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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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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랩소디3


BY 러브레터 2017-09-12

장식장에 놓여진 인형이 아니기에...

그녀를 놓아주어야 한다는걸 알면서도 차마 안녕이라 말할 수 없었다.

흐느끼는 그녀가 안쓰러웠다.

차마 그녀를 안아줄 수 없는 가슴이 괴로웠다.

그냥 이대로 보내주어야 하는 것일까?

어리석은 미련이 그녀를 더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점점 더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에 억지로 안녕이라 말하려 해도 눈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에 서러운 눈물이 느껴진다.

한 번이라도 돌아보지 않는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잘 가라는 작별의 손인사가 아닌 다시 돌아오라 손짓하는 어리석은 바보가 되어버렸다.

 

눈을 감은채 빈 손인사만 허공을 맴돌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하늘에 미련한 그리움만 흩어져 내릴뿐이다.

가위에 눌린 듯 놀라 깨어 눈을 떴다.

그녀를 애타게 부르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적막속에 흩어지는 빈 메아리가 그의 가슴에 아프게 파고들었다.

 

술잔이 희철을 애타게 부른다.

희철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미칠 것만 같았다.

거리를 미친 듯이 방황했다,

이 거리 어딘가에 희서가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며칠을 굶은 걸인처럼 희철은 술에 굶주려 있었다.

세상에 술이 없었다면 지금의 희철은 존재하지 않았을것이다.

반가운 친구를 만난듯 벌컥벌컥 목줄기를 적셨다.

슬픔을 삭이느라 넘어가던 술이 목에 걸리고 말았다.

"오빠!술하고 웬수졌어?"

그녀가 바로 옆에서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희철은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었다.

여전히 그녀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제발 한번만 받으면 안되겠니?'

'내 멍든 가슴 한번만 어루만져 주면 안되겠니?'

희철의 간절한 속삭임을 그녀는 듣고 있을까?

희철은 급하게 마신 술이라서인지 벌써부터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마시기 시작했는데 금새 취해버려 너무 억울했다.

이 밤이 세도록 마셔도 지울수 없는 아픔인데.....

한 번의 이별도 슬픈데 술잔마저 이별을 고하고 있다.

희철은 하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술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거리는 온통 라일락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

여기저기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향기롭다.

"희서야!"

"네가 좋아하는 라일락꽃비가 내리고 있다!"

"나 지금 꽃비 맞으면서 전화해!"

"너랑 같이 맞으면 좋을텐데.......!"

대답없는 전화기에 공허한 메아리만 전해진다.

라일락꽃향기에 그녀의 향기가 묻어나는것만 같았다.

그녀에게선 언제니 라일락 향기가 났다.

라일락 꽃잎사이로 그리움의 눈물이 흩어져 내렸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희철은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 벌렁 누워버렸다.

갑자기 그녀의 무릎베개가 그리워졌다.

그녀의 무릎에 누워 한참을 엉엉 울고만 싶었다.

하늘은 희철의 우울함을 비웃는 듯 별이 총총 수놓고 있었다.

아마도 희철의 가슴에만 슬픈 비가 내리나 보다.

온몸이 금새 꽃비로 뒤덮혔다.

꽃잎을 이불삼아 누워도 희철의 마음은 허전하다.

그녀의 빈 자리에 쓸쓸한 기운이 맴돈다.

가슴의 반똑을 도려낸듯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거리를 취하게 하는 이 향기가 그녀의 향기라면.........

눈믈 감으면 그녀가 더 멀어질까

억지로 눈꺼풀에 힘을 준다.

그리움을 가득 싣은 꽃비의 향기가...............

희철의 온몸을 뒹굴고 있다.

 

 

아침부터 경마장 가는 길은 붐비고 있었다.

개장시간이 몇시간이나 남았는데도 여기저기서 경적소리가 요란했다.

도대체 몇 시에 집에서 나온것일까?

희철은 갑자기 부지런함이 존경스러워진다.

이른 아침 서둘러서인지 희서는 잠이 들어 있었다.

언제 보아도 그녀의 자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물론 희철의 눈에는 그녀의 모든것이 다 이쁘고 아름답지만 말이다.

그녀의 자는 모습은 더 사랑스럽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희철은 그녀의 꿈속에 들어가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그냥 이대로 차안에서 그녀의 자는 모습만 지켜보고 싶었다.

준식이는 차가 안움직인다고 애꿎은 운전대만 구박한다.

은실은 뭐가 그리 설레는지 몇 번을 찍을까 열심히 궁리중이다.

희서는 경마장에 가는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희철이 경마로 돈을 잃은걸 알고는 더 싫어했다.

희철은 엄마한테 호되게 꾸지람 듣듯이 얼마나 혼이 났는지 모른다.

천원이상 걸지 않는다는 굳은 맹세를 하고 나서는 길이다.

그녀는 경마뿐만 아니라 도박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희철은 가끔 눈을 질끈 감고 함께 해 주는게 고맙기만 하다.

희철의 어깨에 기대어 그녀는 잠이 들어 있었다.

희철은 그녀의 머리를 더 가까이 어깨에 기대게 했다.

이 행복 이대로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곤하게 잠들어 있는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기대었다.

지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가슴으로만 품고 살아야하는 사랑의 아픔이 느껴졌다.

왜 그녀에게는 항상 아픈 사랑으로만 남아야 하는것일까

지쳐있는 그녀를 보듬어주지 못하는 못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세상이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행복할거라 믿었던 그 사랑이 깨질까 두려웠다.

그녀의 야윈 두 손을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미안하다!’

항상 널 아프게만 해서...’

못난 사람이 아닌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

희철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미안한 마음에 가슴 가득 전해오는 아픔을 견디기 힘들었다.

눈을 감고 잠을 자던 그녀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차마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볼 수 없어 눈을 감은채 그의 눈물을 어루만졌다.

손가락 사이로 희철의 힘든 시간들이 느껴진다.

행복이 아닌 아픔의 시간들로 가득해야 했던 지난 시간들이 미안했다.

미안하다 말하려 해도 언제나 그가 먼저 미안하다 말을 하고 만다.

언제쯤이면 마음껏 사랑한다 말을 할 수 있을까?

흐느끼는 그를 품에 안으며 속삭였다.

미안해할 필요없어!”

지금 이대로 우리 충분히 사랑하고 있잖아!”

희철의 머리칼을 어루만졌다.

흔들리는 어깨위로 전해지는 불안했던 지난 시간들이 아프게 다가왔다.

오늘만큼은 아프지 않게 사랑하고 싶었다.

오늘만큼은 행복한 사랑이라 말하고 싶었다.

입구부터 주차장은 차들이 만원이었다.

다행히도 안전하게 주차할 곳을 찾아냈다.

다시 지쳐 잠든 그녀를 깨우기가 미안했다.

희철은 막상 깨우려니 마음이 아팠다.

그녀가 눈을 떴다.

"너 자는 모습 너무 이쁘다!"

희철은 환하게 웃으며 그녀의 잠이 깬 모습을 바라보았다.

부시시한 그녀의 잠깬 모습도 너무 예쁘다.

준식은 눈꼴 사납다는듯 희철을 흘겨 보았다.

그래도 상관없다.

경마장은 입구부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대박이라는 부푼 꿈에 사람들은 들떠 있는 얼굴이었다.

알수 없는 미묘한 관계의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은실은 지난번 잃은 돈을 만회하리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오늘따라 여름 햇살은 더 뜨겁다.

그녀는 눈이 부신지 눈살을 찌푸렸다.

어쩌면 내키지 않는 곳이라 더 인상이 구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얼른 썬글라스를 꺼내 들었다.

희철은 그녀가 썬글라스 낀 모습은 처음 본다.

역시나 그녀는 무얼 해도 눈부시게 이쁘다.

다행히도 그늘에 자리잡을 수 있었다.

전망이 좋은 자리는 이미 빈 자리가 없이 꽉 차 있었다.

경마신문을 펼쳐들고 어떤 번호를 찍을지 연구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벌써 돈을 많이 잃었는지 표를 바닥에 패대기치며 욕을 퍼붓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털어도 먼지만 나는 지갑을 내동댕이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희서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한 눈에 보는 기분이었다.

양손에 아이들을 하나씩 붙잡고 경마표를 손에 움켜쥔 여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배가 고프다고 칭얼대도 귓전으로 흘려 들었다.

감기에 걸려 콧물범벅이 된 얼굴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얼굴이었다.

두 눈은 오로지 마권과 경마신문으로만 향하고 있었다.

희서는 차마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었다.

"이런데 애들까지 끌고 오다니........"

"진짜 한심하다!"

그녀는 혀를 차며 비웃었다.

"우린 애 낳으면 절대로 그러지 말자!"

애 낳으면?”

희철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럼 나랑 결혼하겠다는 얘기?”

"너 지금 애 낳으면....“

이라고 했니?"

들뜬 마음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그냥 미소로만 대답했다.

희철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꿈인지 아닌지 허벅지를 꼬집어 보았다.

강한 통증이 느껴진다.

꿈이 아니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너무도 기쁜 마음에 그녀를 얼싸안으며 입술을 어루만졌다.

정말 부부가 된 듯 행복이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너무 기쁜 나머지 마권에 번호를 칠하는것도 잊었다.

준식과 은실은 벌써 마권을 손에 쥐고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몇번 찍을까?"

"그냥 맘대로 찍어!"

그녀는 시큰둥했다.

"우리 첫키스한 날 찍을까?"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떨리는 순간이다.

수줍은 듯 눈을 감은 그녀의 청순한 모습은..............

영원히 머릿속에 각인될것이다.

약속대로 천원만 걸고 마권을 사왔다.

말들이 출발선에 나란히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마치 그녀를 만나기전 희철의 모습처럼............

말들도 긴장하고 있었다.

총소리가 울리기가 무섭게 말들은 질주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함성과 고함소리가 울려퍼졌다.

"달려라!달려!"

"!이 새끼아! !!..."

"더 힘차게 달려야지!"

사람들은 자기가 찍은 말을 응원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녀도 신이 났는지 열심히 박수치며 응원을 했다.

저기 희철이 찍은 말이 선두로 달리고 있었다.

희철은 신이 나서 붕 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결승점에 다 와서 그만 넘어지는게 아닌가?

희철은 울화가 치밀어 마권을 패대기쳤다.

그녀는 마권을 주우며 호통을 친다.

"경마에 목숨 걸었냐?"

"목숨 걸었어?"

어머니한테 야단 맞는것처럼 희철은 고개를 푹 숙이고 꾸지람을 들었다.

당장이라도 손 들고 있으라는 표정이다.

희철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분이 가시지 않는듯 희철을 노려 보았다.

"잘못했어!"

"한번만 용서해주라!"

"?"

희철은 무릎꿇고 싹싹 빌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희철의 뒤통수에 꽂혔다.

그녀는 알았다는 듯 희철을 일으켜 세웠다.

어쩌면 그녀는 희철의 인생의 스승인지도 모른다.

그녀 덕분에 희철은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경마장은 싫어해도 공원은 좋아했다.

잘 정돈된 공원의 한적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공원 여기저기 활짝 핀 꽃들이 그녀를 반기듯 활찍 웃어보였다.

희철은 그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오두막이 보이네!"

그녀는 신기한 듯 소리쳤다.

벌써부터 자리잡고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이 눈에 띄었다.

다행히도 두 사람을 위한 오두막은 비어 있었다.

오두막안은 너무 이쁘고 아늑했다.

마치 두 사람이 오기를 애타게 기다린듯........

그녀는 어린 아이처럼 이리저리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얼른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희철은 그녀의 무릎베개를 좋아했다.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우면 어머니의 향기가 느껴졌다.

"아까 소리치고 혼내서 미안해!"

희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속삭였다.

머리를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마치 어머니의 손길처럼 따스하게 느껴졌다.

"아이!좋아라!"

그녀앞에 누우면 희철은 언제나 어린 아이가 된다.

마치 엄마에게 재롱부리고 투정하듯이

희철은 그녀앞에서 아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그녀의 숨결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엄마의 눈빛으로 희철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숨결인지 아니면 따스한 바람인지.....

행복을 싣어 그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그녀라는 이름의 수갑에 채워져

사랑이라는 이름의 수용소에

점점 끌려 들어가고 있었다.

행복이라는 이름의 자물쇠가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도록 희철을 가두고 있다.

희철은 이제 그녀를 사랑한 죄로 무기수가 되어 버렸다.

아마도 죽을때까지 감형되지 못할것이다.

영원히.................

 

한자는 벌써 와서 앉아 계셨다

열을 식히려는 듯 연거푸 얼음물만 들이켰다.

희철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다짜고짜 고함을 질러댔다.

"도대체 내 딸 어디다 숨긴거야?"

"모릅니다.저도!"

한자는 눈을 부릅뜨며 잡아먹을듯이 노려보았다.

"모르다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지껄이는거야?"

"!이 새끼야!"

"한번도 모자라서 두번이나 망치려고 들어?"

희철의 멱살을 잡고 죽일듯이 덤벼들었다.

"이것 놓고 말씀하시죠!"

희철은 한자의 손을 뿌리치며 자리에 앉았다.

냉수 한모금으로 열을 식히고 말문을 열었다.

"저도 지금 백방으로 찾고 있는중입니다!"

"찾긴 네깟놈이 뭘 찾는다고 난리야?"

한자는 마시던 물잔을 내동댕이치며 소리쳤다.

"찾습니다!꼭 찾는다고요!"

"설사 찾는다 해도 절대 안돌려보낼겁니다!"

"안돌려보내면 네 놈이 어쩔건데?"

"또 같이 살려고?"

금방이라도 희철을 죽일것만 같았다.

날카로운 눈빛은 번뜩이는 칼날이었다.

"!같이 살겁니다!"

한자의 손이 희철의 뺨을 세차게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정신이 몽롱해지는것만 같았다.

또 한 번 한자의 매서운 손이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희서의 집을 처음 찾았을때도 말대신.........

세차게 스쳐가는 뺨 한 대가 희철을 맞이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없이 살아도 저흰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겁니다!"

"뭐 행복?"

"노가다 주제에 뭐 행복?"

"네가 행복이 뭔줄이나 알고 지껄이는거야?"

우습다는 듯 희철을 비아냥거리며 그녀는 말했다.

"네깟놈이 무슨 행복을 알아?"

"그냥 둘이 사랑만 하면 그게 향복이니?"

"구질구질한 작업복 빨면서.............."

"구질구질한 옥탑방에서 사는게 행복이니?"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말을 잇지못했다.

"화려한 백화점이 아닌 새벽시장에서......"

"화려한 옷대신 천원 이천원 깎으면서 행복을 느끼고....!"

"화려한 음식대신 떡볶이와 순대로 행복을 느꼈습니다!"

"그게 무슨 행복이야?"

"구질구질한거지!"

"주제에 무슨 사랑타령이야?"

"사람이 지 분수를 알고 살아야지!"

눈물을 닦으면서도 여전히 투덜거리는 말투였다.

희철은 자신도 모르게 울화가 치밀었다.

"노가다라고 함부로 말씀하지 마십시오!"

희철은 자신도 모르게 테이블을 요란하게 내리쳤다.

도저히 참을수가 없었다.

"노가다 인생이 노가다로 끝난다고 착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저 꼭 성공합니다!"

"두고 보십시오!"

"희서 찾아서.......당당하게......"

"아주 행복하게 잘 살겁니다!"

행복의 조건을 빗나간 희철에게는 자격미달이라는 말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든든한 직업도.....

집안도...........

갖추지 못한 희철은 이미 그녀의 가슴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그녀를 꼭 찾아야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까페를 나서는 희철의 마음은 무거웠다.

핸드폰은 이미 정지된 상태였다.

몇번으로 바뀌었는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통신회사에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희철은 미칠 지경이었다.

머리는 온통 그녀 생각뿐이다.

눈물이 흘렀다.

아직도 못 다 한 희철의 사랑은 외면한채 그녀는 그렇게 떠나버렸다...

아직 다 이루지못한 사랑의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버린 그녀가 원망스러웠다.

아무런 기약도 없이 떠나버린 그녀가 그리웠다.

그의 인생의 전부를 차지했던 그녀였기에 그 빈 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그녀가 떠나버린 희철의 남은 삶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세상이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희철에게 있어 그녀가 없는 세상은............

향기 없는 꽃이요

심장 없이 숨쉬는 송장일뿐이다.

그 어떤 수모도 그녀를 사랑하기에 견딜수 있었다.

희철은 자꾸만 힘이 들어진다.

그녀의 따뜻한 품이 그리워진다.

그녀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싶어진다.

그녀를 위해 악착같이 살아온 희철의 지난 날들이 물거품처럼 흩어지는 것 같았다.

맥없이 무너지는 삶에 대한 희망이 희철을 슬프게 한다.

그녀의 어머니앞에서 당당하게 사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한자의 마음문밖에서 서성이기 싫었는데..

희철은 아직도 한자의 마음문 밖에서 서성일 수밖에 없었다.

굳게 닫혀 있는 그 마음문의 빗장을 과감히 풀고 싶었는데......

빗장은 더 단단히 조여져 있었다.

다시는 열리지 않게......

닫혀져 있었다.

그녀와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들이 아련히 눈물로 스쳐갔다.

희철은 자신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북받쳤다.

그 날의 설움은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지금의 설움을 잊을 수가 없다.

희철은 이를 악물었다.

아주 독하게............

당당하게 꼭 성공하리라 입술을 깨물며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그녀와 행복하게 살리라 마음먹었다.

어떤 장애물도 그에겐 보이지 않는다.

희철은 이를 악물며 굳게 다짐을 했다.

 

희철은 마음은 급한데 손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몸따로 마음 따로였다.

소장은 입주일이 얼마 안남았다며 자꾸만 다그친다.

왜 이리 달아야할 전등은 많은것인지.........

희철은 목이 아파 미칠 지경이다.

이제 시작이니 언제 20층까지 다 끝날지 눈앞이 캄캄하다.

오늘은 희서가 집에 오는 날이다.

희철은 벌써부터 희서옆에 있는 기분이다.

희서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녀의 채취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희철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지긋이 감고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녀는 희철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사였다.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이미 희철의 입술은 그녀의 향기로운 입술에 다가가 있었다.

그녀를 향해 입술이 다가가 있는 순간........

갑자기 허공에 붕 뜬 기분이 들었다.

희철은 정신을 차려보니 아차 싶었다.

발을 헛디뎌 하마터면 큰일날뻔했다.

사랑스러운 그녀도 못보고........

병원 신세를 질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