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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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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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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행복이라요


BY 김효숙 2018-01-24

 
엊저녁 늦게  퇴근하여 돌아온 나는 여기저기 바람을 막느라 분주했다.
물은 졸졸 틀어놓고 안방문은 꼭 닫고 잠을 잤다
혼자 자는 밤은 바람소리에도 무서움이 몰려든다.
대문 잠그고  또 안방 문을 잠그고  방범창이 있음에도  또 창문을 겹겹이 잠그고
어른이 되었음에도 왜 그리 무서운지 모른다
문풍지 바람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
뒷동산 소나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
마른 나뭇잎 바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
멍멍개 짖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
달그락 쥐새끼 반찬 담은 그릇 들추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무서울까
 
어려서는  벽에 못 하나 박아놓고 허리띠 하나 묶으고도
그게 안심이 되어도  잠을 자려면 바람소리에 문풍지 윙윙 소리에
잠을 자려면 동생과 꼭 안고 벌벌 떨다가 잠이 들곤 했었는데
난 어른이 된 지금 모두가 안전장치임에도 왜 그리 두렵고 무서울까나
 
혼자사는 내 동생은 산속에서 얼마나 무서울까 생각해 본다.
남편이 지방에 가 있다보니  혼자 있어보니
혼자 쓸쓸히 평생을 사는 동생이 안스럽기 그지없다
이 생각 저 생각속에  춥던 밤은 지나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여기저기 바람이 날 만나러 오려고 슝슝  안간힘을 쓴다.
아프고나서는 잠이 보약이라고 늦잠을 잔다.
혼자 밥을 먹으니 먹어도 안먹어도 좋으려니 그냥 게으름을 피운다.
그러다가  건강해야 내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갈수가 있지 정신이 버떡 들었다.
가스불을 켜려고 했지만 소리만 나고 자꾸 꺼진다.
아마도 밧대리가 소진되었나보다.
부루스타를 꺼내 냄비를 올려 된장국을 데우고 팬에다 고기를 굽는데
왜 그리 행복할까
쪼그리고 앉아  고기를 굽는 내 모습이 그저 행복해서 웃는다.
소풍을 온 기분이랄까.  번듯한 환경은 아닐지라도 난 소박한 환경을 좋아한다.
없으면 없는대로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그게 행복하고 감사해서  웃는다.
오늘처럼 추운 날은 이 불편함도 행복해서 웃는다.
 
커다란 접시에 고기랑 두부두쪽 머위 된장 무침 더덕 두쪽  밥은 반공기 우거지 된장국을
어릴적 엄마가  밥을 차려주시던 중반 ( 나무로 만든 쟁반)에 올려놓고 밥을 먹는데
왜 그리 기쁘고 웃음이 나올까  그저 행복해서ㅓ 웃는다.
엄마는 그  쟁반에 거지가 오면 얌전하게 수저를 놓으시고 짠지 한가지에 밥을  대접하셨었다.
맘이 곱디 고운 울엄마가 생각이 난다.
추운 사람 보면 당신이 업고 있던 내복도 벗어 입혀주시던 엄마
그런 엄마가 쟁반위에서 나를 바라보고 계신것만 같아 또 웃는다.
 
이생각에 저생각에 그저 행복해서 웃는 아침이다
 
남편에게 카톡을 하며 그대 생각에 혼자 밥 먹으니 맘이 짠하다하니
오히려 내 걱정이다.
있는 자리에서 서로 헤아리며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인r것을  깨달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