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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BY 만석 조회 : 422

이만하면 족하지


이만하면 족하지
 
만석이의 근황을 궁금해 하는 님들이 적지 않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일깨운다. 그것이 그저 궁금해서가 아니라 혹여 병이라도 나지 않았는가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았음에 더 더욱 감사하다. 내가 무엇이간디... 갑자기 행복한 마음이 자판을 두드리게 한다.
 
그동안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차차 시간을 찾아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겠으나, 오늘은 큰아들 네와의 살림을 합체한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하는 결심에는 큰아들 네와 합치는 계산이 있었음이 솔직한 고백이다.
 
남 좋은 일만 시키고는 이런저런 우여곡절에 아직 집을 장만하지 못한 마흔 일곱의 아들. 결코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지만, 어미로서 마음이 짠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의 교육비를 지례 짐작하건데 가까운 장래에 보금자리를 만들 여력은 보이지 않으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하여 이층의 세를 빼고 큰아들 네를 불러 들였다. 보아하니 이게 왠 횡재인가?’하는 마음이 읽혀 내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 집이나 하나 얻은 양 행복한 마음으로 내 곁으로 옮겨왔다. 왜 아니겠어. 월급쟁이가 어느세월에 돈 모아 집을 마련하겠는가.
 
부모를 잘 만났더라면.’ 하는 욕심이야 없겠나마는 내색을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이나마 도움이 되어 횡재라 자처하니 차라리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오히려 내 스스로가 빼어난 재력가가 아님을 한탄하며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요것 밖에 못 되는 부모이어서.’
 
물론 아들네 생각을 해서 불러들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구태여 다른 이유를 덧붙이자면, 두 늙은이만 살기에는 너무 적적하더라는 말씀이야. 아들 며느리도 자주 드나들고 손주들도 여럿이 드나들면 좋으련만, 그들에게도 나름의 생활이 있으니 나만 외롭다고 어찌 부르짖으리.
 
쉬운 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자는 식이지만 쉬운 결심은 아니었다. 그 와중에 다행인 것은 층마다 출입문이 각각이어서 각 층의 생활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아마 내 며느리도 이런 점에 후한 점수를 보태지 않았을까 싶다. 시댁 사람들을 자주 보고 싶은 며느리는 없을 테니.
 
나와 영감은 아이들이 부르는 일이 없으면 자의로 아래층을 내려가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러나 내 집에 손을 보아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아들이 소매를 걷는다. 이만하면 잘한 일이라고 그동안 외롭던 마음을 닫는다. 그만하면 늙은이 말년이 과히 행복하다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지.
 
, 학원으로 도장으로 바쁘게 생활하는 손녀 딸아이의 귀가를 돕는 일이, 영감에겐 신바람 나는 일과 중 하나다. 나도 아이의 귀가 시간에 맞추어 대문을 나서면 되는 것이고. 저만치 멀리서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턱을 받치며 조잘거리는 손녀 딸아이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일 내 아이들을 볼 수 있음에 행복해 해야지. 아니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니겠는가 말씀이야. 더 욕심은 내지 않으련다. 이만하면 늙은이 말년이 과히 궂지 않다고 자위하며,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저녁시간을 기다린다. 저녁 설거지야 내일 하면 누가 뭐래?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