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반도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89

알콩이와 달콩이7


BY 러브레터 2017-09-27

알콩이와 달콩이7 

 

다시 아픈 사랑하고 싶지 않아!”

왜 나만 아파야 되는데?”

 

 

헉헉!

차가운 밤공기가 목줄기로 아프게 스며들어도 그에게 달려가는 이 순간이

두근두근 설레인다.

텅 빈 편의점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힌다.

 

아직 우리 끝난거 아니죠?”

 

꼼짝도 하지 않는 그의 뒷모습이 야속하다.

 

먼저 끝내자고 한게 누군데 다시 말을 바꾸는거죠?”

 

차가운 목소리에 섬찟한 느낌마저 든다.

 

그럼 이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군요!”

 

“ ..................................................”

 

대답이 없는거 보니까 맞나 보네요!”

통장에 아직 돈이 안들어 왔던데요!”

 

아직 짜른다는 말 안했는데요!”

얼른 일 안하고 뭐해요?”

 

그는 대걸레를 손에 쥐어 주며 방긋 웃어 보인다.

 

아직 우리 사이 끝나지 않았어요!”

앞으로 윤서후씨 마음대로 끝낸다는 말하기 없기예요!”

 

 

친구야! 이제 아픈 사랑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

어쩌면 나를 너무 아픈 사랑에 길들여지게 한 건지도 몰라!’

그 사람이 매일 불러주는 이름이 어색하지 않은 날이 올 것 같아!’

아니, 어쩌면 벌써 그 행복한 날이 왔는지도 몰라!’

 

 

교복커플의 재밌는 소꿉놀이는 하루가 지나고 일년이 지나도 쭉 계속 되었다.

 

내가 졌네요!”

요즘애들 같지가 않아요! 저 녀석들 사랑이 뭔지나 아는걸까요?”

오늘 약속대로 퇴근하고 와인 어때요?”

 

끄덕끄덕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와인보다 맛있는 막걸리

 

간판을 보는 순간, 빵 터지고 말았다.

 

여기가 와인바예요?”

 

와인보다 맛있다잖아요!”

그걸 어떻게 장담할 수 있죠?”

 

여기 사장이 제 친구예요!”

그러니까 믿고 한 번 마셔봐요!”

 

저 막걸리 못마시는데요!”

 

걱정말아요! 서후씨가 지금까지 마신 막걸리는 다 가짜라서 그런거예요!”

여긴 주인장이 직접 담가서 파는 일명 핸드메이드거든요!”

 

보기보다 입맛이 저렴하네요!”

양주나 위스키 아니면 안마실거 같은데 의외예요!”

 

널찍한 사발에 뽀얀 막걸리를 따르면서 속삭인다.

 

한 번 믿고 마셔봐요! 와인보다 맛있어요!”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예약을 하고 빛깔 고운 와인이 찰랑거리는 잔을 앞에 두고 스테이크를 우아하게 썰며 사랑을 속삭이는 그림같은 모습은 무참하게

깨져 버리는 슬픈 순간이다.

 

서후씨 족발 좋아해요?”

 

없어서 못먹어요!’

 

여기 주인장 음식솜씨가 끝내주거든요! ”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다.

겉멋에 취해 있는 왕자가 아니라서 더 끌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인 듯 명품아닌 명품으로 치장을 하면서도

소탈하고 서민적이다.

 

 

사실 오늘부터 이 건물 식당투어를 해야 되거든요!”

 

?”

 

여기 주인장이 이 건물 하나를 다 식당으로 만들었어요!”

내일은 뭐 먹을까요?”

혹시 블로그해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 벌써 유명한 맛집도 생겼어요!”

커피가 맛있는 집도 있고요!”

 

그러고 보니 블로그에서 많이 본 건물이다.

조상이 대대로 나라를 위해 헌신한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하늘에서 이렇게 큰 은총을 베풀어 주셨을 리가 없다.

진짜 와인보다 맛있다.

그 사람과 마시는 막걸리라서 그런지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서서히 가슴에 한발자국씩 가까이 다가오는 사랑이 두렵지 않다.

그 인간에게서 느꼈던 서러움과 울분은 정화되고 맑아지는 기분이다.

 

첫데이트가 막걸리처럼 구수하게 시작되는 건가요?”

 

이런 분위기 마음에 안들어요?”

 

도리도리

고개를 내저으며 방긋 미소가 머문다.

처음으로 그렇게 환하게 웃어 본다.

 

저도 이런 분위기 좋아해요!”

막걸리 진짜 와인보다 맛있는데요!”

가게 이름 진짜 잘 지은거 같아요!”

 

여기 주인장이 시인이거든요!”

그래요?”

 

! 시집도 냈는걸요!”

막걸리도 시를 쓰는 마음으로 빚는다고 그러더라고요!”

 

시를 쓰는 마음으로 막걸리를 빚는다!

대접에 가득 담긴 막걸리에 낭만이 묻어 난다.

 

상추에 족발과 야채들을 예쁘게 싸서 입술 가까이 내미는 그의 손길이 따스하다. 한 번도 그런 사랑 받아본 적이 없기에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왜 입 안벌려요? 들고 있는 손 아프거든요!”

 

입을 벌리자마자 입안으로 가득 스며드는 그의 사랑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가슴 가득 행복 바이러스가 충만해진다.

 

이 주인장이 못하는 요리가 없어요!‘

조리사 자격증도 종류별로 있거든요!”

 

그럼 이 건물 음식점 요리메뉴를 혼자 다 요리하나요?”

 

! 솜씨가 너무 좋으니까 여기저기서 체인점 만들자고 난리였죠!”

그래도 눈 하나 깜빡 안해요!”

자기 요리를 공장식으로 만들어 파는게 너무 싫대요!”

 

참 멋있는 사람의 멋있는 친구다.

 

막걸리 맛있죠?”

 

끄덕끄덕

 

생각보다 잘 마시네요!”

맛있다고 많이 마시다가 큰일 나는 수가 있어요!”

 

알아요! 머리 아파서 아침까지 고생하거든요!”

 

이건 수제 막거릴라 덜 하지만 과음은 금물인거 알죠?”

 

끄덕끄덕

막걸리보다 그의 빛나는 눈동자에 취해 버린다.

 

후식으로 전통차 어때요?”

 

?”

커피가 아니라 전통차네요!”

 

오늘은 전통모드로 가는게 어때요?”

 

설마 그 차들도 친구분이 다 만들어 파는건가요?”

 

! 전통문화원 인간문화재 선생님한테 정식으로 배웠어요!”

 

참 대단한 친구네요!”

 

감기기운 있는거 같던데 배랑 생강넣고 끓인 차 어때요?”

하루 종일 일하려면 감기를 빨리 보내야죠!”

 

입구부터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찻집에서 풍겨오는 쌍화차 냄새가

온몸을 힐링시켜 주는 기분이 들게 한다.

 

쌍화차로 멘 바꿀까요?”

 

끄덕끄덕

 

좋아요!”

쌍화차도 직접 달여 파는건가봐요?”

 

당연하죠! 이 집에서 제일 인기있는 차인걸요!”

블로그에도 여기 쌍화차 한 잔을 감기가 뚝 떡어졌다고 많이 올렸던데요!”

 

막혔던 코가 뻥 뚫리는 기분이다.

약과를 입속에 넣어 주는 그의 부드러운 손길에 취하고 만다.

 

오늘 우리의 첫날이 저물어 가네요!”

내일 할 일이 많아서 그런데 새벽까지 일할 수 있어요?”

 

? 무슨 일인데요?”

 

건물주이자 사장님이 그냥 여행 간게 아니라 해외봉사하러 간거거든요!”

이것저것 챙겨 보내라고 한게 많아서요! ”

아르바이트생이랑 둘이 하기에는 너무 벅차거든요!”

 

얼마나 많이 보내야 하는데요?”

 

거기 학교 애들이 많아서 편의점을 다 털어야 할 것 같아요!”

 

그와 함께라면 어떤 일이라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달콤한 사랑이 살금살금 다가와

성큼성큼 가슴에 내려앉는다

 

 

 

쨍그랑!

이를 어쩌나!

달콩이가 그만 그릇을 깨고 말았어요

알콩이 몰래 요리를 하다가 또 사고를 친거예요

알콩이는 한숨을 쉬다가 그냥 웃어 버렸어요

깨진 그릇은 또 사면 되지만 달콩이는 헤어지면 다시 만날 수가 없거든요

하루가 멀다 하고 알콩달콩이네 집은 죽어간 그릇들이 무덤을 만들어요

달콩이는 어떻게 해서든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불타 올라

견딜 수가 없었어요.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그릇에 끓이고 볶는데도

타고 달라 붙어 먹을 수 없게 되는걸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오늘은 스파게티를 잘 만들어 보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지만

또 실패하고 말았어요

스파게티면을 너무 오래 삶아 냄비에 달라붙고 말았지 뭐예요?

너무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꾹 참고 다시 물을 끓였죠

알콩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했어요

물이 끓자 면을 삶고 소스를 볶았어요.

여기까지는 블로그에서 본것처럼 잘 된 것 같았거든요

마지막으로 그릇에 답는게 문제였어요

알콩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며 너무 들떠서 그만

스파게티를 그릇에 담다가 떨어뜨려 깨지고 말았어요

달콩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어요

그릇이 깨진것보다 애써 만든 스파게티를 알콩이에게

주지 못한다는게 너무 속이 상했어요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그릇을 꺼내려고 하는데

어머나! 세상에!

그릇이 하나도 없는거예요!

씽크대 안도 텅 비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된건지 몰라 한참을 그릇 찾아 헤맸어요

알콩이가 보더니 그러는거예요

네가 다 깨먹었잖아!

달콩이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기절할뻔 했어요

분명히 지난주에도 쇼핑몰에서 그릇을 샀는데 하나도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그릇이 하나도 없는거예요!

날마다 쩅그랑!

쨍그랑!

장단맞춰 그릇들이 춤을 춰요

어제도 신나게 춤을 추고

오늘도 춤을 추었어요

그래도 알콩이와 달콩이의 사랑은 절대로 깨지지 않았어요

 

 

 

친구야! 나 이 사랑 받아도 되는거지?’

지금 이 행복 꿈은 아니겠지?’

처음으로 내 이름을 불러 준 사람이었어!’

내 존재를 알게 해 준 그런 사람!’

이제 나 외로워하지 않아도 되는거지?’

이제 나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거지?’

하루를 울면서 지냈던 지난 시간들 다 떨쳐 버려도 되는거지?’

 

꿈이 아니길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