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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행사


BY 마가렛 2019-10-28

나물그득한 한차림의 상차림은 반찬을 더이상 놓을 곳이 없을 정도로
푸짐하고 그득한 차림이다.
한정식집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결제를 하는데 사장님이 잘드셨나고 인삿말을 건네시기에
맛있게 잘먹었다, 우리 아버님이 좋아하셔서 또 왔다고 말씀 드렸더니 고마워하신다.
아버님께도 한말씀 건네시는 사장님께 아버님께서는 밥맛은 이전만 못하다고 돌직구를 날리신다.
마음좋은 사장님은 앞으로 더욱 쌀맛에 신경을 쓰겠다고 겸손해하시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식사를 하고 나오니 바로 앞에 이전처럼 여러가지 채소류를 팔고 있어서
내가 동서에게 채소를 사주겠다며 그때 고추가 맛있었다고 고추 한다발과 여러가지 콩으로 묶어진
콩한다발을 건넸더니 사 줄때 얼른 받겠다며 너스레를 떨며 고맙게 받았다.
호박잎이 맛있어 보인다는 나의 말에, 올해 호박잎은 이게 마지막이라 이젠 맛을 못볼거라는
채소파는 아주머니 말씀에 귀가 얇은 내가 내가 계산하려고 하니 동서는 자기가 사겠다며
얼른 돈을 지불했다.
동작도 참 빠른 동서다.
오늘저녁메뉴는  강낭콩 밥에 고추튀김에 호박잎찜, 그리고 보글보글 된장찌개면
더이상 반찬이 필요없으리라.
주고받은 보따리가 하나 가득하니 마음도 덩달아 바람넣어 커지는 풍선같았다.

산책삼아 사장님이 알려주신 산길을 걸으니 갤러리도 멋지게 자리잡고 있고,
깔끔한 소바집도, 유럽풍의 단독주택도 에쁘게 그려져 있었다.
좀더 올라가 보니 빨갛고, 노란 단풍이 여기저기서 인사를 건네고,
작은 공방에 하늘거리는 천들과  귀여운 헝겁인형들,에코가방들이 주인을 닮아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오래된 자개 장식장이 한곳에 멋스럽게 자리잡은 걸 보면 좀 연식이 있는 공방같기도 하다.
우리집에도 아직 자개장이 있다.
어머님이 사용하신 유품인데 세월이 흘러 정리하고 싶었으나 아버님이 아쉬워하시니
아직 잘 사용중이다.

감나무가 잘 익은 길가의 한정식 집에 들꽃들과 어우러진 장독대의 모습이
참 정겹고 가을빛에 빛을 내고 있으니 지나가는 행인들도 사진을 찍고 가을을 만끽한다.
우리도  사진을 찍고, 대기하는 손님들을 위해 동동주와 무짠지를 준비 해놓은 곳에서
동동주 한모금씩 마시니 여기가 무릉도원이니라.
다음엔 이곳에 오자며 미리 예약한 양 호들갑을 떨고,
남편은 동동주가 맛있다며 아버님이 좋아하시니 큰동동주를 하나 사서 들고 나오고
동서와 나는 가을을 만끽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동서는 이야기꾼이다. 그녀 옆에 있으면 즐겁다.
조카들 이야기는 주로 뒷담화식으로 형님이 일일이 받아 준다고 즐겁게 흉을보고,
 취미생활로 하는 그림 그리기에 푹빠졌다며 이야기 하는데 
목소리가 조금 큰 우리들은 시끄럽고 남자들은 오히려 조용하다.
아버님은 한번씩 빙긋이 웃으시고 형제들은 자기네들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눈다.
살아있는 날 중에 가장 젊은 날을 사진에 담고자
 함께 포즈로 다양하게 사진을 찍었다.
다들 편한 복장인데 양복을 빼 입으신 아버님이 제일 돋보인다.

가을도 카메라에 담고,
함빡웃는 가족들의 얼굴도 담고,
아버님 생신을 핑계삼아 우리가 더 즐겁게 나들이를 한 날이다.
정원이 예쁜 카페에 들려
테이크 아웃 커피를 한 잔씩 들고 쌉쌀한 가을을 거니니 불어오는 바람도,
사람향기도 나의 옷에 스며들었다.
 몇 백년 자리를 잡고 있는 나무를 올려다 보며
이 나무는 어떤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우리의 삶은 진짜 짧다.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
가을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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