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무척 높아 보였고 맑아서 좋은 날에 날씨까지 한 몫 했다.

어제처럼 바람이 심하면 좀 추울텐데 준비한 옷으로 괜찮을까 싶었던 것은 괜한 기우였다.

행사장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하하며 사진찍기에 분주해 보였고, 여기저기 기모노차림의 어여쁜 졸업생들이

최고의 날중의  하루인 오늘을 기뻐하고 즐기고 있었다.

처음 만나는 딸 친구의 어머니는 연신 밝고 경쾌한 소리로 인사와 관심을 보이며

딸에겐 작고 예쁜 꽃다발을 건네며 축하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졸업식 때 꽃다발도 들지 않는다는데 아마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춰 일부러

꽃다발까지 준비했나보다.

나에게도 작은 선물이라고 쇼핑백을 주는데 잠깐동안 멍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너무 고마웠고 정이 넘치는 그엄마의 행동에 친근감을 느꼈다.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소개해주시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연신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는

사회성이 뛰어나고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딸과 단짝친구는 아담한 일본여자들 보다 키가 늘씬하고, 귀염성있는 얼굴이었다.

그녀의 엄마또한 여유있는 큰 키에 둥근얼굴,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이었다.

연신 웃으며 일어로 말을 하다가 내가 영어로 말하면 대충 알아들어서 영어로 대답하는 그런대화 가운데

이도저도 우리가 어려워하면 딸이 옆에서 통역을 해주었다.

굿바이 인사를 나눌 때,

언제 한국에 오면 다시 만나자는 내말에 그녀는 한국을 좋아한다며 꼭 한 번 가겠다고 했다.

일본의 대학 졸업식은 우리와 달리 학사모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연상하는 졸업식은 아니었지만 색다르게

기모노와 그위에 허리 아래로 입는 품이 넓은 하카마를 입고 머리에 꽃장식을 하는게 이채롭게 보였다.

유학생들은 자기나라의 전통의상이나 정장차림을 주로 입었는데 그들에게 최고의 날인 만큼 모두가 행복해 보여

나도 괜시리 미소가 번져 나왔고 그동안 애쓰고 수고한 딸을 꼬옥 안아주었다.

저녁은 남편과 20여 년전에 함께 근무했던 일본인 친구가 딸의 졸업식을 축하해주었다.

남편과는 의형제를 맺을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잘챙겨주는 분인데 오래전에 우리집에 초대 받았을 때

저녁식사를 아주 맛있게 드신 기억이 난다. 특히 갈비와 잡체를 아주 좋아하셨다.

제법 규모가 크고 고급스러운 전통식당의 음식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들어가고 정갈하고 음식도 맛깔스러웠다.

딸에게 앞날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며 멋진 사진액자를 선물했다.

아버님의 안부를 물으며 사케선물도 잊지않고 준비하셨고, 제과까지 준비한 남편친구는 참으로 정이 있고,

언제 만나도 친절하고  유쾌한 분이시다.

우리는 그분이 좋아하는 김치와 김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김치가 보관하는게 문제가 되어 김만 준비해서 선물로 건넸더니

무척 좋아하며 와이프도 한국김을 정말 좋아한다며 고마워했다.

그친구는 얼마전 부터 일본의 고령인구에 관심을 갖고 지금은 노인들의 치매예방을 위해 연구하고 있으며

일본정부에서 지원을 받고 있어서 활기차게 활동 중이란다. 아마 머지않아 우리나라에도 수입될지 모르겠다.

신주쿠 주변은 서울의 명동이상으로 넓고 복잡하고, 볼거리가 넘쳐 언제나 사람이 넘친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을 남편과 딸의 생각이 달라 약도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어르신 한 분이 친절하게 다가오셔서 어디가냐며 물으신다.

호텔이름을 알려주니 당신이 직접 나가는 입구까지 안내하며 이야기를 하시는데 영어발음도 좋으시고

연세는 있지만 건강해 보이셨다. 당신은 전직 학교 선생님이셨는데 정년퇴직하고

지금은 지하철 안에서 관광객들을 위해 봉사를 하고 계신단다.

참으로 좋은일을 하시는 그분께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얼굴을 뵈니 눈에 총기가 있어 보여

한참은 더 봉사할 수 있겠다 싶었고,

우리나라 어르신들도 이렇게 당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좀더 밝고 활기 넘치는 삶을 살지 않을까 싶다.

그분 덕분에 호텔까지 쉽게 잘 찾아와 다행이다.

조금은 긴장되고 피곤한 하루였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정겹고 사람냄새가 나서 기분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