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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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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녀의 데이트


BY 마가렛 2019-01-26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일주일에 매일은 아니고 두어번 내가 전화를  하는데
한 번에 받는 경우가 별로 없으시다. 가끔 타이밍이 맞아 전화를 곧 받으면
서로 바쁘지 않나보네 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지난 주에 귀가 아프시다기에 함께 병원을 다녀왔었는데
보청기를 착용하시는 엄마는 요즘 귀에 염증이 생겨 보청기 착용도 당분간 금지다보니
여간 깝깝하지 않으실게다.
동생이 엄마 보청기를 새로 해 드리려고 한단다.
요점은 동생과 함께 같이 가자는 이야기다.
제부가 먼저 나서서 "어머님 보청기 해드려~"하고 했다고하니
참 고마운 제부다.
동생이 먼저 엄마와 함께 보청기를 본뜨러 갔다가
거기서 어쩌면 장애인 등급이 나올 수도 있으니 이비인후과에 가서
진단을 받아보라고 했단다.
"언니 시간되면 같이 갈래?"
"그래, 같이 가자, 엄마도 전화하셨더라. 엄마는 하나보다 둘이 오면 더 좋아하더라...ㅎ"

엄마와 동생과 함께 이비인후과에 갔다.
원장님이 두 분이 함께 운영하는 병원인데 개원한지 얼마되지 않아서인지
깔끔하고 편한 분위기다.
의사쌤이 엄마께 가볍게 질문을 하시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잘 못알아 들으시더니
크게 말씀하시니 알아듣고 대답하신다.
1차 테스트를 끝내고 나오신 엄마가 웅웅~거려서 잘 못알아 들었다는 말씀에
의사쌤은 아마 장애인 등급이 나올 거 같은데
요즘 보청기 보조금이 나오니 사람들이 엉터리로 테스트에 임한단다.
그래서 3차까지 테스트를 받고 최종 장애인 판단이 나오면 나라에서 보조금이 나온다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점심 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데 엄마의 말씀
"이런 곳에서 젊은 사람들은 차를 마시는구나.
 참 좋아 보인다. 그런데 커피맛은 별루다!"
카페라떼가 순해서 엄마입에는 안 맞으신지 집에 있는 콜드블루커피가 더 맛있다고
강조하시네.
당뇨가 있으신 엄마는 믹스커피를 마시다가 우리가 사드린 콜드블루커피를
한번 마셔보더니 입맛에 맞다고 다른 커피는 잘 안마신다.
입맛이 은근 고급이신 울 엄마..ㅎ
그런데다엄마는 거짓말을 못하시는 성격이라 어쩔 수 없다.
"엄마 다음 번엔 보청기 하고나서 영화도 보러가고, 여행도 함께 가요~
엄마의 버킷리스트라고 생각해서 내가 추진할꺼야.."
동생이 옆에서 "그래, 언니 우리 엄마와 함께 가자, 막내여동생도 함께 시간 내서 가자~"
엄마는 잘 못알아 들으시고 눈을 동그랗게 뜨신다.
내가 엄마 귀에 대고 다시한번 리플레이하니 엄마는 그때서야
"딸이 있으니 이리 좋구나. 막내는 딸이 없어서 어쩌니?"
-막내여동생도, 남동생도 아들만 둘이다.-
하면서 좋아하시는 모습에 우리도 덩달아 크게 웃었다.
"내가 7월에 적금을 타는데 그때 보청기 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하게 되어 좋다. 그때 적금타면 보청기값 줄게"
이말에 동생은 발끈하며 그런소리 말라고 한다.
이제 설날도 되어서 손주들 세배돈도 준비해야한다며
며느리도 주일 아침마다 성당에 엄마를 모셔다 드린다고
용돈을 좀 많이 줘야겠다고 말씀하시며
"난 돈이 생기면 그냥 나누어주고 싶다. 많이 갖고 있으면 뭐하니.
언제 갈지도 모르는데...." 잠시 마음이 짠했다.
"엄마, 그런 소리 하지마세요. 아직도 이렇게 건강한데..."

딸들과 외출할 때면 마냥 어린아이가 되어 예쁜 옷에 예쁜 모자 쓰시고
들뜬모습으로 행복해하시는 엄마가 벌써 올해 88세가 되었다.
매일 오전, 오후로 열심히 운동하시는 엄마는 생각보다 건강해보이셔서
다행인데 엄마는 계속 비우는 연습을 하시며 우리에게도 알려주신다.
비우며 살라고, 베풀면서 살라고 실천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