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여기 너무 좋다..."
"뭐가 그리도 좋은데??"
"난 이런거 너무~~~~좋아 내가 촌놈출신이라 그런지
이런 대청마루 딱 마음에 왔다든다."
어느날 갑자기 현재에서 과거로 날아간 소년이 한번쯤은 보았을것 같은 어느 시골집,
오랜세월의 바람의 풍화작용 때문에 바위안에 구멍이 생기듯이 틈이 보이고
때가 묻어있는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예전 과거에 내가 여기 있었던것 같은
느낌이 순간적으로 전해올 때가 있다.
넓은 마당과 흙 냄새를 진하게 맡았을때 전해오는 그 전율,
친구따라 들어간 어느 기와집의 풍경이란 시간이 멈춰버린 공간에 들어있는것 같다.
누군가 나오면서 환하게 웃음을 보이고 맛있는 단술 한 잔 건내주는 상상이 느껴진다.
건물은 과거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람만이 변한채 구두를 신은채 대청마루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린시절처럼 대청마루에 누운채로 산을 거꾸로 바라보는데
그때 내가 왜 대청마루에 누워서 거꾸로 바라보았을지 상상만하여도 재미있다.
작년 추석때 작은 아버지와 동생 그리고 사촌들이 벌초하러 올라가고 없을때 작은집 앞에
크게 세워졌던 창고안에 들어가 재작년 추석때처럼 자전거를 꺼내 시골 동네를 누비었다.
내가 어런시절 성장하고 자랐던 시골 동네라 동네지리는 눈 감아도 기억나고
어디로 들어가면 어느분 집이 나오고 또 어디로 들어가면 어느분 집이 나온다는것을
알고 있기에 세월이 흘러간후 자전거타고 돌아보니 마치 박물관속으로 들어 온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자전거 타고 시골집에 도착 이제는 문이 잠겨있기에 담벼락위에서 마치 적군을 찾아보는
정탐병처럼 안쪽을 살펴보는데 왜 그리도 집과 마당이 작게 보일까.
어린시절에는 마당이 엄청나게 넓었는데 인적이 없어진 마당에는 풀들이 산을 이룬다.
작은 아버지 가족들이 건너마을로 집을 지여가고 몇 차례 사람들이 돈내고 살았지만
길잃은 기러기가 정신없이 허공을 맴도는 것처럼 고요한 세상은 자두나무 한 그루만이
과거의 세계를 지키고 다행히도 집 뒷편에 내가 살았을때는 없었는데 언제 심었는지
혼자 우뚝 서 있는 감나무만이 가을이면 맛있는 감을 열리게 하는데 그저 쳐다보는것이 전부다.
대문 열고 들어가서 어린시절처럼 대청마루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시골집 바로 앞에 국도가 있고 먼지를 날리던 그 시절에는 차량이 지나가면 먼지가 집안으로
정신없이 들어오기에 마루는 항상 먼지 때문에 깨끗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린소년은 항상 걸례로 마루를 딱았고 전설의고향 구미호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는
할머니에게 무섭다면서 깊이 파고 들었는데 낮에 다들 논으로 밭으로 나가고 없을떄
어린소년은 혼자 대청마루에서 쓸쓸히 외로움을 달래는 대청마루에 누워 낡은 천장을 바라보면
제비집이 보이고 제비들이 왔다갔다하는것을 보았다.
그래도 그시절의 외로움은 대청마루만 알고 있을뿐 문이 잠겨있기에 들어가보지 못한
대청마루를 보고 있으면 그리워서 찾아왔다는 말 한마디하고 싶지만 잠겨버린 문 때문에
너무 멀게만 느껴지고 돌아서야만하는 내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쓸쓸하다.