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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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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과 치매


BY 시냇물 2019-07-17

지난 주 남편이 주민센터에서 치매검사를 받고 왔다

자기가 조금만 기억을 못해도 입버릇처럼

"나 치매 아니야?"

하는 말을 달고 살기에 그렇게 걱정되면 치매검사 부지런히

받아보라고  검사하는 날을 달력에 크게 표시해 놓았다가

알려주며 다녀오라 한 것이다



남편과 나는 나이 차이가 있는지라 나는 생각도 안 하고 당연히 남편만 갔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도 건망증이 만만치 않은데 어찌 나는 예외로 두었는지



건망증의 사전적 의미는

"뇌가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다 과부하가 생긴 탓에 일시적으로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 내는

능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

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다면 내 증세는 아직까진 다분히 건망증일 뿐이라 자가진단을 내리며 스스로 위안을 삼아 본다



검사를 받고 온 남편은

"에이, 검사도 순 엉터리야!"라며 마음에 안 든 눈치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보건소에 가서 받을 때보다 질문의 갯수도 형편없이 적고 너무 간단히

형식적으로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한다

미심쩍어 의사에게 물어보니 그래도 치매가 있는 사람들은 다 걸러진다 했단다

그러면서 의사가 물어보는 질문에 자기는 또박또박 잘 대답을 하여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감퇴된 것 뿐이라

했다며 안심을 하는 눈치다




또 하나 덧붙이는 얘기는 검사를 하는 여직원들이 할머니는 왜 같이 안 오셨느냐고 하길래

할머니가 아주 젊다고 했다길래 둘이 한참을 웃었다

남편이 생각하기에 나는 한참 젊은(?) 할머닌가 싶으니 고마워해야겠지?



언젠가 독서모임 회원들과도 건망증에 대해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누가 더 심하다고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경험들이 쏟아졌다

내가 주방에서 음식을 하다 빠진 거 찾으러 바로 옆에 있는 냉장고 문을 여는 순간 기억이

안 나 한참 열고 섰다 닫으면 생각이 난다고 했더니

다른 회원은

"형님 그건 약과에요 저는 지하철 환승하러 가면서 내가 지금 환승하러 가는건가, 환승을 한건가

기억이 안 나는걸요!" 하길래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건망증 덕분에 요즘은 분명 남편과 다투긴 했는데 하루만 지나면 왜 다퉜나 그 이유가

생각이 나질 않아 언제 싸웠냐는 듯 잊어 버리고 또 아무 일 없던 듯 살아가니

이건 분명코 서로에게 다행한 일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