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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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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말수가 없어서


BY 자화상 2018-05-14

어제 저녁 주말이라 친정 다니러 온 딸과 밤 운동을 가는 중이었다.

아구찜을 먹고 즐거운 얘기하며 ​걷고 있었다.

휴대폰 벨이 울려서 깜짝 놀랐다.

보니 아들이었다.

미안한 마음으로 저녁은 먹었느냐 물었다.

고교부터 대학이며 대학원. 또 박사과정까지

기숙사 밥만 먹고 공부하는

아들이라 내가 맛있는 걸 먹고난 후 전화가 오면 몹시 미안하다.

밥 먹었어? 하면,  네~

휴일인데 뭐했어? 하면, 그냥요~

운동하고 몸관리는 하고 있어? 하면, 네~

옷은 날씨에 따라 잘 챙겨 입고 있어? 하면 네~

뭐 할 말 있어? 하면, 없어요~

그럼 그만 끊을까? 하면 네~

잘 지내고 필요한거 있으면 전화해서 말해~하면, 네~

내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아들은 절대 먼저 끊지 않는다.

딸이 엄마는 벌써 끊어요? 한다.

뭘 물으면 네~만 하니 대화를 이어갈 재미가 없어. 했더니

밥은 뭘 먹었어? 한식 중식? 그리고

누구하고 놀았어? 어디서 휴일 시간 보냈어?

어떤 운동하고 몸무게는 얼마야?

​옷은 하나 사서 보내줄까? 바지 아니면 셔츠?

이런식으로 물어야 무슨 말을 대답하며 대화가 이어가죠~ 한다.

웃으워서 웃어버리면서 앞으로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아들은 꼬박꼬박 일요일 저녁 8시면 전화를 한다.

그런데 유머가 없다.

그게 걱정이다.

두달에 한 번 집에오면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재미있는 대화를 할 분위기가 아니다. ​

그런데 내가 설거지 하려하면 고무장갑 빼앗아 자기가 한다.

시장가면 따라가서 다 들고 온다.

슈퍼가도 꼭 따라와서 봉지 하나도 자기가 들어준다.

그런데 왜? 말은 많이 하지 않을까?

그래서 얘기좀 하자고 책을 빼앗으면 슬그머니 다시 들고 눈은 책으로 간다.

아빠께도 마찬가지다.

아빠가 원하는거는 다 해준다.

컴퓨터 다루는거, 핸드폰 새거 사서 드리며 앱 깔아주고 

사용법 알려주고.  

묻는것은 다 해주고 목욕도 같이가고.그런데 장난은 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도 자주 사서 주고 택배로 보내주고 한다.

눈으로 보고 내가 컴퓨터 문서 작성하다 더디게 하고 있으면

금새 가르켜 주고. 하다못해 돋보기 달린 손톱깎이까지 ​

일본에서 사다 줄 정도로 부모에게 잘 하고 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아마 너무 일찍 엄마 품을 떨어져 성장하여 어리광을 못하는걸까?

뭘 해달라고 부탁하는게 없다. 자기 손으로 다 한다.

옷에 단추까지도 직접 달고 있다.

내가 뭘 반성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다른 집 부침성있는 아들들처럼 장난도 치고 애교도 부리는

그런 모습을 보게 될까?

저래가지고 여자 친구는 언제 만들까?

그게 걱정이다.

다행히 대학원 졸업식때 보니까. 엄청 발게 웃고 얘기하고

활발하게 어울리고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내려오면 몇몇 친구 만나고 밥 먹고 영화보고 하는 걸

보면 친구 교우관계는 좋은 것 같다.

집에서만 말을 아끼는가 보다.

아! 생각났다.

몇년 전에 온 가족이 고스톱을 칠때 엄청 웃고

즐거워하며 장난도 했었다. ​

아빠가 몰래 패를 숨기고 들키면 벌금 물고 그럴때

더 큰 소리로 웃었다. ​

그때가 그립다. 

그래서 다음에 오면 고스톱을 쳐볼까 하는

생각이 방금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