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간단하게 먹고있는데 카톡에 익숙한 친구가 등장했다.
잘지내냐고 ? 묻는 말에
통했네...하면서 담주에 친구들과 함께 얼굴보자 했더니 통화를 하잖다.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해 준 여고 친구들과 조촐하게 밥한끼 먹으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톡을 한 것이다.
친구의 목소리는 달달했다.
남편이 작은회사에 취직을 해서, 집돌이가 아니라서 나를 초대 할 수 있단다.
언제든지 놀라 오라하더니, 안되겠다 싶은지 커피를 마셨나며 물으면서 동시에
당장 와서 차 마시자고 흥분한 목소리로 웃는 그녀에게
기꺼이 예스!표를 날리며 자동차 키를 찾았다.
길안내에게 물으니 거리가 17분 거리다.
이렇게 가깝게 사니 쪼로록 달려갈 수 있는거구나.
사실 내가 이사 오기 전에는 연중행사로 만나곤 했던 사이였는데
가까이 사니 한 번 더 보는게 사실이다.
아파트 속의 작은 정원을 가꾸며 사는 그녀의 집에 도착하니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게 커피를 어떻게 먹냐고 급하게 묻는다. 나는 작은정원을 먼저 둘러 보고싶었다.
그녀는 챙이 넓은 모자를 챙겨주면서 정원에 사는 기쁨을 노래했다.
그녀가 즐겨 말하는 정원에는 초여름의 햇빛을 받으며 싱그럽게 달린
빨간 앵두나무, 푸른 소나무가 잘 정돈되어 있었고, 패랭이, 낮달맞이꽃, 다알리아,
데이지, 장미...이름 모를 들꽃들이 한껏 자기자리에서 제 몫을 이쁘게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테이블에 바베큐까지 할 수 있는 도구가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저녁때가 되면 그자리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별을 구경한단다.
하늘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테이블도 잘 세팅되어 있었다.
꽃밭 오른쪽의 작은 텃밭에는 대파, 쪽파, 상추, 깻잎, 쑥갓, 가지, 고추가
이쁘게 매달려있었다.주인을 닮은 길고 날씬한 고추가 참 인상적이었다.
가지꽃도, 고추꽃도 상큼하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나는 어느새 자연인이었다.
왼쪽에는 항아리가 몇 개 눈에 띄여 신기하게 물어보는 나에게
친구 둘과 함께 된장을 담아서 먹는단다.
햇볕이 이리 잘 들어오는 집이니 어디 된장 뿐이랴
바람에 펄럭이는 이불과 작은 행주는 그녀의 깔끔함을 대변해주는 듯했다.
이젠 남편으로 부터 해방이 되어서 자유부인이 되었다는 그녀는
언제든지 놀러오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일년 남짓 집에만 있는 남편에게 어지간히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작은회사에 취직한 남편이 무조건 좋단다.
이젠 다들 퇴직해서 뒷짐지고 있을 나이에 새롭게 직장을 다니니
당연히 좋을 수 밖에.. 그것도 2주에 한 번씩 집에 오니 전생에 나라를 구한사람은
바로 그친구였다.
이쁘고 조용한 정원을 바라보며 비가 오면 비냄새 맡으면서 커피 마셔도 좋겟다 싶었다.
비가오면 텃밭의 부추와 고추를 넣어 부침을 해먹어도 맛있다는 그녀에게
그래~~비가 오면 또 올게. 했더만
언제든지 대환영이라며 무조건 자주 오란다.
상추, 고추, 부추, 삼채, 깻잎,쑥갓,
그녀가 담근 열무김치, 쌈고추장,
따기도 아까운 땡글땡글한 앵두를 투명한 통에 곱게 담아주는 그녀의 손길..
돌아오는 내 손에는 넘치는 찬거리가 종이백이 들려져 있었다.
상추하나 따면서 즐거워하고,
부추하나 따서 다듬으면서 나를 쳐다보며 웃었던
그녀의 사랑에 난 더욱 기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