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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출산이 선택이라고 해도


BY 새로미 2019-07-16


새미가 작년에 시집을 갔다. 서른일곱 살이 되도록 시집을 못가 내 애를 무던히도 태우던 새미다. 나는 매일 울면서 기도했다. 지 아버지에게 그렇게 효를 다한 아이를 왜 시집 안 보내주시느냐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녀는 땅에서 잘 되고 장수하는 복을 주신다고 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보라며 떼를 써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결혼할 사람이 있다면서 결혼해도 되느냐고 새미가 물었다. 난 농인 줄 알았다. “오늘이라도 좋으니 제발 시집 좀 가라.”고 했더니 진짜로 시집가도 되느냐는 거다. 그제야 사실인 줄 알았다.

결혼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아무런 마음고생 없이 결혼식을 했다. 내가 꿈꾸었던 대로 진행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양가의 어머니가 마음을 비우니 마음고생할 일이 없었다. 더구나 당사자인 두 사람이 알아서 모두 준비하니, 딸의 혼사를 앞둔 엄마가 이래도 되나 싶게 한가하고 평안했다. 사실은 사위가 자취하던 집으로 들어가니, 살림을 살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딸 혼수 준비하는 즐거움은 포기해야 됐다. 그래도 좋았다. 아무튼 새미가 너무도 순조롭게 시집을 갔다.

주위에서 내게 왜 그리 욕심이 없느냐고 했다. 하나도 안 본다는 게 말대로 쉬운 게 아닌데 어쩌면 그렇게 안 따지고 딸을 시집보내느냐고 말이다. 따질 일이 뭐란 말인가. 상대편에서 보면 우리 딸이 마음에 꼭 맞지 않았을 텐데.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 되는 일이지 더 이상 무얼 더 볼까 싶었다. 더구나 나는 과년한 딸을 시집 못 보내 속 태우는 어미가 아닌가 말이다. 솔직히 결혼 안 해도 되고 아기 안 낳아도 된다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꼭 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웬만해서는 결혼을 권하는 쪽이다. 또 새미 스스로가 결혼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속이 더 탔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아무것도 안 따졌다.

안 따진 것으로 본다면 사돈댁에서 한 수 위다. 사위는 새미보다 네 살이나 연하다. 나 같으면 아들보다 네 살 나이 더 많은 며느리 한번쯤 어떨까 생각해봤을 텐데 말이다. 상견례 때 솔직한 마음으로 물어보았다. 어떻게 그리 쉽게 허락을 하셨느냐고. 사부인은 아들이 순하고 야무지지 못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싶었단다. 그 말을 듣고 이런 사돈이라면 하나도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오히려 당신 아들이 마음에 안 들었을 텐데 키우고 가르쳐 이렇게 보내주니 고맙다는 것이다. 우리 새미는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꺼낸 지 두 달 만에 시집을 갔다.

그러더니 금세 또 아기를 가져서 팔 개월 될 때 직장을 그만두고 아기를 낳았다. 직장을 휴직하지 않고 아예 그만 둔 것이 아기를 여럿 낳고 싶어서란다. 언젠가 조기폐경 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아기 못 낳으면 어떡하느냐고 물었던 새미다. 그런 딸이어서 그런가, 아기를 갖고 힘들 텐데 그런 내색 없이 임신기간을 잘 보내고 아기를 낳았다. 아들은 새미가 아기를 낳자 감동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참 유별난 남매다. 아기의 탄생은 경이로웠다. 우리 새미는 결혼하고 아들도 낳았다.

어미가 된 새미는 강해졌다. 자기 몸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걸 아기에게 맞춘다. 모유수유를 하고, 때에 맞춰 이유식을 만들고, 놀잇감을 준비하고, 그것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듯하다. 배우고 익힌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아기 양육에 적용한다. 다니던 직장에 대한 미련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위도 육아와 가사를 시간 날 때마다 돕는다. 아무튼 새미는 아기 키우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아기 같던 새미가 어미가 되니 책임감이 강해졌다. 그와 비례하여 팔뚝도 굵어졌다. 아줌마가 된 것이다.

몇 년 전 아줌마의 날 행사에 아들과 함께 참가했었다. 그때 아들이 말했다. “엄마, 아줌마들 팔뚝이 왜 굵어졌는지 알겠어요. 가정을 관리하고 아기를 키우고 뒷바라지하며 희생하다보니 그런 것 같아요. 이제 아줌마들의 팔뚝이 예사로 안 보여요.” 라고. 맞다. 결혼 전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팔뚝이 굵어진다. 그건 힘써야 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상징적으로 본다면 그렇다는 말이다. 새미가 아줌마가 되더니 팔뚝이 굵어졌다.

작년에 시집 간 딸이 이제 한 사람의 아내가 되고 어미가 되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이 있다. 결혼하겠다는 사람에게 아무것도 묻거나 따지지 않고 시집보낸 게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이제 아들이 남았다. 아들도 결혼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두말 않고 그러라고 할 거다. 아무리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라고 해도, 나는 내 자식들이 결혼하고 아기도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 내가 촌스러워서 그런지 몰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떤 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더니, 내게 전근대적이라며 촌스럽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하는 말이다. 아무튼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무척 사랑스런 외손자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 입에서 자꾸만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