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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BY 만석 조회 : 648

말을 하면 어디가 덧나나

말을 하면 어디가 덧나나

 

요사이 영감의 치아공사로 잦은 나들이를 하게 된다. 워낙 거금을 들이는 큰 공사인지라, 덕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아는 체면에 바가지만 씌우지 않아도 족하다는 일념으로 전철을 세 번씩이나 갈아타고 다닌다. 동부인이라기는 하지만 뚜벅이 영감은 약 1m쯤 앞서서 성큼성큼, 뒤 따르는 할멈은 아장아장. 그래도 잃어버릴라 걱정은 되는지 여러 갈래의 교차로에서는 뒤 돌아보고 당신이 이 방향으로 접어들었다는 걸 반드시 인식시킨다.

 

우리는 한 시간 반의 시간을 들여 전철을 이용하지만 한 마디도 섞지 않는다. 의도적은 아니나 구태여 주고받을 말거리도 족히 없다. 길치인 나는 앞서가는 영감을 따르면 될 것이고 워낙 운전에 능한 양반이라 길은 눈 감고도 찾아가는 재주가 있으니까. 키까지 남달라서 찾아 뒤따르기가 용이한 것도 말을 섞을 필요가 없음에 한 몫을 더한다.

 

그래도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잡거 앉아서는 이리로 오라는 눈짓은 한다.

이리 와.”라든지, “여기 앉아.”한 마디 하면 입이 부르트나? 영감의 허연머리에 주눅이 든 젊은이들이 영감에게 자리를 양보하면, 옆에 선 내 팔을 끌어다 앉힌다. 그래도 말은 섞지를 않는다. 희안한 양반이다. 말하다 죽은 귀신이 붙었는감?

 

집에서도 그렇다. 생전에 밥이 되다는가 질다는가 말을 하나. 반찬이 싱겁다든지 짜다고를 하나. 입맛에 맛지 않으면 먹지 않으면 그만이고. 숟가락을 놓으면 되는 일이란다. 이젠 출근을 하지 않아서 하루 종일 붙어 있으니 더 할 말이 없어진 것 같다. 알아서 수발 들던 마누라를 젖히고, 손수 하는 일이 많다보니 뭘 요구하는 것도 줄어들었으니 말이 더 적어졌지 싶다.

 

, 그러고 보니 영감은 원래 말이 없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니 시 작은 어머님 왈,

오이~. 색시하고는 말도 잘하네?!”별 일 다 있다는 듯이, 무슨 큰 변이나 난 듯이 떠들어대셨구먼. ‘키 큰 사람치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는데 그도 공연한 말인가 싶다. ~! 그러고 보니 소리내서 웃늘 걸 보지 못했지 싶다. 영감은 그냥 씨익~ 웃으면 그만이다.

 

정년퇴직을 한 남편을 둔 친구가 말한다. 집에 있으니 잔소리가 장난이 아니라고. 무슨 잔소리를 하냐고 물으니 시시콜콜 보는 것마다 그냥 지나치는 게 없다나?

재밌겠다.”했더니 곱게 눈을 흘기며,

하루만 데리고 살아보라.”한다.

 

그럼 우리 영감 데리고 가라.”하니 것도 싫다 한다. 왜냐 물으니,

너무 무겁고 어려워서 싫다.”한다. 히히히. 참 재있다. 나도 잔소리쟁이 친구의 남편이 싫으니 끼리끼리 살기 마련인가 보다. 친구의 남편과 내 영감을 주물러서 반반 섞었으면 좋겠다고 친구가 허리를 젖히며 웃는다. 난 것두 싫은 데. 그래도 내 영감이 낫지 케케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