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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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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피스 천문대


BY 만석 2017-09-15

그리피스 천문대

영국의 ‘그리니치천문대’라면 몰라도 ‘그리피스천문대’는 생소했다. 그만큼 내 천문학적 상식은 바닥이었다. 켈리포니아의 로스안젤러스에 이만큼 유명한 천문대가 있었다니. 천문대로 가는 동안 사위는 기분이 들떠서 숨이 가뿐 정도란다. 그리피스를 방문한다는 게 그에게는 어마어마한 기대를 주는가 보다. 그러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그 맛을 안다’하지 않던가.

 

‘푸코의 진자’가 홀의 중앙에서 우리를 맞는다. 푸코는 지구의 자전을 증명한 과학자라고 한다. 설명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의 반응에 따라 기운이 나기 마련이다. 사위와 딸은 주거니 받거니 죽이 잘 맞는다. 나는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가느다란 줄의 끝에 매달린 추에 불과한 저것이 지구의 자전을 증명한다고? 도통 ‘쇠귀에 경 읽기’이다. 그렇다 하니 그런가 했지. 그것이 위대한 발명품이라는 것을 안 것은 사위의 긴 설명이 끝나고 난 뒤였다.

 

아항~.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사용하던 망원경이란다. 이런 건 알아듣겠구먼.
오호~, 폴로네타리움. 누워서 보는 천체영화. 큰곰자리도 오가고 사자자리도 보인다. 은하수가 선명하고 온갖 별무리가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돈다. 이런 좋은 기회를 그저 별무리로만 알아보는 얄팍한 상식이 아쉽다 못해 부끄럽다. 아나운서의 설명도 ‘쇠 귀에 경 읽기’ 쯔쯔쯔. 한심한지고. 알고 싶어도 물어보고 싶어도, 혹여 더 큰 무식이 탄로 날라 싶어서 입을 다문다.

 

아항~! 서울의 촌할미에게는 이런 게 흥미거리지. 마당에 내려서자 ‘제임스 딘’의 동상이 보인다. 천문대에 왠 배우의 동상이? <이유 없는 반항>, <에덴의 동쪽>, <자이안트>의 주인공으로 내 맘을 설레이게 했었지. 사연인즉, <이유 없는 반항>의 마지막 촬영지가 이곳이어서 기념비를 세웠다고 한다. 단 세 편의 영화에 주연을 맡고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한 그를 나도 좋아했다. 천문대 마당에 영화배우의 동상이 생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제임스 딘’에 대해선 나도 좀 아는 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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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피스천문대는 LA의 야경을 보는 게 명물이라는데 과연 어둑해지자 그 전경이 진기하게 펼쳐진다. 사위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교통이 얼마나 혼잡하겠느냐며 급히 그리피스를 떠났다. 이곳에서도 <할리우드 사인>이 선명하게 보여서 사진 촬영에 열을 올리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왜 그렇게 <할리우드 사인>에 열광하는지 도통 모르겠다. 미국의 관광을 이야기 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상식으로 말하자면 아는 것이 없고, 그나마 인터넷이 발달해서 내가 말할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BCD순두부로 저녁 식사를 했다. BCD란 <북창동>을 뜻하며, 한식 순두부 식당인데 보통 7~8팀이 줄을 서기는 보통인 아주 성업 중인 식당이었다. 곁에 일본식 ‘스시집’이 있었으나 별로 인기가 없는 것 같았다. 홀에는 동양계 손님이 많았지만 서양인도 많았다. 역시,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한국인의 긍지를 보는 것 같아서 아주 자랑스러웠다. 딸의 집에서 가까워서 오가는 길에 자주 들르지만, 그래도 질리지는 않으니 역시 명물이다.
         
          그리피스 천문대  그리피스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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