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고 삼십년 만에 만난 여고 동창이 그 시절, 날 엄청 부러워했노라고 한다.
뜻밖이다.
우리 반 반장이었고, 공부도 잘했고, 이쁘고, 부잣집 딸이었는데.. 날 부러워 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소심한 자신에 비해 나는 늘 자신만만한 아이였단다.
그 까닭이 궁금했는데 이제 알았다면서, 우리 아버지가 그 이유라고 한다.
상담을 공부하고 많은 사람과 접하면서, 아버지하고 사이가 좋아야 자신감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가...하필이면 어머니가 아니고 왜 아버지일까...
내가 키운 아들과 딸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가끔 있다.
자기는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라고 딸이 그런다.
내가 봐도 그런 것 같다.
아들은 말로는 자신만만해 하는데 그것이 지나쳐 혹시 열등감이 있는 것 아닌가...의심스러울 정도다.
열등감이 아니라면 저리 과장되게 자신만만해 할 필요가 있을까...싶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신감을 길러주기 위해 나름 노력한다고 했는데 왜 그럴까...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다 어머니가 아니고 아버지여야 했던 이유를 알았다.
우리집 개 두 마리는 주로 내가 먹이를 준다.
식당을 하는 집이니 때로는 싱싱한 쇠고기와 비씬 횟감이 먹이가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은 주로 내가 줄 수 밖에 없다.
산책은 남편, 나 그리고 개 두 마리 넷이 같이 다닐 때가 많다.
남편이 없을 때, 우리집 개들은 산책을 거부한다.
처음부터 집 밖에 나서길 거부하거나 아니면 나갔다가도 금방 집으로 가자고 한다.
키우는 개에게 무시당하는 것 같아 조금은 자존심이 상한다.
먹을 것도 내가 주는데...왜 나랑은 산책하기가 싫다는 거야...참 내...ㅉㅉㅉ
뭐든, 왜 그럴까...를 따지는 낸시 그 이유가 궁금하다.
며칠 전, 개 목줄을 풀어놓고 산책시키는 개공원에 갔다가 핏불 두 마리를 만났다.
핏불은 그 공격성으로 악명이 높은데, 사람을 공격하는 개 순위에서도 단연코 일등이다.
핏불 두마리와 우리 개가 처음에는 사이좋게 어울려 노는 듯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으르렁거리며 우리 개를 공격한다.
'오...노우!' 놀란 내가 소리 질렀다.
들은 척도 안한다.
'노우!' 뒤늦게 남편도 소리를 질렀다.
내가 소리칠 때는 꿈쩍도 안하더니 남편의 소리에 찔끔하여 공격을 멈추고 제 주인에게로 갔다.
'아하...알았다. 그런 것이었어. 그래서 그랬던 거야...'
드디어 우리 개들이 남편이 없을 때 산책을 거부한 이유를 알았다.
개들은 내가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본능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개도 알 수 있는 것을 사람이 모를 수는 없지.
가정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이 누구인지, 아이들은 본능으로 아는 거야.
어머니가 아니고 아버지하고 친해야 안전하다...이거지.
아버지하고 사이가 좋은 아이가 자라서 자신감을 갖게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어.
집안의 최고 힘있는 사람이 인정해주고 안해주고가 그 차이를 만드는 거다.
어제 아침에도 남편이 그런다.
자기 생각에 우리 아이들은, 웃기는 것들이란다.
아버지여야 했던 거야.
그래 내가 밥 먹여 키우는 강아지들도 아는 것을 우리 아이들이 모를 리 없었겠지.
내가 늘 자신만만했던 이유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 아버지였던 거야.
내가 무슨 말을 하건, '조옿지'라고 맞장구쳐 주던 아버지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이었어.
이년 전에 쓴 글인데 아버지에 관한 글은 여기 모아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