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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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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응급실


BY 마가렛 2018-04-06


동생의 연락을 받고 응급실로 뛰어오니 아버진
주렁주렁 호스를 달고 뀅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엷게 웃으신다.
아버지의 모습은 며칠 전에도 친정에서 뵙기에 낯설진 않지만 병원에서 받는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혈압이 안올라가고 폐에 염증 때문에 물이 차서 힘들어하시는 아버지
이젠 말귀도 어두우셔서 잘 알아듣지도 못하시고 한쪽귀로 의존하신다.
엄마의 이상한 꿈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심 걱정스러웠는데 한고비는 넘기신 것 같다.

응급실이란 곳
다양한 환자들과 생기없는 보호자들이 옆에서 지켜본다.

오늘도 남편 출근 전에 이곳에 와서 남동생과 자리를 바꿨다.가까이 살다보니 모처럼 딸노릇을 하나보다.
오늘은 산소공급 호스까지 코에 걸고 있는 아버지가 맥없이 힘들어하신다
뼈밖에 남지않은 앙상한 등을 어루만지니 딱딱하다.순간 울컥한걸 참았다.
어깨를 주물려드리니 나약한 나뭇가지다.
춥다고 양말을 신켜 드리니 발이 허옇고 거친 돌같다.
어젠 아무것도 못드셨는데 오늘은 겨우 죽을 드실 수 있어 숟가락으로 조심스레 떠드리니 아이처럼 받아드신다.
생로병사라고
이젠 병들어 나약한 몸으로 병원에도 오기싫다고 하셨다지만 의학이 발달한 현재는 자식들이 나몰라라 할 수없다.
여기저기 기침소리와 아프다고 난동을 부리는 사람이 있는 곳이 또 응급실이다.
한풀꺽인 응급실은 조용하고 적막한 가운데 기계소리와 발자국소리로 가득하다.
밤을 세운 보호자들의 모습이 췌췌하지만 그들의 사랑과 돌봄으로 환자들이 그나마 안정을 취하고 평온한 모습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간호사들과 병원관계자들 덕분에 환자들 모두 조금씩 좋아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