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다시 차를 몰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오늘은 다행히도 한가했다.
매일 북적이는 곳이라 걱정을 하면서 왔었다.
그녀는 제일 전망이 좋은 창가쪽으로 민아를 데리고 갔다.
민아는 자리에 앉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다.
“와!너무 멋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민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치 모델처럼 민아는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그녀는 메뉴판을 민아에게 건네며 고르게 했다.
생전 처음 보는 메뉴들이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참을 고민하다가는 그녀앞에 메뉴판을 들이밀었다.
고개를 흔들며 무얼 먹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미소지으며 어린이 메뉴를 선택해 주문했다.
나이프로 자르지 않아도 포크로 찍어 먹을 수 있는걸로 선택했다.
민아는 고기를 무척 좋아햇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포크로 찍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그녀는 당황하는 눈빛으로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이거 이모 주는거야?”
민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치원에서 어른 먼저 드리고 먹으랬어!”
그녀는 갑자기 감격의 눈물이 흘러 내렸다.
입안 가득 민아의 사랑이 느껴졌다.
사랑스런 민아의 먹는 모습을 카메라에 가득 담았다.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오자 민아는 환호성을 질렀다.
“어제 짱구가 아이스크림 먹었다고 자랑했는데..”
“나도 내일 가서 꼭 자랑해야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딸을 가진 하순이 부러웠다.
한 번의 상처로 다시는 가질 수 없는 아이였다.
희철이 가장 받고싶어하는 선물이 무언지 알면서도 애써 외면해야 했다.
상처가 될까 두려워 차마 말하지 못하는 그의 아픔을 억지로 가슴에 삭이고 있다.
그녀는 그런 희철이 고마웠다.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이스크림을 먹던 민아는 냅킨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울지마!이모!”
“내가 아이스크림 혼자만 먹어서 그래?”
민아는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응!우리 민아가 맛있는거 혼자만 먹으니까 괜히 심술이 나잖아!”
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민아는 숟가락을 하나 더 가져와 그녀에게 내밀었다.
“내가 오늘만 이모한테 양보한거다!”
그녀는 아이스크림 한 숟가락을 입안에 가져갔다.
참으려고 애를 써도 자꾸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민아에게 들킬까봐 억지로 삼켜야 했다.
목줄기를 아프게 타고 흐르는 눈물이 그녀를 더 힘들게 했다.
민아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아이를 달래듯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이모가 오늘은 왜 이렇게 슬플까?”
“민아가 어떻게 해주면 기분이 풀릴까?”
손가락을 턱에 가져다 대며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척 했다.
그런 민아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 그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어!이모가 웃었다!”
"근데 민아가 너무 예뻐서 웃은건가?“
그녀는 꿀밤을 한 대 쥐어 박으며 아이스크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었다.
문자벨이 울렸다.
오늘 주문했던 추억의 먹거리들이 택배로 오는 날이다.
그녀는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벌써 집앞에 택배직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자 가득 들어있는 먹거리들을 보니 왠지 마음이 뿌듯했다.
민아는 처음 보는 먹거리들이 신기한 듯 한참동안 만지작거리며 좋아했다.
우선 빠진게 없는지 하나씩 체크했다.
못난이 인형이 품절되어 배달되지 못했다.
그녀는 가장 갖고싶었던 것이었기에 너무 아쉬웠다.
배달되려면 일주일이 걸려야 했다.
민아는 아폴로를 보자 신기한 듯 뜯으려고 했다.
“빨대에 뭐가 들어 있는걸까?”
그녀는 혹시나 먹을까봐 빼앗아 버렸다.
“그냥 보기만 해!”
“애들이 불량식품 먹으면 못써!”
민아는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왜 이런거 잔뜩 산거야?”
“먹지도 못할거면서 민아 약올리는거야?”
민아는 아폴로를 집어 던지며 말했다.
“어른들은 어렸을 때 먹을게 없어서 먹은거지!”
“그리고,이제 다 컸으니까 이런거 먹어도 상관없어!”
그녀는 민아를 애써 타이르며 다정스럽게 말했다.
“나도 다 컸단 말이야!”
“왜 나만 안되는데?”
정리해놓은 먹거리들을 바닥에 패대기치고 발길질을 해댔다.
발로 짓밟으며 심술내는 민아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때리는 시늉을 하며 혼을 냈다.
민아는 울음을 터뜨리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녀는 정리할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찔했다.
과자들은 다 부서지고 난리가 났다.
어떻게 정리를 해야할지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다.
긴 한숨만 내쉬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희철은 그런 그녀를 웃으면서 한참동안 바라보기만 했다.
부서진 과자봉지 하나를 뜯어 입속에 넣으며 말했다.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아서 긴 한숨이야?”
그녀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과자를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이 얄밉게 느껴졌다.
“내가 정리할테니까 지난번에 주문 못한거 더 살펴봐!”
“엣날 잡지랑 영화 포스터 더 찾아보고!”
그녀를 일으켜 컴퓨터앞에 앉혔다.
전원 버튼을 누르고 어깨를 다독여 주며 볼에 입맞춤을 했다.
“커피 마실래?”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희철은 문득 커피 전문점에서 그녀가 선물해준 하트 초콜렛이 생각났다.
커피가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도 그 때처럼 그녀가 초콜렛을 사줄지 궁금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희서야!”
인터넷 검색을 하던 그녀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지난번처럼 하트 초콜렛 선물받을 수 있을까?”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커피 떨어졌구나!”
“그 커피 전문점 나도 생각했는데!”
“주문하던거 마저 끝내고 같이 가보자!”
그녀는 옛날 영화 포스터 주문을 끝내고 전원을 껐다.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몰래 보다가 들키던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화장을 곱게 하고 어른 옷을 입고 나가면 아무도 학생인걸 모를만큼 성숙했던 그녀였다.
그녀는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웠다.
영화 포스터속에 담긴 추억들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서 혼자 웃어?”
희철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녀는 대답도 하지않은채 한참동안 웃기만 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보는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냥 그대로 그녀가 웃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얼굴 가득 드리워진 우울한 그림자가 저만치 달아난 느낌이었다.
커피를 마시며 한참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행복이었다.
한 번도 그녀의 얼굴에 미소를 선물하지 못했었다.
가슴 가득 자리했던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오빠랑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 보던 시절 떠올리며 웃었어!”
학창시절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영화보는걸 광적으로 좋아했었다.
한 때는 영화감독을 꿈꾸며 흉내를 내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 시절 장난처럼 찍어두었던 오래된 필름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지지직거리는 화면에 볼품없는 줄거리가 마냥 우습기만 했다.
이번 가게 오픈때 기념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그 때는 정말 소중한 추억이었다.
다시 그 행복했던 시간들로 돌아가고 싶었다.
지금처럼 아픔없이 로맨스만 꿈꿀 수 있는 그 시절이 그리웠다.
눈을 감고 한참동안 회상에 잠겼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떠올리고싶지 않은 아픈 기억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눈물을 닦으며 커피잔을 비웠다.
“커피 이게 마지막이지?”
젖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애를 써도 주책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를 감싸 안으며 속삭였다.
“네 지난 아픔까지 난 다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 혼자 미안해 하지말고..”
“혼자만 아파하지 마!”
그녀는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다시는 서로를 놓치지 않으리라 굳은 다짐을 했다.
밖에서 혼자 놀던 민아가 투덜거리며 들어왔다.
놀란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두 사람은 태연한척 했다.
“둘이 안고 뭐 한거야?”
민아는 짖궂게 웃으면서 계속 물어보았다.
그녀는 민아의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으며 말했다.
“어른들 하시는 일에 끼어드는거 아니거든!”
“꼬마 아가씨!”
“저기 어질러 놓은건 어떡할거니?”
어질러진 물건들을 가리키며 꾸짖었다.
민아는 갑자기 꾀병을 부리며 눈치를 살폈다.
“아까 놀다가 넘어져서 팔이 아픈데 어쩌지?”
“아이고!팔이야!”
점점 엄살을 부리며 두 사람을 약올렸다.
“팔이 아프니까 집 보고 있어야겠네!”
“우린 맛있는거 사러 나갈건데!”
두 사람은 나가는 시늉을 하며 약을 올렸다.
민아는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어 한 손씩 잡고는 방긋 웃어 보였다.
“나 아프니까 부축하면서 가야돼!”
그런 민아가 사랑스러웠다.
오랜만에 거니는 한강변이었다.
마지막 가을을 맞이하는 강바람이 차가웠다.
희철은 웃옷을 벗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주었다.
민아는 희철을 보며 투덜거렸다.
“나도 추워!”
“왜 나는 안벗어주는거야?”
그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었다.
샘이 많은 민아를 감당하기 힘들때가 많았다.
그녀는 한참동안 웃기만 했다.
샘을 내는 민아가 너무 귀여웠다.
웃옷을 민아에게 걸쳐주며 말했다.
“민아는 이 다음에 남자친구한테 사랑 많이 받을거야!”
“왜?”
“애교가 너무 많아서!”
민아는 치마처럼 큰 희철의 점퍼를 걸치고는 장난을 쳤다.
그런 민아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민아의 꿈은 모델이 되는거다.
그래서인지 사진을 찍을때마다 취하는 포즈가 예사롭지 않다.
풀밭에 엎드려 턱을 고이고 웃어 보였다.
오래만에 카메라를 든 그도 신이 났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마치 다정한 부녀사이처럼 민아와 희철의 사진촬영은 한참동안 계속 되었다.
희서의 휴대폰벨이 울렸다.
하순이었다.
상덕의 손에 신경이 돌아왔다는 반가운 전화였다.
그녀는 들뜬 목소리로 크게 말했다.
“그래요?”
“너무 축하해요!”
“정말 잘 됐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일인 듯 신이 나 있었다.
오늘 축하파티를 하기로 했다.
사진을 찍던 희철이 궁금해 달려와서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신이 나 있어?”
그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
“상덕씨가 신경이 돌아왔대!”
“너무 잘 됐어!”
“오늘 축하파티하기로 했어!”
그의 입숙에 진하게 입맞춤을 하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민아는 달려와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나도 뽀뽀해줘!”
희철은 민아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리며 말했다..
“네 애인한테 해달라고 그래!”
민아는 심술을 내며 투덜거렸다.
"치사해서 나도 안해!“
그녀는 돌아서 가버리는 민아의 등뒤에 대고 말했다.
“그럼 우리만 마트 간다!”
민아는 말이 없었다.
그는 얼른 달려가 민아를 번쩍 들어올렸다.
민아가 좋아하는 비행기를 태워주며 화를 풀어 주려고 애썼다.
금새 민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잔뜩 어질러진 집안이 걱정이 되었다.
상덕이 보고는 호통을 칠게 뻔했다.
아무래도 얼른 가서 집안부터 정리를 해야할판이었다.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핸드폰 벨이 울렸다.
상덕이었다.
전화를 받기가 두려웠다.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나 없다고 집안꼴이 이게 뭐냐?”
“아주 난장판을 만들어 놨네!”
“프린터는 쓰려면 제대로 다 쓰던가!”
“여기저기 메뉴판 어지럽혀져 있고!”
“과자며 사탕이며 여기저기 뒹굴고..”
계속 되는 상덕의 호통소리에 귀가 따가웠다.
그녀는 수화기를 멀리 하고 들어야 했다.
하순이 투덜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그녀는 미안해서 할 말이 없었다.
“나 퇴원 선물 한 번 기가 막히게 좋은거 해준다!”
“대신 맛있는거 왕창 사와라!”
그녀가 대답하려는 순간 전화가 끊어졌다.
희철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뭐라고 그러는데?”
“혼난 표정인데!”
그녀는 귀를 막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주 호되게 혼났어!”
“퇴원선물 기가 막히게 좋은거 한다고!”
“맛난거 왕창 사오래!”
그는 그냥 웃기만 할뿐이었다.
“아빠 왔어?”
민아는 신이 나서 뛰어 다녔다.
풀이 죽어 있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그가 말했다.
“얼른 맛있는거 사가지고 가서 아부해보자!”
민아는 벌써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오늘부터 세일기간이라 마트안은 북적거렸다.
민아를 카트에 태우고 장을 보았다.
와인을 한 병 샀다.
상덕을 위해서는 가벼운 술이 좋을 것 같았다.
안주로 치즈와 초콜렛을 샀다.
민아는 동물모양 과자를 보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사달라고 졸랐다.
그녀는 가격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예전에는 천 원이면 비닐봉지 한가득이었는데 지금은 한 봉지 사먹기도 힘들었다.
과자를 들고 한참동안 망설였다.
그런 그녀가 못마땅했는지 민아가 얼른 낚아챘다.
먹고싶은 과자가 있어도 눈요기만 하고 입맛만 다셔야 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파인애플을 세일하고 있었다.
반가운 표정으로 시식용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달콤새콤한 맛이 입안을 행복하게 했다.
그의 입안에도 한조각 넣어 주었다.
얄미운 민아에게도 한 조각 넣어 주었다.
그녀는 비싸서 하나만 사려고 하자 희철은 하나 더 카트에 집어넣었다.
그녀가 좋아하는걸 마음껏 먹게 해주고 싶었다.
바나나도 세일을 해서 한다발 샀다.
민아가 좋아하는 오렌지도 샀다.
어느덧 밖은 어두워져 있었다.
시계를 보니 저녁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급한 걸음으로 마트를 빠져나왔다.
상덕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기위해 치킨집에 들렀다.
오늘은 색다른 맛을 사고싶어 간장양념을 한 치킨을 샀다.
그녀가 요즈음 좋아하게 된 치킨이다.
희철은 일부러 그녀가 좋아하는걸로 샀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그에게는 그녀밖에 없었다.
그녀는 상덕에게 혼날 생각에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런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어깨를 토닥였다.
“형이 말로만 그런다는거 알잖아!”
“업어줄까?”
그는 앉아서 등을 대보이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등에 업혔다.
언제나 그의 등은 따스하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그는 그녀를 업을때가 너무 행복했다.
양손에 장을 본 봉지를 들고 바쁜 걸음을 옮겼다.
민아는 벌써 집에 도착해 있었다.
등에 업힌 그녀를 보며 하순이 투덜거렸다.
“일한것도 없으면서 웬 엄살이래?”
“서방님 그러다 허리 고장나면 어떡하려고 그래?”
그녀는 얼른 등에서 내리며 쑥쓰러운 듯 웃어 보였다.
상덕은 오랜만에 본 민아가 너무 반가웠다.
가슴 가득 품에 안으며 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민아는 상덕의 품이 그리웠었다.
한참동안 품에서 떠나지 않고 안겨 있었다.
과일을 씻는 하순은 긴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민아가 어질러 놓은게 뻔하긴 하지만...”
“어른이 두 명씩이나 되는데 이게 뭐냐?”
“제발 좀 치우고 살아라!”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
하순은 과일들을 예쁘게 깎아 접시에 담았다.
그녀는 예쁘게 놓인 과일들이 너무 신기했다.
“과일을 이렇게 예쁘게 깎으니까 예쁜 딸을 낳았나봐요!”
그녀는 하순을 바라보며 탄성을 자아냈다.
하순은 금새 기분이 좋아졌다.
“희서씨는 사람 기분 좋게하는 재주 있나봐!”
그녀에게 과일 깎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하순처럼 예쁘게 과일을 깎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접시에 놓는것보다 입속으로 들어가는게 더 많았다.
하순은 그녀의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으며 말했다.
“그러다 희서씨 입속으로 다 들어가겠다!”
“과일 깎는건 나중에 연습하고 이거 식탁에 가져다가 놔!”
그녀는 부끄러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희철은 향초에 불을 붙였다.
식탁을 장식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음식들을 더 맛깔스럽게 비춰주고 있었다.
와인잔에 와인을 따랐다.
민아의 잔에는 포도쥬스를 따랐다.
“상덕이형의 무사귀환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를 하려 하자 상덕이 투덜거렸다.
“내가 퇴원했지 어디 납치되다 왔냐?”
“다시!”
희철은 웃으면서 다시 말했다.
“상덕이형의 무사퇴원을 축하하며 건배!”
“건배!”
민아도 포도쥬스를 들고 건배를 했다.
상덕은 민아를 무릎에 앉히며 볼에 입을 맞추었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딸이다.
며칠 입원해 있는동안 민아가 보고싶어 혼이 났었다.
차마 아픈 모습을 보일 수가 없어 참아야만 했다.
어린 가슴에 상처를 주고싶지 않았다.
아직도 지워지지 않았을 죽은 아빠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하고싶지 않았다.
병원에 누워 있는 모습도 민아에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었을지도 몰랐다.
민아는 상덕의 무릎에 앉는게 너무도 행복했다.
민아가 좋아하는 오렌지 껍질을 까주며 상덕이 말했다.
“아빠가 우리 민아 너무 보고싶어서 혼났어!”
“민아는 아빠 안보고 싶었어?”
민아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을 글썽이며 상덕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난 아빠가 죽었는줄 알고 너무 슬퍼서 일부러 장난쳤어!”
상덕의 가슴이 무너지는것만 같았다.
어린 가슴에 커다란 상처가 될뻔했다.
울먹이는 민아를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었다.
“아빠 안죽어!”
“우리 민아랑 엄마랑 행복하게 살아야지!”
상덕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민아는 포근한 상덕의 품이 좋았다.
한참을 안겨서 울다가 잠이 들었다.
잠이 든 민아를 침대에 눕히고 상덕은 와인 한모금을 마셨다.
“민아 얼른 내 호적에 올리자!”
“가게 개업준비 끝나는대로 변호사 알아봐야겠다!”
하순은 갑작스런 상덕의 말에 당황스러웠다.
전혀 생각지도 못햇던 일이라 어리둥절했다.
민아가 상덕의 달이란걸 언제쯤 말해 주어야 할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지금이라도 민아가 상덕의 딸이란걸 말하려 해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순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감동의 눈물인지 안타까움의 눈물인지도 모른채 쉴새없이 뺨위를 적셨다.
상덕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뺨위에 입을 맞추었다.
“이제 그만 울어!”
“너를 사랑하는만큼 민아를 사랑하는건 당연한거잖아!”
“민아는 이제 너만의 딸이 아니야!”
“내 딸인건 당연한거잖아!”
하순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것만 같았다.
너무도 오랫동안 숨기고 살았었다.
상덕의 가슴에 기대어 한참동안 흐느끼며 가슴으로 속삭였다.
‘미안해!’
‘말하지 못해서!’
‘용서해줘!’
‘말하려 해도 당신 가슴에 희서씨가 있었기에 말할 수 없었어!’
하순은 소리내어 울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
상덕은 품에 안긴 하순의 머리칼을 어루만지며 깊은 한숨을 허공에 날렸다.
‘미안하다!오랫동안 힘들게 해서!’
‘네가 잘 살줄 알았는데...’
‘그렇게 힘들게 살줄은 몰랐어!’
‘내 어리석은 사랑 때문에 네가 오랫동안 아팠던걸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
상덕은 차마 말하지 못한채 가슴으로만 속삭여야 했다.
눈을 감고 한참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희철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눈가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자신의 아픈 사랑을 바라보는 듯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슬픈 눈으로 희서를 바라보았다.
영원히 사랑하고픈 그녀를 놏치고 싶지 앟았다.
희서는 우울한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일부러 큰 목소리로 말했다.
“자!일하다 말고 다들 뭐 하십니까?”
“개업일이 코앞인데 얼른 준비 마쳐야죠!”
“두 분 끔찍하게 사랑하는거 다 아니까 이제 그만 합시다!”
“자!회의 마저 해야죠!”
상덕은 눈을 뜨고 애써 태연한척 하며 기획안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꼼꼼하게 빠진 부분들을 체크해 나갔다.
음반 준비가 아직은 많이 미흡했다.
디제이도 구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 오늘이 지나면 벌써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개업일이 2주도 남지 않았다.
희철은 프린터를 켜고 메뉴판을 인쇄했다.
밤새도록 프린터를 켜놓아야할 것 같았다.
식탁을 정리하고 가게로 향했다.
구상한 도안대로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벽면 가득 영화 포스터와 잡지들을 붙였다.
마치 옛날 극장으로 돌아간 듯 추억속으로 젖어 들었다.
오래 된 필름들을 선반위에 올려 놓았다.
영화를 볼 수 있게 화면이 큰 슬라이드도 준비했다.
어느새 극장에 온 듯 아늑하게 꾸며졌다.
아직은 모자란 영화 포스터들은 조금씩 보충하기로 했다.
희철이 정성스럽게 만든 매대위에 추억의 먹거리들을 장식해 놓았다.
볶기를 직접 해먹을 수 있도록 난로와 국자를 따로 놓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여러 가지 모양을 찍을 수 있게 모양판도 준비했다.
달고나와 설탕 소다도 한쪽에 공간을 마련해 놓았다.
잉어 모양 ,붕어 모양,꽝등 추억의 사탕뽑기 코너도 마련했다.
희철은 잉어 모양 사탕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거 뽑으려고 뽑기 무지 많이 했었는데.”
추억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상덕은 한 바퀴 둘러보며 앗차 싶었다.
추억의 아이스께끼통을 깜빡한 것이다.
시작하는김에 제대로 꾸며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런데,어디서 구하냐가 문제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상덕은 업소용 냉장고 공장을 하는 호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이 가게 하나 냈는데”
“개업선물로 아이스께끼통 하나 만들어 와라!”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어 버렸다.
생각해 보니 아이스께끼통만 있어봐야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진짜 아이스께끼를 통속에 넣어놓고 싶었다.
상덕은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다가 말했다.
“우리 어렸을 때 먹었던 샤페트 넣어놓으면 어떨까?”
가게를 정리하던 희철이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
“그래!그거 좋은 생각이다!”
“이제 오늘빼고 열흘 남았으니까 미리 만들어 놓아야겠는데!”
어릴적 먹었던 추억의 샤베트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우선은 샤베트를 얼릴 모양틀이 필요했다.
시계를 보니 벌써 밤중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희철은 희서의 손을 잡고 모양틀을 사기위해 밖으로 나섰다.
다행히도 24시간 영업하는 마트가 있어 장을 보러 나섰다.
그녀는 어릴적 추억들을 떠올리며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혓바닥이 빨갛게 되도록 샤베트 가루를 수저로 떠먹다가 많이 혼났었다.
지금도 그 가루가 있을지 마트를 두리번거려 보았다.
역시나 그 옛날 추억의 오렌지 가루는 보이지 않았다.
요즈음은 잘 만들어 먹지않아서인지 샤베트 모양틀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동안 생각을 해도 무엇으로 해야할지 고민이 되었다.
하는 수 없이 마트를 그냥 나와야 했다.
희철은 그녀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거닐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세월도 많이 흐르고...”
“우리도 나이를 많이 먹었나 보다!”
“그치?”
그녀는 그냥 웃기만 할뿐이었다.
한참동안 조용한 밤거리를 거닐었다.
어느덧 남대문까지 오게 되었다.
새벽시장을 준비하는 분주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시장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그녀는 오랜만에 와보는 새벽시장이 너무도 반갑게 느껴졌다.
바쁘게 움직이는 활기찬 거리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했다.
모든 것이 그저 신기하고 새로울뿐이다.
오래전부터 와보고 싶었던 새벽시장이었다.
예쁜 악세사리들이 거리를 현란하게 비추고 있었다.
평소에 악세사리를 좋아하던 그녀는 구경을 하느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큐빅이 많이 박힌 머리핀을 손에 집어 들었다.
머리에 꽂아 보고는 사고싶은 마음에 가격표를 확인해 보았다.
너무 비싸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대문 시장에서도 이렇게 비싸니 ..”
“가게에선 얼마나 더 비싸다는거야?”
그녀는 아쉬운 마음을 접으며 핀을 내려놓았다.
희철은 그녀가 놓고 간 머리핀을 몰래 사서는 주머니에 감춰 두었다.
머리핀이 아쉬운 듯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희철은 등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며칠사이 그녀의 허리가 더 가늘어졌다.
처음에 바지를 살때는 주먹도 안들어갔는데 지금은 두 주먹이 들어가고도 남는다.
가슴 한켠이 아려왔다.
힘들게 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면서도 그저 생각뿐이었다.
그녀가 두리번거리는 사이 주머니에 포장한 머리핀을 살짝 넣어 놓았다.
혹시나 그녀에게 들킬까봐 일부러 헛기침을 하며 모른척 해버렸다.
샤베트 모양틀을 찾느라 아직도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시장을 몇바퀴 돌고 나서야 모양틀을 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반가운 마음에 환호성을 질렀다.
어릴적 먹었던 바로 그 샤베트 모양이었다.
다 얼기도 전에 냉동실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던 그 시절의 추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시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희철은 상덕에게 전화하는걸 깜빡했다는걸 깨닫고는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상덕은 자다 일어난 목소리였다.
“형!드디어 샤베트 모양틀 찾았어!”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상덕은 그냥 웃기만 할뿐이었다.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넣다가 깜짝 놀랐다.
포장지에 쌓여진 무언가가 손에 잡혔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포장지를 뜯어 보았다.
아까 너무도 갖고 싶었던 그 머리핀이 보였다.
희철은 일부러 모른척하며 시치미를 뚝 뗐다.
그녀는 그런 그가 괜히 얄미웠다.
그리고,고마웠다.
머리핀을 그에게 내밀며 속삭였다.
“이걸로 머리 묶어줄래?”
희철은 그녀의 흘러내리는 긴 머리에 머리핀을 살며시 꽂아 주었다.
그녀는 머리에 꽂힌 머리핀을 어루만지며 행복해했다.
“어때?”
“나 예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볼에 고마움의 입맞춤을 해주었다.
지금의 이 행복 영원하길 간절히 기도하며 손을 꼭 감싸안았다.
11월로 다가가는 새벽공기가 쓸쓸하게 느껴졌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오뎅국물이 그리웠다.
희철은 의자를 잡아당겨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오랜만에 소주 한 잔이 간절해졌다.
따뜻한 오뎅국물을 마주하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서로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간절한 사랑이 소주잔위에 가득 담겨져 있었다.
희철은 그녀의 상기된 입술위에 입술을 전했다.
영원히 사랑하고 싶은 그녀를 위해 모든걸 바치고 싶었다.
그녀를 위해 흐르고 있는 희철의 뜨거운 가슴을 전하고 싶었다.
오랜만에 러브샷을 하며 지금 이대로 영원히 함께 할 것을 굳게 다짐했다.
이제 더 이상 가슴에 상처도 이별도 존재하지 않으리라 굳게 믿고 싶었다.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너무도 가벼웠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눈앞에 펼쳐질 희망으로 가득한 시간들을 함께 할 수 있기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말했다.
“내가 제일 행복할때가 언제인줄 아니?”
“언젠데?”
그녀는 궁금해 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는 젖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우리 영원히 행복하게 살자!”
그녀의 손을 들어올려 입맞춤을 했다.
희철은 가슴 가득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오늘따라 더 그녀가 간절해진다.
이제 그의 가슴은 그녀를 위해서만 존재할뿐이다.
그녀를 온몸으로 감싸안았다.
“지금 이대로 내 가슴에 영원히 머물러줄거지?”
“다시는 날 떠나지마!”
“날 더 이상 슬프게 하지마!”
그녀의 뺨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금 이 순간 영원히 함께 하고싶은 그였다.
오늘따라 그의 품이 더 포근하게 느껴졌다.
한참동안 설레이는 가슴으로 그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평화롭게 잠이 든 그의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그의 뺨위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자장가 불러줄게!얼른 자자!”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머리결을 쓰다듬어 주었다.
“잘 자라 우리 아가!”
그녀를 다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지쳐있는 그녀의 얼굴 가득 피곤함이 느껴졌다.
그래도 입가에 가득한 미소가 위안이 되었다.
그녀는 금새 잠이 들었다.
핸드폰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방앗간으로 나오라는 호출전화였다.
그는 그녀의 자는 모습을 미소로 바라보며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혹시나 그녀가 깰까 걱정되어 문을 열기도 조심스러웠다.
오늘따라 아침이 더 상쾌하게 느껴졌다.
그녀와 함께 한 아침이 너무도 행복했다.
방앗간은 벌써부터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분주했다.
희철이 들어서자마자 상덕이 호통을 쳤다.
“어딜 그렇게 싸돌아 다니냐?”
“하드통 몇 개 더 샀다가는 아예 여행가겠다!”
“희서는 왜 안와?”
“내일이면 11월인데 가게준비 안한대?”
방금 뽑아낸 가래떡을 마구 흔들어대며 야단을 쳤다.
희철은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해했다.
벌써부터 인터넷으로 칼라떡 주문이 쇄도하고 있었다.
하순은 혼자서 떡을 포장하느라 힘에 부쳤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뜬 희서는 시계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빗어 넘기고 급하게 집을 나섰다.
미안한 마음에 도저히 방앗간에 들어설 수가 없었다.
떡을 뽑고 있던 상덕은 희서를 보자 큰소리쳤다.
“거기 손님으로 오셧습니까?”
“들어와서 일 안하고 뭐하냐?”
“주문 폭발이야!”
“얼른 떡을 썰던지 포장하던지 하셔!”
떡을 썰던 하순이 투덜거리며 말했다.
“썰어놓은거 봉지에 담아요!”
“색깔별로 따로 담는것도 있고 섞어서 담는것도 있으니까 구분 잘 해요!”
희서는 하순의 눈치를 살피며 떡을 봉지에 담았다.
색깔별로 물들여진 떡들이 보기만 해도 너무 황홀했다.
쇼핑몰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대박이었다.
떡을 봉지에 담으려던 그녀는 자꾸만 눈앞이 흐려지며 잘 보이지 않았다.
피곤해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천장을 바라보며 눈을 비볐다.
불빛이 뿌옇게 보였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아도 역시나 천장의 불빛은 뿌옇게 보일뿐이었다.
며칠전부터 이상했다.
밤거리를 거닐때면 온통 뿌연 안개가 눈앞을 가리곤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했지만 더 심해지기만 했다.
“얼른 담지않고 뭐 하는거야?”
상덕이 호통을 쳤다.
그녀는 가래떡을 열심히 봉지에 넣었다.
자꾸만 뿌옇게 보이는게 심상치않게 느껴졌다.
희철은 그녀의 어깨를 주물러 주며 위로했다.
“우리 색시가 아직 피로가 안풀려서 그렇구나!”
“내가 어깨 주물러 주면 나을거야!”
그런 그가 너무도 고마웠다.
왠지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흘러 내렸다.
봉지에 담은 가래떡들을 택배상자에 담았다.
반응이 좋아 주문이 폭주해 힘이 부칠정도였다.
가격이 비싼탓에 걱정한건 쓸데없는 고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