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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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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BY 오늘풍경 2019-05-23

내가 사는 빌라의 대각선 방향의 집이 허물어지고 새로 지어지고 있다. 오전 7시 30분에 공사를 시작해서 오후 늦게까지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나는, 그 공사소음을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처음 헌집을 부술때는 어디로 피신하고 싶을 정도로 소리가 컸다. 잠시 조용하다싶을 때는 무방비로 있다가 갑자기 큰소리가 나면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포크레인으로 건물을 무너뜨리고 파내고 할 때마다 내집도 흔들렸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지진이라도 난 것 처럼 침대와 같이 그 파장을 느꼈다. 행거에 걸린 가방이 흔들리는것을 며칠간 목격해야했다.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따라 소음의 종류와 강도가 달라지고 있는데, 요 며칠간 시멘트를 쏟아붇는 소리가 들리더니 최근에 뚝딱거린다. 적응이 되겠지 했는데 아직이다. 직업상 이어폰을 꽂고 아이들이 말하는 작은 소리라도 소통을 위해서 정확히 들어야하기 때문에 귀가 예민해서 더욱 적응이 어려운게 아닌가 싶다.

소리에 민감한 건 카페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음악소리를 너무 크게 틀어놓으면 못 견디겠다. 실례를 무릅쓰고 볼륨을 줄여달라고 말하면 가장 작은 볼륨이라는 답변을 듣기도 한다. 밤 늦게 울어대는 길고양이들의 울음소리에는 여지없이 잠에서 깨기 일쑤고, 집중하지 않고 있는 텔레비젼의 소리 역시 참을수가 없어서 꺼버려야한다.

많은 소리, 소음들을 듣고 산다. 요즘은 이사를 가서 없어진 소리중에는 학교에서 귀가하면 온갖 가요을 불러대는 중학생으로 노랫소리가 있었다. 공부 안한다고 혼내는 엄마들의 소리가 넘어올 때도 있었고, 아빠랑 목욕을 하면서 갖가지 애교를 부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다. 때때로 부부싸움하는 소리도 있고, 새벽에 쓰레기 수거차량의 소리도 들어야한다. 아파트에 안 살아봤는데, 듣자하니 층간소음으로 다툼이 빈번하고 삶의 질이 떨어질 지경이라고 하니 소음은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오래 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섬으로 2박3일 여행을 간적이 있었는데, 새벽녁에 일어나 가벼운 산책을 하다가 여기가 정말 사람사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의 고요함을 경험했다. 간간이 개짖는 소리와 파도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그것마저 잠잠해지면 그야말로 정적이었다. 전봇대의 가로등 아래서 남편과 손을 잡고 그 고요를 즐겼던 순간이 오래 기억이 남는다. 내 마음의 소리마저 무겁게 내려앉아서 무척이나 평온했었다.

사방이 시끄러우면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의 바닥이 폭우로 확 뒤집어지듯이 내안의 것들도 확 뒤집어져서 뒤죽박죽되는 기분을 느낀다.  다시 사방이 조용해지면 폭우가 그치면서 무게 순으로 가라앉는 돌들처럼 마음이 생각과 감정들도 굵직한 것부터 차분히 정돈되는 듯하다. 심신이 지친 사람들이 조용한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사찰로 템플스테리를 가는데에는 어느 정도 이런 내.외적인 소음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싶다.

일을 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오면서, 공사소음과 내 마음의 소리들로 소란스러워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하면서 과거 그 고요했던 섬에서의 시간을 떠올린다. 지난 여름에 간 템플스테이 사찰 새벽 풍경도 떠오른다. 새벽예불을 알리는 목탁소리가 흡수해 버린 그 묵직한 침묵의 시간. 그런 곳으로 가서 귀힐링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남편한테 하면, 항상 옆에서 종알종알거리는 나 때문에 귀에서 피가 날 지경이라고 한다. 나 역시 소음의 가해자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