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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꿈


BY 오늘풍경 2019-10-09

날이 추워졌다. 여름이 다시 와서 좋다고 말한게 엊그제인데 전기장판 생각이 간절하다.
전기장판을 사용하면 몸이 좀 아픈 것 같아서 올 겨울엔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어깨 아픈이유로 작년 겨울에 사용한 전기장판 탓을 했는데 아무래도 오십견이 아닌가 싶고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은근 슬쩍 꺼내서 봄이 올때까지 끼고 살아야지 싶다. 여름이 채 가기도 전에 가을 타령을 하고, 가을이 찾아와 쌀쌀해지면 앞서 겨울을 말하게 된다.  쫓기듯 사는 탓일까.  섣부르게 겨울이란 단어를 떠올려본다.

꿈을 시리즈로 꾸고 있다. 아니 연속극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수년 전부터 꿈속의 나는 같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수년 전부터 같은 상황속의 나. 꿈은 무의식이라고 했던 프로이드의 이론은 나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증명이 되는 것 같다.

꿈 속에서 엄마는 가출한 상태다. 엄마가 항상 없다. 집에 홀로 들어가는 나. 집에 홀로 있는 나. 엄마를 기다리는 나. 아버지는 잠깐 다녀가지만 역시 아버지도 집에 안 사는 것 같다. 아버지는 엄마가 어디 있는지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언니와 오빠는 엄마의 부재에 대해 별로 신경을 안 쓴다. 나만 오로지 엄마가 가출해서 없다는 것을 슬퍼하고 걱정하고 우울해하는 상황이 계속된다.  꿈 속에서 엄마는 바람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아버지가 싫어서 홀로 나가 사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제 꿈 역시 가출한 엄마가 어디 사는지, 왜 집을 나갔는지 몰라 애가 타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엄마가 언니와 통화를 했고, 언니의 요청으로 집에 잠깐 왔는데 언니에게 화장품을 선물했다. 나는 엄마가 왔다는 것만으로 기뻤지만 언니의 화장품만 사와서 속으로만 섭섭해 하다가, 왜 집에서 안 살고 다른 곳에 사는지에 대한 나의 불안과 걱정을 토로하다가 왜 언니만 좋아하는지 물었다. 집에 온 이후 줄곧 어두운 얼굴을 하던 엄마가 갑자기 환하게 웃더니

"엄마가 왜 언니만 좋아하겠어. 우리 막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꿈 속에서 이 말을 듣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다 감정이 격해져 오열하다가 잠에서 깼다.

처음으로 이 꿈 이야기를 남편에게 하다가 목이 메어 그만 두었다. 프로이드...이 사람 천재 맞는 것 같다는 말로 마무리지었다. 무의식이 너무 세면 의식을 뚫고 나오나보다. 어릴 때 정서를 이 나이 먹도록 떨쳐내지 못한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팩트라, 굳이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고 싶진 않고 나와 유사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아무래도 이 모든 것이 추위 탓인가보다. 차가워진 바람에 옷깃을 여기며 자꾸만 움츠려들면서 마음이 같이 추워지기도 한다. 불우한 이웃들, 특히나 마음이 추운 일면식도 없는 그들이 어렴풋이 생각나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우리집 전기장판은 두 개다. 일인용으로 두 개.  2인용으로 매번 붙어 있을 수 없으니 추위에 각자도생 하려고 각각 한 개씩 장만했다. 아무래도 추위에 취약한 내 것 먼저 꺼내서 최고 높은 온도로 해 놓고 등 지지면서 추운 기억 말고 따뜻한 기억들을 소환해 가면서 이 겨울을 나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