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을 가려고 엄마께 전화를 드렸는데, 집전화도 받지 않으시고, 핸드폰도 안 받으시니
걱정이 되면서도 별일이 없겠지 하는마음으로 일단 가보기로 했다.
도착해서 전화를 다시 드려도 대답없는 이름이라 할 수 없이 알고 있던 비밀번호로
아파트를 통과해서 엄마집 현관문을 열었다.
조용하고 적막한 가운데
"엄마! 어디 계셔요?" 하면서 방마다 문을 열어봐도 안 계시네.
갑자기 시무룩해지면서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집에 돌아 왔을 때가 떠오른다.
잠깐 자리를 비우신 엄마를 애타게 찾았던 기억...
일단 딸이 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간식을 식탁위에 올려 놓고
마트로 향했다.
엄마는 언제부턴가 변비가 있으셔서 약을 드시는데 가끔 고생을 하신단다.
평소에 섬유질과 물도 충분히 잘 드시는데 왜그런지 이것또한 늙어감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현상인가?
카더라 정보에 의햐면 매일 아침 키위를 하나씩 먹으면 변비에는 최고라고 하니까
일단 키위를 드시게 해봐야겠다.
현관문을 따고 다시 들어가니 어라 중문이 열려있네.
반가운 마음에 "엄마~"하고 외치니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셨다.
왜 전화를 받지 않으셨냐고 여쭈니
이웃 할머님께서 연락이 와서 함께 공원에서 노시다가 오셨단다.
공원에 가시기 전에 할머니 세 분이서 떡집에 들려 좋아하는 떡을 한 팩씩 사셔서
공원에서 떡과 간식과 함께 맛나게 드시면서 놀다 오셨다니 다행이다.
엄마는 딸에게 할이야기가 많으시다.
그 할머님들과의 이야기를 다시 들려주시는데 맞장구 쳐드리며 잘 들어주면 엄청 좋아하신다.
한 분은 할아버님과 사시다가 불과 얼마전에 아침에 나가시려다가 잠시 누우시더니
갑자기 할머님께 손으로 인사하시고 조용히 돌아가셨다고 하시며
당신도 제발 그렇게 세상을 떠나면 얼마나 좋겠냐고 부러워하셨다.
다른 할머님은 혼자 계시는데 입주도우미와 함께 지내며 만날 때는 도우미가 휠체어로
할머님을 모시고 나오신단다.
90이 넘으신 분들이라 엄마가 가장 젊다고 하시니...
88이신 우리 엄마 아직 한창이시네..ㅎ
엄마가 말씀하시길
"앞으로 전화하려면 오후에 해라. 남 오전에 공원에 나가서 거의 없어."
"핸드폰은 왜 안 갖고 다니시는데?"
"귀찮기도 하고 잘 들리지도 않아서 그냥 집에 놔두고 다닌다."
"엄마가 무슨 연예인 같네. 미리 오후에 전화해서 약속 잡아야 하구..ㅎ"
엄마와 함께 깔깔 웃으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몸도 마음도 예전같지 않으시다며 하루빨리 아버지 곁으로 가시고 싶어 하시는 엄마를
아직은 우리가 보내드리고 싶지 않다.
엄마가 키우시는 고추모종을 키워보라며 주시는데 잘 키울 수 있을까?
하여간 못말리는 우리 엄마는 오늘도 내장바구에 무언가 넣어주시기 바쁘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