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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BY 만석 조회 : 687

오늘도 혼자인 것을

오늘도 혼자인 것을

 

일주일 내내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찾아 나설 사람도 없다. 등기우편물을 전하려는 우편배달부가 초인종을 누르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토요일엔 그도 없다. 그러니 애써 쓸고 닦을 재미도 없다. 그래도 날리는 먼지는 싫어서 청소기는 윙윙 돌린다. 그나마도 영감의 몫으로 묶어놔서 영감만 부지런을 떤다. 어지럽히는 사람 없다는 핑계로 걸레질은 일주일에 두어 번?

 

오늘은 토요일이니 보림이가 오겠구먼. 영감은 벌써 손녀 딸아이 맞을 준비를 해놓고도 다시 확인을 한다. 빳빳한 천 원짜리를 두 번 접어 한 손바닥에 얹어놓고 다른 손을 마주하여 대리미질을 하듯 문질러서 책상 문고리에 매달린 쌀가마니 모양의 주머니를 채워놓았걸랑. 아이는 안방으로 달려가서 잽싸게 천원 권을 꺼내어 어미에게 건네곤 한다.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아이가 현관을 나서면 할아버지는 다시 분주하지만, 나는 이미 아이의 흥미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안다. 거실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주머니로 내 달리던 아이는 집으로 돌아가기 바로 전까지도 주머니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장장 5년의 노름이었고, 이미 노랑저고리의 아줌마가 최고가(오만 원 권)인 것도 알아버린 걸. 이젠 배춧잎은 돼야 하지 않겠어?

 

오늘은 돼지밥 안 챙기니?” 현관문을 나서는 아이한테 할아버지는 어김없이 그 주머니를 상기시킨다. 신을 신으려던 아이는 어쩌면 귀찮은 마음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영감은 아랑곳없이 즐거운 표정이다. 그러니까 주머니를 비우는 재미가 보림이에게서 할아버지한테로 전수가 된 모양새다. 그래도 영감은 오늘도 일찌감치 주머니를 채워놓고 뿌듯해 한다.

 

아이의 관심이 그 주머니로부터 멀어진 것에는, 에미의 핸드폰에 기인하기도 한다. 제 핸드폰에는 게임프로그램을 깔지 못하게 하고는, 에미의 핸드폰도 할머니 집에서만 잠깐 허용되기 때문이겠다. 현관에 신을 벗어놓기가 무섭게 어미의 핸드폰을 요구한다. 이 시각부터 아이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게임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할머니. 나랑 숨바꼭질해요.”, “할머니. 우리 보물찾기 해요.” 할미네 놀러는 왔지만, 제 또래의 사촌이 있기를 하나. 제 취미에 맞는 놀이 기구가 하나 있기를 한가. 할미의 치마꼬리를 잡고 흔들더니, 이젠 그도 재미를 잃은 모양이다. 사실은 내겐 술래잡기도 힘이 들고 보물찾기를 하기도 심드렁했던 것을.

 

그러고 보니 내겐 그때가 좋았는데 말이지. 어미가 허용한 게임시간이 지나자 놀이를 청하는 쪽은 오히려 할미 쪽이다.

우리 보물찾기 할까?”한다거나, “숨바꼭질은 어때?”해 보지만, 아이도 이젠 심드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쩌랴. 보림이가 왕림하셨지만(?) 할미는 오늘도 혼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