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너무 과했나
장난감 가게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보림이가, 드이어 찾던 것을 발견했나 보다. 반가움이 얼굴 가득히 핀다. 그러나 가격표를 들여다보고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진다.
“안 되겠다. 너무 비싸서. 왜 이렇게 비싼 거야.”하며 할미에게 응원의 눈빛을 강하게 보낸다.
“얼만데?”
아이가 놓은 장난감에 붙어 있는 가격표를 들여다보았다. 18000원.
“사라. 괜찮아.”
“안 돼요. 엄마한테 혼나요.”
집을 나서기 전에 며느리가 다짐하듯 말했기 때문이겠다.
“너, 비싼 거 사면 안 된다.”
아이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섰던 게다.
“괜찮아. 할머니가 사라고 했다고 하면 되.” 할머니의 말이 썩 맘에 드는지 방긋 웃으며 장난감을 다시 집어 든다. 마음에 흡족한지 연실 방글거린다. 계산대에서 계산이 끝나자 손녀 딸아이는 가격표를 손톱으로 긁어서 떼어내고 섰다. 어미에게 가격표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심사다. 아마, 할머니가 어미에게 가격을 속여주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괜찮아. 할머니가 혼나지 않게 말해 줄게.” 아이의 마음을 읽고, 나는 열심히 안심을 시킨다.
나는 지금 손녀 딸, 보림이의 생일선물을 고르는 중이다. 사실 아이의 생일은 며칠 전이었다. 방학 중이지만 ‘방과 후 교실’과 ‘학원’을 다니느라고, 할머니에게 시간을 내 주지 못하고 주말로 약속했던 것이다. 미리 사 두었다가 주어도 좋았겠으나, 아이의 손을 잡고 제가 고르는 것을 직접 사 주고 싶었다. 토요일이 되자 아이는 잊지 않고 할머니도 알아들으라는 듯이,
“엄마. 나, 할머니랑 생일 선물 사러 가도 되요?”라고 큰 소리로 말을 했던 게다.
이렇게 해서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든 보림이의 걸음은 한결 가볍다. 아직은 18000원도 크게 알고 있는 9살 보림이가 부럽다. 아마 머지않아 그 18000원은 거금으로 불어나겠지.
“할머니. 할머니가 엄마보다 높지요?” 아이가 묻는 말의 의미를 나는 잘 안다. 제 딴에는 비싼 선물이 불안한 모양이다. 이 시간만은 할머니가 제 어미보다 한없이 높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싶은가 보다. 아마 할미가 어미보다 힘도 센 사람이기를 바라는 지도 모를 일이다.
집으로 들어서자 나는 보림이가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너스레를 떨어댄다.
“싼 걸로 하나 샀다. 비싼 건 거들떠보지도 않더라.” 등 뒤에서 어미에게 살짝 윙크를 한 사실도 모른 채, 아이는 벌써 장난감의 포장을 뜯고 내용물을 방바닥에 쏟아놓는다. 반짝이 인형들이 쏟아져 나온다. 손바닥을 모아 가슴에 얹고는 아주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와~! 이쁘다~,” 이제 엄마에게 가격 때문에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자 안심을 하는 모양이다.
무엇이 아까우랴. 보림이가 이렇게 행복해 하는데. 아이가 기죽지 말고 컸으면 좋겠다. 아들 내외에게도 그렇겠지만, 우리에겐 세상에 둘도 없는 귀한 손녀딸이다. 보림이를 볼 때마다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불끈거린다. 중학생이 아니, 고등학생이 되는 걸 보고 싶은데. 대학생이 되는 걸 바라면 욕심일까? 솔직히는 시집가는 것도 보고 싶은데. 아니, 아이 낳는 것까지…. 욕심이 너무 과했나? 보림아~! 다른 건 바라지 않으마.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튼튼하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