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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 집 아들이래?


BY 새로미 2019-07-18


“요즘 애들 버릇없다”는 말이 피라미드에도 쓰여 있다나 뭐라나. 아무튼 어른에게 아이들은 늘 버릇없어 보이는 듯하다. 실제로 다 그런 건 아닌데 우리는 쉽게 일반화해서 말하곤 한다. 더구나 대중매체에서는 툭하면 세대 간의 갈등을 부각시켜 관심을 유도하는 일이 잦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요즘 애들 버릇없다는 인식이 생기는 건 아닐까.

결혼식장에 가는 날이었다. 장마철인데도 비가 올 기색은 없고,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후덥지근한 칠월 첫 주 토요일이었다. 결혼식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로 갈아타는 곳은 고속터미널 6번 출구 앞이란다. 복잡한 고속터미널 앞에서 셔틀버스 타는 곳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정표를 보면서 걷고 묻고 몇 차례 했건만 6번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숱한 인파들을 휘감은 바람은 차량이 내뿜는 열기와 뒤섞여 더우면서도 매캐했다. 게다가 구름을 헤치고 내리쬐는 햇볕 때문에 머리와 목 얼굴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직진하다 왼쪽으로 돌면 바로 있다더니, 그 찾기 어려운 6번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마침 청년 한 사람이 저 앞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흰색 셔츠에 검은 색 반바지를 입은 청년의 인상은 착해 보였다.
“말 좀 물을게요. 6번 출구로 가려면 어떻게 가요?”
청년은 잘 안 들린 듯했다. 이어폰을 빼더니 무슨 말씀이냐고 묻는다. 내가 다시 묻자 그는 자기도 잘 모른단다. 다른 사람에게 다시 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목례를 하고 지나가려 했다.
“아, 어머니! 잠시만요.”
나를 멈추게 한 청년은 자기 핸드폰을 열었다. 나는 졸지에 그의 어머니가 되었다. 청년은 핸드폰으로 검색하여 약도를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땡볕이 쏟아지고 사람들이 숱하게 오가는 고속터미널 그 복잡한 길 한복판에서 청년은 손가락으로 약도를 짚어가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하얗고 긴 손가락은 피아노를 치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섬세하게 생겼다. 그 와중에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청년의 모습이 너무도 순수하고 성실하며 착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어머니, 잘 찾아가실 수 있으시겠어요? 제가 저기까지 모셔다드릴까요?”
“에구, 아니에요. 고마워요. 어쩜 이렇게 친절하게…… 걱정 마요, 잘 갈 수 있어요.”
“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싱긋 웃으며 목례를 건네고 걸어가는 청년을 뒷모습을 잠시 쳐다보았다. 마음이 흐뭇하다 못해 즐거워졌다. 괜히 발걸음이 가볍고 뜨거웠던 칠월의 열기가 상쾌하기까지 했다. ‘저 아들 뉘 집 아들이래?’ 하는 독백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청년이 알려준 대로 가다보니 6번 출구가 나왔다. 그 앞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났다. 모두 찾기 어려웠다는 말을 했다. 어떻게 쉬이 찾았느냐는 물음에 좀 전의 청년 이야기를 했다. 이구동성으로 그들이 말했다.
“그 아들 뉘 집 아들이래?”
그때 한 사람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근데, 정말 어머니라고 해? 할머니가 아니고?”
“하하하…….”
우리들은 옆에 사람들이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소리로 웃었다. 그만큼 유쾌했다.

저런 청년들이 있는 우리 사회는 앞으로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버릇없고 나쁜 짓 하는 청년들도 물론 있겠지만. 조금씩,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우리의 희망이고 미래이다. 세대 간의 정서적 문화적 갈등이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의 간극을 좁히며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