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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것


BY 오늘풍경 2019-12-10

사람은 가끔 아주 위선적이다.
고상한 척, 품격 있는 척한다.
나는 참 솔직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데 나 역시 좀 그렇다.
오늘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포스터를 발견하고는 한참 들여다봤다.
사실, 우연히 발견했다기 보다는 일부러 검색을 해서 찾아봤다는 말이 맞겠다.

애니메이션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 일로 바쁜 아빠로 인해서
8살 정도 된 언니, 4살 정도 된 동생은 뭔가 외로운 것 같고 불안하고 일상이 좀 따분하다.
재밌는 일도 없는데다가 엄마가 많이 아픈 것 같아서 걱정이 많다.
특히나 언니가 학교에 가고 나면 동생은 너무 심심하다.
이런 이들에게 토토로라는 존재가 나타나 친구가 되어준다.
다급한 순간에 고양이버스를 불러주고
비를 맞으며 아빠를 기다릴 때는 우산도 받쳐주고, 무엇보다 함께 있어준다.

이 영화를 보면서 부모가 다 채워주지 못할 때 토토로 같은 존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아주 사소한 문제로 보일 수 있는 인간의 내면까지 창작의 소재로 활용해 어른들까지 감동시키는 제작팀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나는 아주 가끔씩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서 언니의 마음, 동생의 마음, 토토로의 마음을 되짚어 읽어보면서 설명하기 어려운 위로를 얻곤 한다.

그러다 문득,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가? 스스로에게 물었다.
글쎄...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이야기 자체를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창작할 때 뿐이다.
드라마를 좋아하는가? 물었다.
글쎄...드라마도 딱히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영화나 드라마는 그저 인물분석, 스토리 분석, 주제분석하기 위해서 보는거지 완전히 즐기는 타입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근에 인상적으로 본 드라마는 '눈이 부시게'와 '동백꽃 필 무렵'이었다.
감동 받아 놓고, 작가가 설정해 놓은 장치를 헤집어 분석하면서 감동 파괴를 스스로 하곤 한다.

그럼 나는 뭘 좋아하지?
책....
내가 이번 글에서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척한다.
아, 이건 정말 솔직한 고백인데 나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토지'도 24만원주고 한 질을 사서 읽고, '태백산맥'도 읽었지만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토지는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기분을 줬고, 태백산맥은 프레임을 바꾸도록 도왔지만
그외 다양한 대하소설이나 베스트셀러에 선뜻 손이 안간다.
에세이집은 너무 교만하게도 시시해서 손이 안간다.
그러다 나름 한 권 만족스럽게 읽으면 호들갑을 떨면서 무척 책을 많이 읽는 양,
책속에 길이 있음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인 양 한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 살림? 글쓰기? 사람사귀기? 일??운동??
생각하는대로 사는건지,사는대로 생각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너무나 습관대로 살고 있고, 습관적으로 하던 것을 마치 내가 좋아서 한 양 스스로를 많이 속이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자각이 든다.
솔직히 말해서 밥하는 것도, 청소하는 것도, 반찬 만드는 것도 ...모두 좋아하기보다는 싫은쪽에 가깝지 않은가.
일하는 것도 그렇고,
그 외 문화생활이라고 불리는 것도 그다지 큰 흥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저 하루를 보내는 아이템의 하나로 살림도 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일도 하는 것만 같다.

그럼,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 팔팔하게, 생기있게 살아 있을 때 나는 무엇을 좋아했을까?

사실, 나는 여행을 참 좋아했다. 산행도 너무 좋아했다.
그리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수다떠는 것을 좋아하고,
오바하면서 맞장구 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
잠 자는 것도 좋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남편 품에 안겨 망중한에 빠지는 것과 같이 산책하기다.
아무 생각없이 예능프로 보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

문득 문득 이것저것 시들해지기 시작하면서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마음이 늙어가는 것을 느낀다.
분명 어렸을 때는 좋아했던 것들이, 가슴 설레게 했던 것들이 그저그런 것으로 하나 둘 변해가면서
나는  이 시점에 뭘 좋아하는지 되짚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