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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지는 마누라


BY 만석 2018-01-13

작아지는 마누라

 

얼마예요?”

십만.”

. 에구. 두 번에 나누어 주세요.”

약값이 생각보다 많다. 약국의 여 약사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씩 웃는다. 알아들었다는 뜻이겠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할아버지는 아뭇소리 않으시는데 그냥 미안해서 말이지.”

할아버지도 약 타 가실 때는 한 보따리씩 가져가지는데.”

할아버지 약은 괜찮은데. 말이 없으시니 더 미안하지.”

괸히 할머니 혼자서 그러셔.”

 

그랬다. 생전에 말이 없는 영감인데 약값이 많이 나왔다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런데도 약값이 많이 나오면 영감에게 미안하다.

남의 마누라는 약 안 먹고도 잘 살아주는데.’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내 손으로 영감의 약을 아무리 많이 받아 안아도 그건 괜찮다.

나는 못 난 마누란가?

 

아닌 말로, 할머니는 약을 안 자신다 해도 보약이라도 드셔야 해요. 그동안 자제분들 잘 키워놓으셨잖아요. 그리고 가게 하시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구요.”

오랫동안 한 곳의 약사로 있더니, 동네 집안 사정을 눈으로 본 듯 말한다.

어떻게 알아?”

한국 엄마들 다 그러시죠. 나 먹을 것 못 먹고 나 입을 것 못 입고 자식들 기르셨잫아요.”

 

약이 육 개월치라 약값이 많이 나왔어요.” 집에 돌아오자, 묻지도 않는 말에 나는 장황한 설명을 하며, 약 보따지를 영감에게 내밀어 보인다. 영감은 말 없이 누가 뭐래?’하는 표정이다.

그래서 두 번에 나누었어요.”역시 누가 뭐래냐구하는 식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뭐라고 말을 좀 해야지.”

아니. 누가 들으면. 공연히 말을 만들어서 왜 없는 걱정을 하나.”

 

따지고 보면 그렇겠다. 그래도 나처럼 약을 보따리로 사다 나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지 않다. 약을 먹을 일이 없이 살아주는 마누라라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말이지. 시장가는 길가, 노점의 아주머니들처럼 이 나이에도 경제활동을 하는 어부인(?)이라면 더 좋지 않겠어?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서 파지를 줍는다는 꼬마할머니도 있지 아니한가. 그러니 아무 일도 안 하면서 약보따리만 사다 나르는 마누라가 고울 리가 있겠는가 싶다. 여보~. 아니 그러하신가?

 

이럴 땐 차라리 그러게라는 말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이래도 저래도 말이 없으니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설마, 설마 그러게 말이야.’ 하는 마음은 아니겠지. 나는 참 못났다. 왜 이런 일로 고심을 하느냐는 말이지. ‘어때!’하는 뱃장을 좀 부려 볼만도 한데 말씀이야. 아서라. 이건 뱃장을 부릴만한 일이 아니다. 남보다 많은 량의 약을 먹는 것이 무슨 자랑이라고 뱃장을 부리랴. 필요한 때 필요한 약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자. 이도 못하면 서러워서 어쩌리.

 

 

 

 

 

등록
  • 승량 2018-01-14
    마음 먹기에 따라 마음도 조금은 낳지 않을까요
    기운 없게 생각마시고, 여기서 위로도 삼으시고, 약도 필요에 따라
    좋은약도 많으니 챙겨드시고, 건강 하시길 기도 할께요
    아픈거 같이 나이가 들어가며, 힘겨운 고통이 없고, 이겨울 춥기도
    하고, 몸이라도 잘 유지하시기를 요,,바래봅니다.
  • 만석 2018-01-14
    @ 승량승량님.
    승량님 말대로 건강관리하느라고 바쁜 여자랍니다 ㅎㅎㅎ.
    아직은 견뎌낼만 합니다. 부지런히 병원 뛰어다니고 기도도 하고요.
    승량님도 추운 이 겨울 잘 이겨내세여~^^
  • 세번다 2018-01-14
    갑상선이 안좋으셨다고 했던가요
    요즘 의학이 좋으니 약드시고 관리 잘하시면 되지요
    혈압이나 당뇨도 약으로 조정하고 음식조심하고 운동하면서 건강관리 하잖아요
    그럼서 보림이 대학가는것도 보셔야지요 금방이잖아요 세월이
    약값만이 드는것보다도 이제는 몸이 힘드시니 남편분한테 가사 도움도 받으셔야하고 하고
    사실 도움받음 큰소리는 아니더라도 좀 저도 그마음이해는 됩니다
    아마 저도 일을 그만두게 되고 하면 좀 제스스로 위축이 될듯해요
    누가 뭐라고 안해도

    저도 건강식품 보조제 많이 먹네요
    비타민씨 칼수슘오메가스리 아로니아
    눈에 좋고 피 맑아진다는것이죠
    그나마 그래서 비타민 만이 먹어서 그런가 감기는 그리 움직이고 추운데 다녀도 들 걸리는 편이에요
    입초시라고 이러다가 감기걸릴라 하지만
    지금도 친정 갖다줄 반찬 했습니다
    무우생채가 생각보다 이번은 맛있게묻혀졌네요
    음식이란것이 어떤때는 잘되고 어떤때는 잘안되고 그래요
    같은 음식을 하는데도
    생선조림하느라 무우하나샀더니 남는것은 그냥 무우생채했죠
    어제 해다 주어야하는데 어제는 남편생일이니 그래도 하루는 좋아하는것으로 맞추어주어야해서
    소고기미역국보다도 홍합미역국을 좋아해서 홍합 삶아서 홍합은 따로 발라내고 국물만 걸래넣어서 끓이는편이라 조금은 손이가죠

    이번 설은 식헤도 좀담가보려고 생각하고있네요
    직장다니면서 장보는것도 일이여서 한달전부터 조금씩 신선제품 아닌것들은 주말을 쪼개서 준비해놓아야할듯합니다
  • 만석 2018-01-14
    @ 세번다세번다님.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그리 바쁘게 살면서도 밝은 마음이 보여서 좋아보입니다.
    갑상선 약도 복용하고 당뇨조설도 하고 나는 건강관리하느라고 바쁘답니다 ㅎㅎㅎ.
    홍합미역국 맛있지요. 며칠 후면 영감 생일인데 나도 홍합미역국 끓여 볼까 요?
    늦었지만 신랑 생신 축하드립니다.
    나는 음식 솜씨가 없어서 ... 그래도 영감은 잘 먹어줍니다 ㅎ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여~^^
  • 수다 2018-01-13
    그렇게라도 더 나빠지지 않고 곁에서 함께 해주시길 바랄꺼예요.
    남편분도 자녀들도 바램일텐데 괜한 생각하시네요.
    자녀들 잘키워놓고 잘하고 계신데 당당하세요.
    추운데 감기 조심 하시공^^
  • 만석 2018-01-14
    @ 수다수다님.
    저도 더만 나빠지지 않았음하는 바램입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직은 남편이나 아이들은 곁에 같이 있어주길 바라겠지요? 힘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당해질래요 ㅎㅎㅎ.
    예 감기 조심할게요 감사합니다. 수다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 세번다 2018-01-13
    칠십까지 생업도하시고 아이들잘키우시고
    괜찮으십니다
    나이듬 약봉지많이늘죠
    젊었을적도 몸이약함 할수없는것인데

    칠십이면 청춘이시죠 백세시대인데
  • 만석 2018-01-14
    @ 세번다세번다님.
    칠십까짖는 팔팔했습니다요. 일 놓고 나니까 기운도 더 빠지고 사는 재미도 없어요.
    칠십이 청춘이라... 고려해 보아야겠습니다 ㅎㅎㅎ.
    바쁘게 사시는 세번다님이 부럽습니다. 건강하세요^^
  • 행복맘 2018-01-13
    저도 오늘 3개월치 약 받아 왔네요...울적해서 아들 녀석들 해 먹일꺼를 잔뜩 장봐오니 모두 나가네요
    저라도 해먹고 기운 내야지요...그렇게 생각하지 마셔요..더이상 아프지 않고 건강 유지하고 사시면 되지요
    저는 그렇게 마음 먹으려고 애써요...만석님 미끄운 길 조심하셔요
  • 만석 2018-01-14
    @ 행복맘행복맘님.
    그래도 아직 아들들 해 먹이며 사시니 한창 재미있을 때입니다. 더 아프지만 말았음 좋으련만 아픈 곳은 자꾸만 늘어나니...예 미끄러운 길 조심할게요 감사합니다.
    행복님도 건강하세요^^
  • 살구꽃 2018-01-13
    ㅠ괜한 자격지심에 그러시는군요,ㅎ 누군들 약을 많이타다 ㅁ먹고싶어서 먹나요,ㅎ 그래야 살어지니 그런거죠,ㅎ 저도 6개월씩 대학병원서 처방받어서 약은 동네 약국서 팔어주네요,약사님이 편하고 정이가서요,
    대학병원 앞에서 약을 타온적은 한번도 없네요.저도 일년에 두번을 정기검진하러 다녀요. 8년됐니봐요..ㅠ
    사구체신염 환자라서 저는 영양제 하나도 내맘대로 못먹고 교수님께 물어보고 허락받고 먹어야해요,
    내맘대로 보약도 못먹고요,,ㅠ 이병땜에 실비 보험도 못들고요, 실비보험을 들었다가 일주일만에 해약하고 그 다음해에 신장에 사구체가 고장나서 40프로 가까이가 날라갔대요, 소변에서 단백뇨가새고 그래서 큰병원서 거검사해보고 사구체신염 판정을받고 약먹고 지금 그러고 있네요, 병원 갈때마더 긴장되고 걱정되죠, 콩팥기능이 혹여하도 더 나빠졌다소리 들을까봐요,,ㅠ 얼마나 이병이 신경 쓰이는병인지 몰라요..ㅠ 아직까지 크게 나빠진건없고 괜찮다는 교수님 말을 듣고서야 그제야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볍지요,

    고생해서 4남매 훌륭히 키워내셨는데..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ㅎ 더이상 건강에 이상만 안오게 관리 잘허시고 남편분과 행복하게 노후를 편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만석님 자녀분도 아마 저랑 같은 생각일테니요,ㅎ
    저는 친정 부모님 두분다 요양원에 계시잖아요,,ㅠ 기저귀차고요, 그러니까 제가 여기다가도 늘 쓰잖아요,
    이제그만들 보내드리고 싶어서요,,ㅠ 근대 것도 어디 맘대로 되나요, 명이되야 가는거지요,
    울엄마도 참 깔끔하고 경우 바르고 그랬던 양반인데..파란만장하게 사신엄마지요,엄마를 떠나서 같은 여자의 일생을 생각해보면..참 팔자도 드러운 팔자라고 그리 생각들지요,,쓰다보니 글이 길어지네요,ㅎ 암튼 마음 약한 생각 하지마시고 굳건하게 건강하게 사시는 날까지 더이상 크게 아프지만 마시길 자식들은 다들 바랄거네요,ㅎ 눈길 항시 조심하시구요,,즐겁게 사셔요..^^
  • 만석 2018-01-14
    @ 살구꽃살구꽃님.
    더만 약을 필요로 하지 않았으면 참 바랄 게 없겠지요.
    그런데 약은 자꾸만 늘고 마음은 약해만지니 ...자식들이 그만 가셨으면...하는 목숨은 산 목숨이 아니라고 생각은하지만 목숨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걱정입니다. 기저귀 차고 버티고 싶지는 않지만 죽고 싶은 마음은 일푼어치도 없습니다. 그저 사는 날까지 아이들 걱정시키지 않도록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눈길 조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