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전화번호가 뜬다.

엄마가 급한 목소리로"너 그냥 집에 간다고? 여기 안 올거니?"

"아니요~ 병원에서 지금 끝나서 엄마네로 가요~"

조카가 나의 전화를 받고 엄마께 전달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었나보다.

제철인 포도를 한 박스들고 현관문에 들어서니

우리엄마 18번이 또 나오신다.

"그냥 오랬더니..돈도 없을텐데 넌 맨달 사오니?"

엄마의 말씀에서 딸을 위하는 향기가 뚝뚝 배어나온다.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한방대학병원에서

진맥을 받고 교수님과 여러상담을 한 후에 한약을 처방받았다.

교수님의 질문에 답하는 나를 보더니

가끔은 갸우뚱 거리시면서

여러가지 질문을 하셨다.

평소의 식습관, 성격, 행동을 종합해보시더니

"성격이 활발하시면서 내성적이시네요."

"부모님의 좋은점을 골고루 닮으신것 같아요."

엄마의 활발함과 아버지의 조용함?

아마 엄마도 아버지도 여기 교수님께 여러번 다녀가셨기에

기록을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신가보다.

체질도 성격도 조금씩 변한것 같다며

여성호르몬과 환경, 스트레스로 면역이 떨어지고

피부트러블도 있는거란다.

피부미인이어야 되는데... 하시면서 안타까워하신다.

장기는 따뜻한 편인데

아랫쪽은 좀 찬편이고

손은 따뜻한데 발은 차갑다니

좋은 약으로 잘 지어주신다니 고마울따름이다.

엄마의 바램대로 한약을 먹고 몸도 마음도 쑥쑥 성장했으면 좋겠다.

울엄마..

딸을 쳐다보시더니

"너 파마할 때 됐네? 파마하고 가라"

하신다.

파마할 때가 지난건 사실이다.

이번주에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엄마의 눈은 예리하시고 딸에 대한 관심도가 높으시다보니

안 놓치시고 말씀하시네.

"우리동네에서 파마하고 갈래?"

"아니요.. 내가 하던 곳에서 하는게 편할 것 같아.."

"그래라..내가 파마하는데는 싸서 젊은사람들은 안 좋아할 수 도 있어..ㅎ"

집으로 출발하는 딸 핸드백에 쌈지돈 넣어주시면서

예쁘게 파마하라고 하시는 엄마.

"엄마 나두 돈 있다니까!"

"알았어..그래도 이걸루 이쁘게 파마해."

몇 번이나 실갱이 벌이다가 또 염치없이 엄마의 돈을 받았다.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용실에 들렸다 집에 들어가니

늦은저녁이다.

밥통에서 밥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벌써 안방 불이 켜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