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별로 전화를 잘 안하는 둘째동서가 전화를 했다.
더운 여름이라 혹시 안부전화인가 싶어 전화를 받으려는데 끊어졌다.
다시하려다가 책을 읽는 중이라 책의 흐름을 끊고싶지 않아 나중으로 미루었다.
급한일이면 또 할거라는 마음도 깔려있었던게 사실이고.
둘째는 시가인 우리집에 와서 이야기 하는 것 보다 전화 통화를 할 때 더 말을 많이 하고,
더 인간미가 느껴지는 사람이다.
우리집에서는 세째의 입담때문인지 아니면 주방일이 못마땅한지 말없이 조용히 있다가
내가 질문하면 대답하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은 딱 하고, 즐거운 표정보다는
묵묵한 표정으로 있다가 가는 동서인지라 가끔 통화를 할 때면 조금 놀라기도 한다.
저녁에 동서와 통화를 했다.
안부인사가 오가다가 내가 조카들 방학이야기를 꺼내니
갑자기 동서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지며 신이났다.
이번엔 고등학교 들어간 조카가 공부를 썩 잘한다고 돌려서 이야기를 하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그 즐거움과 자신감이 뿜뿜 흘러나온다.
나도 덩달아 즐거운 마음으로 칭찬을 하며 조카이름 앞에 우리라는 정겨운 단어를 붙여가며
흥을 돋아주니 더 신나게 조카자랑을 했다.역시 부모는 그무엇보다 자식에 대한 자랑이
최고인가 보다.
동서는 아들에게 기대가 커서 과고를 보내고 싶었는데 그게 뜻대로 안되어서
야무진 딸에게 어렸을 때부터 기대와 관심을 주며 늘 자랑삼아 이야기를 했었다.
세째네 조카와는 한학년 차이라서 서로 알게모르게 경쟁심도 있어
서로 조심스레 공부에 대해 선을 넘지않으며 이야기를 건네곤 했었다.
가끔은 편하게 세째가 시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세째네 조카가 이번엔 성적이
잘 안나와 속상해 하며 둘째네 조카에 대해 물으면 은근 경계심인지 성적이 안 나와서인지
그런 건 물어 보는게 아니라고 일침을 놓곤 했었다.
급기야 둘째는 조카가 꾸미는 걸 좋아하는 것도 큰 장점으로 이야기를 하며
신이났다.
꾸미는 거 좋아하는 조카인지 나도 알고 있었다.
흰 얼굴에 화장도 곱게하고 지난 겨울방학 때는 쌍꺼플 수술까지 하고 오니
몰라보게 이뻐 보여 내가 살짝 물어보니 큰엄마는 예리하시다며 웃으며 인정을 했었다.
시대가 바뀌어 이젠 쌍수도 중학교 졸업할 때 제일 많이 한단다.
시고모님은 70이 다 되셔서 눈이 쳐져서 어쩔 수 없이 쌍수를 했다는 몇 년 전과는
다른 세상이다.
욕심많은 동서는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나에게 이야기 할 때면
나는 평범한게 제일 행복하다고 알려주어도
자기는 부자로 살고 부자로 살면서 기복이 심해도좋다고 노래를 하는데
그 부자의 수준이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보통 때 보면 알뜰한 편이다.
우리 세동서가 십 만원씩 적금을 붓는다.
혹시나 아버님이 감작스레 큰 병이나 돈이 들어갈 것을 준비하자고 세째서방님이
형제들끼리 의논하고 제안해서 붓기 시작한 적금인데
둘째네는 가끔 몇 달씩 돈을 넣지 않는다. 내가 밀린 적금이야기를 하면 힘들다고 연막을 치는데
요즘 힘들지 않는 집이 어디 있겠냐며 매몰차게 적금을 넣으라는 이야기는 못하겠다.
있는 집도 팔려고 하는데 잘 매매가 안된다며 서방님도 아이들 사교육이 그전같지 않다며
걱정이라고 푸념을 한다. 돈이 없다고 힘들다고 하는데 야박하게 말을 못하겠으니
적금 돈이라도 아끼려고 하는 건지 잘모르겠다.
어느정도 돈이 모였기도 하고 돈때문에 형제간에 우애를 멀리하고 싶지도 않다.
딸자랑을 하며 누군가 에게 좋은 칭찬을 받고 싶은데
큰동서인 내가 맞장구 쳐주고 그러면서 잠깐의 시간을 공감하면서 안부인사를 하는것도
여자들의 놀이라면 놀이다.
마지막엔 아버님도 잘 계시죠? 물으면 내가 전화 드려보라고 한다.
그러면 살짝 빼면서 안부좀 전해주세요~
순진한건지 단수가 높은 건지 성격이려니 하고 마는데
세째는 오히려 가끔은 아버님께 전화를 드리는 눈치다.
우러나와서 하는 전화도 있겠지만 세째서방님이 은근 해야된다는
압박도 숨어 있을게다. 말이 없는 서방님이지만 아버님께 제일 효자인 아들이고
와이프도 그렇게 하길 바라는 눈치라는 걸 동서를 통해 일찍이 알고 있다.
내가 카톡을 하면 동서가 정리 끝 난 저녁에 전화를 해서 수다를 풀지만
간단한 안부 톡이 숙제로 남을까 일부러 그러고 싶지도 않고,
둘째는 아직도 쑥스러운지 아버님께는 거의 안부전화를 안 드리니
참 둘이 많이 다르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