다 했다.
파전이 맞는지 해물야채전이 맞는지 이름이야 붙히기 나름이고 일단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쪽파와 부추을 손마디정도 길이로 자르고,
당근, 양파, 호박, 감자를 채썰었다.
그리고 오징어와 새우를 모양넣어 썰어서
튀김가루와 부침가루로 너무 되직하지도 않고, 너무 물지도 않게(어렵다.) 반죽해서 준비한 재료를
몽땅 털어 넣어 기름넉넉한 팬에 얇게 부쳤다.
별거아닌 파전을 전날 저녁부터 준비해놓고 아침에 맛보기로 하나 구워서 아침상에 내 놓으니
반응이 좋았다. 아침에 해물전 먹기는 처음이 아닌가요?
팬에 전을 부쳐 담을 그릇을 찾으니
그릇또한 어울리는 그릇이 마땅치 않았다.
그냥 큰 접시에 담기도 그렇고, 유리그릇에 담기도 그렇고
주방 서랍을 뒤져보니 고은 색동보자기가 눈에 보여 반가움에 펼쳐보니 딱 어울린다.
색동 보자기에 해물전을 담아 이웃에 도착하니 보자기가 예쁘다고 한마디씩 한다.
어디서 왔는지도 생각나지 않는 색동 보자기가 빛을 발하는 날이었다.
해물전이야 당연히 맛있을 수 밖에 없는 재료이니 그야말로 겉과 속이 같은 조화롭운 선택이다.
골뱅이 무침을 준비해 온 이웃은 소스는 자기가 안 했다고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도토리묵 무침을 푸짐하게 해 온 이웃은 친구가 선물한 국산 도토리가루로 직접 묵을
만들어서 준비햇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솜씨좋은 이웃이 만들어 온 나물은 간이 딱 맞아 역시 나물의 대가로 인정!
집을 제공한 이웃이 내놓은 얌전한 떡국과 밑반찬을 차리니 정갈하고 깔끔한 상이 되었다.
다들 요리도 잘하고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니 좋다.
새로 소개받은 이웃은 목소리도 걸걸하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인데다
처음보는 나에게 스스럼 없이 다가오며 언니라 부르니 정겨움이 뚝뚝 떨어진다.
난 성격상 이렇게 화통하고 외향적이지 못한데 성격이 참 좋은 사람이다.
집을 어찌나 정리정돈을 잘하는지. 어딜봐도 깔끔깔끔이다.
리모델링해서 입주하기도 했지만 성격이나 옷차림이 군더더기없이 심플한 사람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식탁보와 벽에 걸어놓은 작은 트리도 예쁘다.
그러고보면 깔끔한 것도 정리잘하는 것도 타고난 성격이 아닌가 싶구.
난 좀 덜 깔끔하고 덜 정리를 하는 편이잖아.
복잡하고 시끄러운 바깥에서 만나는 것 보다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 즐겁게 시간을 보내니
내집처럼 편하고 이웃과 한층 가까워진 느낌이다.
물론 장소를 제공한 집주인은 청소하랴, 음식준비에 많이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함께한 이웃들과 고마웠던 한 해을 되돌아보며 서로서로 덕담을 나누고,
예쁜 잔에 마시는 커피를 바라보며 새해에도 좋은 이웃과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